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운의 캔버스산책]푸른 숨

2025년 03월 03일(월) 19:37

우주에서 본 지구는 푸르게 빛난다. 그 푸른빛은 단순한 색이 아니라 생명의 증거이자 고요한 숨결이다. 끝없이 펼쳐진 하늘과 깊은 바다는 서로 푸름으로 연결되며, 우리는 그 속에서 자연과 하나가 된다. 우주의 시선에서 지구는 작은 푸른 점에 지나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삶과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푸른빛은 단순한 색이 아니라, 자연이 우리에게 보내는 영원한 메시지다.

2025년, 을사년의 푸른 뱀은 지혜와 치유를 상징한다. 푸른빛은 마음을 평온하게 하고 상처를 덮어준다. 하늘과 바다, 돌과 흙은 모두 푸름으로 이어지며, 그 속에서 우리는 자연의 숨결을 느낀다.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리는 ‘푸른 숨’ 전시는 바로 이 푸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는 하늘과 바다의 추상적 색채를 회화로 표현한다. 푸른색의 농담과 레이어는 하늘과 바다의 끝없는 변화와 깊이를 담아낸다. 도예 작가 박선희는 제주의 바람, 돌, 그리고 물결의 기억을 흙에 빚어 도자기로 형상화한다. 그녀의 작품은 자연의 색채와 질감을 통해 구체적이면서도 서정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이 두 작업은 푸른빛을 매개로 연결되며, 회화와 도예의 경계를 허물고 자연과 인간의 깊은 관계를 드러낸다.

하지만, 이 전시는 단순히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나의 작업은 ‘광주의 기억’을, 박선희의 작품은 ‘제주 4·3의 흔적’을 품고 있다. 푸른빛은 아픔을 감싸고, 상처를 치유하며 새로운 생명을 피워낸다. 작품 속에서 우리는 과거의 이야기를 듣고 미래를 향한 희망을 발견한다.

푸름은 한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하늘이 저 푸른빛을 띠기 위해 얼마나 많은 바람을 품어야 했을까? 바다가 깊고 짙은 푸름을 얻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 파도를 타야 했을까? 그리고 그 푸름 속에는 우리의 숨결도 더해진다. 하늘과 바다, 돌과 흙, 그리고 우리 마음이 모두 하나로 이어지는 공간. 그것이 바로 ‘푸른 숨’이다.

‘푸른 숨’은 자연의 숨결과 예술의 메시지가 만나는 공간이다. 지구의 푸른빛처럼, 이 전시가 평화와 치유의 순간을 선사하길 바란다.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 화가 강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