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명화이야기]동행(同行) 세상을 움직이는 힘 ‘진실함’이 모여 발휘되는 세상을 바꾸는 힘!

2025년 02월 13일(목) 17:55

산드로 보티첼리 作 ‘비너스의 탄생’ <위키피디아 검색>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作 ‘피에타’ <위키피디아 검색>

빈센트 반 고흐 作 ‘해바라기’ <위키피디아 검색>

‘일체개고’(一切皆苦), 석가모니 부처님이 말했듯 ‘일체의 모든 것은 고통’ 즉, 삶은 고(苦)다.

이는 부정적인 의미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에 영원한 것은 없기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괴로울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알라는 말이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천지 차이일 것이기에 진리를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삶은 한결 편안해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삶을 살아가며 함께 할 동반자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비단 연인을 넘어 ‘함께 길을 가는 사람’을 뜻하는 동행자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든든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유명한 화가들의 옆에는 일명 ‘뮤즈’(단지 이성에만 국한되지 않은)라 불리는 동행자가 존재했던 경우가 많다. 역사에 업적을 남기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삶 또한 외롭고 고된 경우가 많고 그 고됨을 견디기가 수월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고통을 반으로 나눠줬던 조력자가 늘 함께 했다는 것도 진리이다.


-고흐와 고갱, 그리고 동생 테오
평생 가난 속에 살며 그림 한 점 팔지 못했던 고흐에게 있어 화가로서 가장 행복한 시기를 보내게 해줬던 동반자는 다름 아닌 고갱이다. 그리고 그의 인생 모두를 빛나게 했던 이는 바로 동생 테오였다.

하지만 화가로서의 성장에 큰 자극제가 돼준 고갱은 그에게 그렇게 친절하지는 못했다. 그런 둘 사이를 설명해줄 수 있는 작품이 바로 고흐의 유명작 ‘해바라기’다.

어렵사리 화가의 길로 접어들며 아를에 화실을 마련한 고흐는 평소 존경하던 고갱을 초대해 함께 거주하고자 했다. 고갱이 수락했지만 고흐는 초청 과정에서 아트딜러를 하던 동생 테오의 도움이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다만 그는 고갱과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게 함께하고 싶었던 화가와 한 화실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다는 사실에 고흐는 그의 방을 자신이 가장 아끼던 ‘해바라기’ 그림들로 꾸미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해바라기가 빌미가 돼 둘 사이는 틀어지고 만다.

짧지만 예술사에 큰 영향을 미친 이들의 만남은 말 그대로 충돌의 연속이었다. 선교사로 활동하다 27세에 화가로 전향한 고흐는 주로 농민과 노동자의 삶을 다뤘고, 작품에는 현실적이고 감정적인 표현들이 주를 이뤘다.

반면 주식 중개인으로 일하다 35세에 전업 화가로 전향한 고갱은 원시적이고 이국적인 주제와 색채에 매료돼 있어 둘은 상반된 취향에 끌렸고, 이들의 만남은 서로의 작품에 발전을 가져오는 계기가 됐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그리기를 좋아했고 이상주의자이자 몽상가였던 고흐와는 달리 냉혹하고 계산적이며 기억에 의존해 창의적인 그림을 그려내기를 선호하던 둘의 취향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렇지만 고흐는 아를에서의 시기를 고갱 덕에 창조적으로 보낼 수가 있었으며, 그 덕에 색채와 감정 표현은 더욱 깊어지고 강렬해졌다. 게다가 더욱 깊어진 표현 방법은 자신만의 성향을 찾아가는 데 충분한 자양분이 됐다.

고갱 또한 고흐의 감정적인 표현과 독특한 색채 감각을 자신의 작품에 적용시켜 낼 수 있었고, 이런 상호 작용을 통해 서로가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낸 것을 알 수 있다.

더불어 그들의 만남은 예술의 발전에도 중요한 영향을 끼쳐 오늘날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고 있다.

그럼에도 애지중지하던 해바라기를 그리는 고흐의 모습을 볼쌍사납게 그려버린 고갱의 그림이 발단이 돼 60일간의 짧은 둘의 동거는 비극적으로 끝이 나게 된다.

헤어졌지만 그들은 평생을 서로를 동경하며 때론 시기하며 살아가게 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등 세계적인 거장을 대거 키워낸 메디치 가문의 조력이 빛나는 이유
서구 역사상 가장 빛나던 르네상스 시기를 말할 때 메디치 가문을 빼고서 이야기할 수 없다.

죽음에 관한 슬픔과 아름다움을 절제된 형식으로 표현한 작품 ‘피에타’를 조각한 미켈란젤로 그리고 보티첼리, 천재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내로라하는 예술가들을 후원하며 세계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문화 운동인 ‘르네상스’를 이끈 메디치 가문은 그야말로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막강한 문화 권력을 보여줬다.

그 흐름을 가져왔던 요인으로는 문화 예술인들에 대한 전폭적인 후원이 컸다. 메디치 가문의 후원은 피렌체를 예술 및 문화 혁신의 중심지로 만드는 데 밑바탕이 됐으며 르네상스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화가에게 작품을 의뢰하고 재정적으로 지원해 아무런 제약이 없이 작업에 집중할 수 있게 했고, 작업장을 비롯해 국제적인 관심을 끌 예술 전시회까지도 후원했다.

화가들 이외에도 돔 건축으로 유명한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을 만든 필리포 브루넬레스키를 비롯해 화려한 조각과 금속 작품으로 유명한 벤베누토 첼리니, 르네상스 예술가들의 전기를 집필한 조르주 바사리 등도 후원했다.

피렌체의 유명한 우피치 미술관도 메디치가의 코시모 1세가 지은 건축물이기도 하다.

이런 메디치가의 후원이 없었다면 르네상스의 세계적인 유산은 생겨나지 못했을 것이며 무엇보다도 이를 더 빛나게 만들었던 건 바로 ‘진심’이었다.

보행 걸음걸이를 뜻하는 ‘pace’와 제조자를 뜻하는 ‘maker’의 합성어인 ‘페이스메이커’(pacemaker)는 ‘보행을 돕는다.’ 일명 ‘조력자’라는 의미를 갖는다.

다시말해 페이스메이커는 타인의 불완전함을 이해하고 격려하며 그의 성공을 위해 희생하는 자리를 말한다.

다만 희생이란 단어에 매몰되지 않고, 생각을 바꿔 시끄러운 정국과 불황 속에서도 선의(善意)를 향한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고 그 길을 향해 가기 위해서 서로가 서로의 페이스메이커가 돼줄 수 있다면, 남도 나도 그리고 나아가 우리 모두가 빛날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나보다는 둘이 낫고 둘보다는 셋이다.

“더불어 값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 그가 곧 친구인 것이다. 만일 우리가 어떤 사람과 사명을 같이할 수 있다면 그것은 곧 훌륭한 친구가 되었음을 뜻한다.” -100세 철학자의 행복론 중에서-

<이현남 (문화비평/갤러리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