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 속에서도 교육의 방향은 분명해야 한다 / 조영서

2025년 01월 22일(수) 18:53

조영서 주월초 교사

최근의 사회적 혼란은 우리에게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계엄 선포와 입법, 사법부에 대한 폭력 등 일련의 사태는 참담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따름이다. 시민 의식의 약화, 연대 의식과 신뢰 부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에 머무를 수는 없다. 오히려 교육은 혼란 속에서도 본질을 잃지 않고, 방향을 분명히 하며, 다음 세대를 위한 길을 제시하는 나침반이 돼야 한다.

교육의 본질은 인간의 성장과 공동체의 발전을 위한 토대를 만드는 데 있다. 사회적 혼란은 종종 이러한 본질을 외면하게 만들지만 바로 그럴 때일수록 교육은 다음과 같은 본질적 역할을 강조해야 한다.

교육은 학생들이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타인의 입장을 공감하며, 인간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도록 돕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정서적 안정과 공감도 교육의 영역이다. 학생들이 감정을 조절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건강하게 형성하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교육과정 속에 녹아들도록 해야 한다. 폭력과 갈등은 개인주의적 사고와 사회적 소외에서 비롯되기 쉬우므로 교육은 학생들이 더 큰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협력의 가치를 이해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공동체의 따뜻한 경험이 일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더불어, 학생들이 사회적 혼란 속에서도 정서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학교는 학생들이 안전함을 느끼고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누구나 도전할 수 있고 경험을 공유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도전할 기회를 제공하는 그런 교실 말이다.

특히 교육은 흔들리지 않고 미래를 설계하는 중심축이 돼야 한다. 혼란은 곧 새로운 방향을 설정할 기회이기도 하다. 이 기회에 우리 사회의 문제를 교육으로 개선할 수 있는 것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혼란스러운 사회적 상황에서는 잘못된 정보와 선동이 쉽게 퍼질 수 있다. 다양한 매체가 늘어나고 AI가 발전해 가는 미래 사회에서는 학생들이 정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교실에서는 사회 문제를 탐구하며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교육 활동의 기회를 많이 제공해야 한다. 프로젝트 학습과 토론 수업을 연계하여 주제를 심도 있게 배우고 이를 토대로 토론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이 다양한 관점을 이해하고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면서 비판적으로 사고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우리 아이들은 미래 사회의 주역으로서의 실력을 지녀야 한다. 아울러 창의적 사고력과 비판적 사고력, 문제 해결 능력을 신장시키기 위해서는 기초 학문의 토대가 튼튼해야 한다. 아이들이 수학, 과학과 같은 기초 학문을 배우면서 사고를 심화하고 사유의 시간을 가지며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의 시간을 갖게 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더 넓은 차원의 세계에 한 발 내디딜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더불어 수학, 과학 등과 같은 기초 학문을 실생활 문제와 연결해 학생들이 학습의 실질적 가치를 이해하고 문제 해결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학생들이 자신과 밀접한 지역사회와 우리 이웃, 나의 문제를 탐구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활동 등을 통해 기초 학문의 학습 동기를 강화한다면 더 많은 아이들이 실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혼란은 교육의 가치를 더욱 선명하게 만들어 준다. 교육은 단순히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가 아니라, 미래를 설계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교육이 나아가야 할 본질적 방향은 아이들이 미래를 준비하도록 도우면서 변화와 불확실성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교육은 희망의 플랫폼이다. 혼란은 일시적이지만, 교육의 본질은 영속적이다. 우리 광주교육은 아이들의 개인적 성장과 사회적 성장을 동시에 이루는 본질적 가치를 중심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교육의 모델이 돼야 할 것이다. 교육은 단순히 무엇을 아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으며,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묻는 과정이다. 혼란 속에서도 교육의 방향은 분명해야 하며, 본질을 잊지 않은 교육만이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 우리 광주교육이 그 본질을 지켜나가는 데 앞장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