[문학마당]무등산 원효사 / 시 - 김병순

2025년 01월 06일(월) 18:50

무등산 어머니 품과 같은 아늑한 산
그 속에 원효의 이야기가 전해온다.
원효의 이야기에 빗대어 얘기할 수 있도록
편안함을 갖춘 무등 무등 무등산

모두에게 앞과 뒤
높음과 낮음이 없다는 무등
얼마나 좋은 말인지 모른다
모두가 죽으면 한 줌 흙으로 돌아가니
무등이 아니고 무어란 말인가

원효대사의 이야기
무덤 속에서 시원한 물을 꿀물처럼 마셨다던
그리고 거기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던
원효를 생각한다

깨달음- 모든 것은 그때그때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다
해골 속의 냉수도 어두운 밤 물을 찾기 어려웠을 때
목이 말라 타는 듯한 갈증에 얼마나 시원했겠는가

옆의 아저씨가 화분 속의 예쁜 호접란이 질 때가 되었다고 한다
화무십일홍이라고 해야 할까
무등의 법칙에 따라
높고 낮음이 없는 흙으로 돌아간다는 것 아닌가

가을바람에 낙엽은 물들어 가고
겨울이 오고
무등의 넉넉한 기슭 아래에서
아침 안개가 피어오른다
원효사의 은은한 아침 목탁소리와 함께……

<김병순 약력>
▲아시아서석문학 시 등단
▲광주문협, 아시아서석문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