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이 담아낸 치유와 재생 이미자 초대전, 내달 6일까지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최명진 기자

2025년 01월 19일(일) 19:24

이미자 作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이 2025년 첫 기획초대전으로 이미자 작가를 초청, ‘흰’의 상징적 의미를 조명한다. 다음달 6일까지 진행되는 ‘흰, ing’ 전시에서다.

이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조각보 캔버스에 회화적 재료를 활용해 제작한 조형회화와 오브제 등 40여점을 선보인다.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이 자리한 호랑가시나무 언덕은 1900년대 초 선교사들의 정착지로, 지역사회의 치유와 재생을 이끌어온 공간이다. 특히 호랑가시나무는 한강 작가의 소설 ‘흰’에서 흰색이 서늘한 감정과 결핍을 담아내면서도 희망과 치유의 가능성을 품고 있는 의미와도 연결된다.

이 작가의 작업 ‘흰, ing’ 역시, 한강의 소설 ‘흰’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서늘한 감정을 치유로 승화시킨 예술적 과정이다.

한강이 ‘흰’에 대해 인간의 결핍과 상실, 그것이 내포한 깊은 의미를 통해 인간 존재를 탐구했다면, 이 작가는 이를 시각예술로 확장하며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구조물로 형상화해 새로운 치유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예술 작업을 시도하기로 결심한 작가는 금속 공예를 통해 조형적인 시각을 작품에 도입했다.

작품의 주요 색채인 ‘흰색’은 작업과정을 통해 승화된 부정적인 기억과 감정의 흔적이다. 작가는 초기 작업에서 강렬한 색채를 사용해 자신의 감정, 특히 욕망을 표현했다.

이후 작업에서는 흰색·검정·빨강이라는 단순한 색채를 사용해 감정의 깊이를 강조하고, 텅 빈 내면의 공간을 탐구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2021년 전시 ‘흰, ing’가 기억과 감정을 표현하는 시도를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2025년 전시 ‘흰, ing’는 감정과 기억에 대한 철학적 개념을 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형태와 오브제를 통해 작가의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낸다.

이미자 작가는 “한강 작가의 ‘흰’이 과거의 아픔에 대한 마침표라고 한다면, 나의 ‘흰’은 진행의 의미”라며 “작업을 통해 아픈 기억과 결핍의 정서를 지속적으로 승화해가는 과정이다”고 설명했다./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