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 영혼을 파괴하는 탄핵정국의 말들 / 김일태 |
| 2025년 02월 10일(월) 19: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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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靈魂)은 마음과 정신, 자유와 생명을 내포한다. ‘영혼을 파는 자’의 의미는 독일 시인이며 극작가 괴테(Goethe)의 희곡 파우스트(Faust)에서 파우스트 박사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파는 대신에 이 세상에서 갈구하는 모든 욕망을 최악의 힘을 동원해 채워간다는 줄거리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 탄핵과 구속 반대집회에서 여당 의원들은 백골단을 국회에 끌어들여 회견을 하거나 종교인과 강성 지지자들에게 ‘영혼을 파는 자’처럼 아부한다. 또한 탄핵을 반대해도 유권자들이 “시간이 흐르면 잊어버리고 또 뽑아준다”고 국민을 우매한 자로 조롱하고 있다. 탄핵심판 변론에서 대통령은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디에 있느냐”라면서 비상계엄을 “거야의 패악질에 경종을 울리는 통치 행위로 국회와 언론이 초갑(超甲)”이라며 내란을 부인했다. 급기야 대통령 대리인은 국민들이 비상계엄을 “계몽(啓蒙)령”으로 이해한다고 항변했다. 계몽은 낡은 구시대의 사상과 구제도(앙시앵 레짐)의 특권에 저항하는 합리적인 사유를 바탕으로 한다. 이것은 대리인이 구시대 왕정의 사고방식을 갖고 민주주의를 지킨 국민을 폄훼하는 ‘영혼을 파는 자’의 행태일 것이다. 내란 중요임무종사자 피고인 전 국방장관은 내란 우두머리에게 영혼을 팔듯이 “의원이 아닌 요원을 빼내라”는 궤변으로 구속된 부하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듯이 증언했다. 최근 변론에서도 대통령은 “실제 아무 일도 안 일어나…,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를 쫓아가는 느낌”이라는 ‘영혼 없는 말’로 증언했다.
관료조직의 행태는 더욱 가관이다. 공공선택이론에 따르면 평상시에 관료들은 정책의 효율적인 집행보다는 국회의 감시를 피해 예산을 늘려 조직을 키우고 자신들의 승진과 자리보전에 치중한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서는 관료들은 사고나 사건들이 발생하면 은폐하기에 급급하고 책임 소재 파악을 힘들게 하여 ‘꼬리 자르기’를 시도하기도 한다. 이런 행위들이 정부기능의 크기와 권한을 극대화하기 위해 권력의 남용을 저지른다고 윌리암 니스카넌과 리바이어던(Leviathan) 국가 이론은 지적한다. 이처럼 탄핵 정국에서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대다수 국무위원, 고위공직자들은 불법 계엄에는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안위만을 철저히 방어하면서도 여당에 동조하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 특히 권한대행은 내란 특검법 등 국회통과 법안들에 대한 거부권으로 실체적인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헌법재판관 2인의 선택적 임명으로 국정 혼란과 경제적 충격을 야기시키고 있다. 이것은 현 시국에서 불가능한 만장일치의 여야 합의 명분을 내세운 영혼 없는 기회주의적인 행위일 것이다. 그러나 불법 계엄 상황에서도 법무부 계엄 회의 참석 거부, 정치인 체포 지시 거부, 선관위 서버 압수 반대 등으로 정의의 편에서 참된 길을 걷는 관료와 군인들은 민주주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줬다. 그들은 역사와 국민을 위해 영혼이 살아 있는 정의의 언어를 증언했다.
언론과 방송에서 전문가나 패널은 정치적 논쟁에 휘말려 부정직함에 근거한 편견이나 궤변과 기만적인 양비론(兩非論)이나 양시론(兩是論)의 의견이 아닌 올바른 증거로 국민들에게 전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미국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좀비와 싸우다(Arguing with Zombies)」(2022)에서 전문가 활동에 관한 4가지 연구 규칙을 소개했다. 그 중에서 “부정직(dishonest)에 정직하자”는 것은 “그릇된 믿음(bad faith)”에 근거한 부당한 명령이나 지시를 국민들에게 알려주는 역할이고 “동기를 밝히기를 두려워 말자”는 그릇된 믿음에 항거해서 진실의 근거를 제시해 동기와 목적을 밝히는데 주저함이 없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것은 진실하고 정직한 전문가나 패널로 거듭나기 위해 새겨들어야 할 규칙일 것이다.
이제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행위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는 쟁점을 밝혀 위헌과 위법을 심판함으로써 국민주권의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하고 사법부는 내란 은폐와 왜곡을 규명하여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한 판결로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