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지 못한 말, 하늘에는 닿기를… 유가족 윤나리·김다혜·김성철씨 편지 안재영 기자

2025년 01월 19일(일) 19:56

지난 18일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린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 추모식에서 유가족들은 전하지 못한 말을 담아 눈물로 쓴 편지를 읽으며 하늘에 닿기를 염원했다.

◇“서른 넘은 딸 공주라 불러줘 고마워”

서른 넘은 자신을 ‘공주’라고 불렀다는 아빠(故 윤석호씨)에 대해 딸 나리씨는 그저 고마워했다.

처음 사고 기사를 접했을 때 어떻게 이런 일이 있나 싶었다가 아빠의 이름을 보고선 심장이 너무 뛰고 손이 떨려 운전하기도 힘들었다고 했다.

큰 사고가 아니길, 조금만 다쳤길 바랐다가 탑승객 전원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땐 차라리 아빠의 마지막이 고통이 아니길 빌었다고.

이렇게 돌아오시지 못한다는 걸 알았다면 여행을 못 가게 할 걸 후회 중이라는 나리씨는 눈물만 흐르는 이 순간이 지나고 언젠간 문득 아빠의 흔적을 찾아 추억하며 웃을 날이 오길 바랐다.

◇“함께한 모든 순간 간직할게요”

친구이자 멘토였던 아빠(故 김영준씨)를 떠나보내며 딸 다혜씨는 고인이 자주 하셨던 ‘너는 무엇이든 할 수 있어’라는 믿음의 힘으로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온기 없이 통통 부은 손을 붙잡으며 오열했다는 다혜씨는 가족을 지켜주는 든든한 아버지이자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친구, 어려운 문제에 해결책을 제시했던 멘토에게 사랑을 자주 전하지 못한 걸 후회한다고 했다.

그처럼 좋은 사람, 따뜻한 사람이 되겠다는 다혜씨는 함께한 모든 순간을 마음속에 간직하겠다며 작별을 고했다.

◇“언젠간 울지 않고 미소 지어볼게”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딸과 아내를 한날한시에 떠나보낸 김성철씨. 살아있길, 찾을 수 있길, 온전히 찾을 수 있길 바라던 그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딸이 엄마 품에 안겨 있던 덕에 상처 하나 없는 얼굴로 찾을 수 있었다는 것.

참사 전 꿈에서 딸로부터 ‘외로움 값’을 받았다는 김씨는 당시에는 알 수 없었던 의미를 이제 알게 됐다며 아내와 딸을 남겨준 분들과 함께 봉사하며 갚아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아내와 딸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볼 때마다 지금은 눈물이 나지만, 언젠가는 사진 마다 추억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어 보겠다고 전했다./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