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易)은 인간 수양서…때를 알려주는 예지의 학문” <을사년 새해 ‘역경 강좌’ 시작하는 동인 선생> 정리=최명진 기자 |
| 2025년 01월 16일(목) 19:20 |
|
때가 돼야 나무는 꽃을 피우고 사람은 하고자 하는 일을 이룰 수 있다. 때를 알기 위해 혹자는 하느님께 기도하고 부처님께 경배드리며, 필자와 같은 사람은 역경의 언어를 탐독하고 해석한다.
주역(역경)이란 만물의 뜻을 규명하는 학문으로서 삶의 가치와 인생의 지혜를 깨닫게 해주는 인간의 수양서(修養書)다.
그래서 주역을 ‘고전 중의 최고의 학문이요, 제왕학(帝王學)’이라고 말했고, 예로부터 역을 모르는 사람은 재상(宰相)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십익(十翼)을 술작해 역경의 언어를 완역(完譯)한 공자(孔子) 또한 평생토록 책의 가죽끈이 세 번이나 달아져 끊어질(韋編三絶) 정도로 읽었던 책이 바로 주역이다.
주역에 대한 해석은 정이천, 주희(주자), 왕부지 세 사람을 주류로 전개됐다. 이후에도 다양한 학자와 저마다의 독법이 있다보니 주역은 공부하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해석이 달라질 수 있으며 반드시 꾸준한 공부가 필요하다.
청나라 황제 강희제가 주역 학자들을 모아놓고 가장 표준이 되는 주역 책을 만들라 명한 것이 바로 ‘주역절중’(周易折中)이다. 해석이 난무한 가운데 서로 다른 학설을 절충해 편찬한 것으로, 주역 연구를 집대성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역경의 언어는 기본적으로 만물의 생성·변화·발전의 과정에서 길흉회린(吉凶悔吝)을 언급한다.
역경에서는 팔괘(八卦)가 있다.
이는 자체가 자연 현상을 의미한다. 1번은 하늘, 2번은 연못, 3번은 불, 4번은 번개, 5번은 바람, 6번은 물, 7번은 산, 8번은 땅이다. 역경에서 바라보는 신이 곧 자연이다. 자연 현상 속에서 물어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인간도 그 속에 포함돼 있다.
역경의 앞부분 30괘를 상경이라 하고 뒷부분 34괘를 하경이라 한다. 합쳐서 64괘다. 상경에서는 하늘의 현상, 하경에서는 인간 세상을 노래한다. 과학적이고 주도면밀한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64괘 가운데 첫 번째 괘를 ‘건위천’(乾爲天)이라고 한다. 건위천 괘는 양효 6개를 용에 비유한다.
초효는 잠룡물용(潛龍勿用)이다. 물 속에 잠겨 있는 용을 말한다. 용은 하늘을 날아야 하는데, 이는 다섯 번째 자리에서 가능한 일이다. 아직 첫 번째 자리이기 때문에 기다림이 필요하고 훨씬 더 많은 수련을 쌓아야 함을 의미한다.
어떤 괘든지 상괘, 하괘가 있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회사만 하더라도 일반 사원들이 있고 경영 계층이 있다. 학교도 학생이 있고 스승이 있는 것이다. 어딜 가나 두 계층이 존재한다.
육효 중에서 다섯 번째 자리에 있는 사람이 회사 사장이라 할 수 있고, 나라 전체로 보면 대통령을 의미한다.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역경의 괘사와 효사에서 언급하는 언어들은 구체적인 사건성을 지니고 있는 반면에 지극히 추상적이기도 하고, 삼라만상의 움직임을 개별적·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단히 상징적이다.
이러한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언어들을 어떻게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게 적실한 괘를 찾아 해석하느냐가 판단의 정확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래서 역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겸손과 신성한 마음가짐이 중요하고 자연과 하늘의 이치를 따르고 인간의 욕심을 버리는 삶의 자세(存天理 去人慾)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제사 지내는 것과 같이 공손한 마음으로 임해야만 올바를 궤를 볼 수 있다.
이러한 괘의 언어들에 대해 홍몽선 선생은 ‘미래 예측의 계산척, 미래 예지의 학문’이라고 했고, 역성(易聖)이라고 불리우는 다카시마 돈쇼(高島呑象 嘉右衛問)는 ‘역이란 인간의 지성(至誠)이 신(神)에 통해 신의(神意)가 서수(筮數)에 감응(感應)한 것이고, 이를 역리(易理)에 의해 풀어내는 것은 신과 인간 사이를 통역하는 것이며 이는 천지 간에 망라(網羅)되지 않는 것이 없다’고 하면서 역의 언어를 ‘신(神)의 언어’라 말했다.
필자가 이러한 역의 언어를 광주매일신문 칼럼에 풀어온 지 7년이 됐다. 2016년 1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총 224회 64번째 괘인 화수미제를 끝으로 완성했다.
시중에 나와있는 주역 관련 국내 책은 대부분 학문적으로 접근하고 있기에 일반인이 실전에서 적용하기에 상당히 어렵다. 필자는 본보에 연재한 역경강좌 등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주역 관련 책을 9권 펴냈다. 주역을 총망라하면서도 백과사전식으로 만들어 실전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2025년 새롭게 시작하는 칼럼에서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관점을 살펴 역의 언어와 괘상(卦象)을 조금 더 논리적으로 설명할 예정이다.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며 감동으로 와닿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보고자 한다.
첫째, 각 괘의 각 효사를 이해하는 틀로서 각 효마다 음위에 양효인가 음효인가, 양위에 양효인가 음효인가를 밝혀 그 위치의 정부(正不)의 득실에 따라 효의 왕래의 길흉을 논리적으로 설명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겠다. 논리와 체계를 잡지 않으면 근거 없는 암기식이 돼버린다. 64괘 각 자리에 6개씩 총 384효가 있는데, 독자들이 이를 모두 외우기는 상당히 어렵다. 음과 양, 이진법과 같은 원리에 따라 위치가 바르지 못한 괘를 파악하는 데서부터 주역이 시작돼야 한다.
둘째, 이효와 오효의 득중(得中), 이효와 오효와의 정응(正應), 친비(親比)하는 효와의 관계 속에서 효사의 의미를 명확하게 파악, 설명하고자 한다. 하계에서 두 번째 자리는 왕자, 상계에서 두 번째 자리는 왕을 의미한다. 이를 근거로 해석하는 방법을 알기 쉽게 풀어낼 예정이다.
셋째, 위태 불안한 삼효와 그 위가 없는 상효의 속성을 관찰하고 응비승승(應比乘承) 등의 개념을 고려해 효사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하겠다.
넷째, 64괘 384효마다 실전사례를 가능한 많이 덧붙여 역경에 대한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하고 실전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독자 입장에서는 사례가 있어야 해석이 훨씬 쉬워진다. 지면 한계상 많은 사례가 들어가기는 힘들겠지만, 독자 자신 또는 주변 상황에 대입해 살펴볼 수 있도록 사례를 되도록 많이 넣으려 한다.
올해부터는 이처럼 보다 체계적으로 설명하면서 실전사례를 충분히 덧붙여 연재할 계획이다. 독자 제현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린다.
<칼럼니스트 동인(同人) 선생은…>
역(易)을 즐기고 역경을 통해 현실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해답을 찾는 사람이다. 평생 공직 생활과 대학교수를 했지만 언제나 자연과 인간, 세상사의 미래에 관심이 많았다. ‘만물의 생성과 변화, 발전은 어떻게 진행되고 어떻게 변해 어디로 가는가?’, ‘인간의 미래와 당면한 문제에 대한 예측은 가능한가?’ 이 두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20대 후반부터 역학(易學)을 두루 섭렵했다. 명리학과 풍수지리학 등을 공부했고 도시계획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매화역수와 역경을 공부하면서 역학의 뿌리를 알고 만물의 시작과 끝의 순환과정이 역경에 있음을 알았다고 한다. 그의 하루 일과는 역서(易書)를 읽고 강의와 상담하는 일이 전부이며 그 속에서 삶의 기쁨과 즐거움을 찾고 있다.
/정리=최명진 기자
정리=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