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형 공공의료, 공공병원이 우선돼야 / 최영수 |
| 2025년 03월 23일(일) 19: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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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광주시의 광주의료원 설립 추진이 중앙정부 차원에서 한차례 무산된 상황에서 강기정시장이 광주의료원 설립 재추진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밝히고 있는 점은 적극 환영할만하다. 하지만 광주시의 공공의료 구상과 광주의료원 설립 추진 방향에 대해서는 동의가 어렵다.
강 시장은 공공의료 정책 대전환을 이야기하면서 민간의료에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민간의료에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것은 즉 민간병원을 활용해 공공의료를 구현하고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보여진다. 공공의료 강화에 대한 의지에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론 의문부호가 붙는다.
민간의료에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것은 윤석열정부의 공공의료정책 기조이기도 했다. 尹정부는 필수, 공공의료 강화를 언급하면서 공공병원에 대한 직접적인 육성이나 강화, 확대 보다는 민간병원에 대한 재정지원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나아갔다. 이에 따라 지방의료원 육성 예산이 100% 전액 삭감됐고, 일부 지방의료원들의 민간위탁운영이 추진되기도 했다. 광주의료원과 울산의료원의 설립이 결국 무산된 것도 이런 기조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尹정부의 공공의료정책에 대해 많은 보건의료인들과 보건의료단체가 정작 공공의료에 반하는 정책이라며 강력하게 비판했었다. 이번에 강 시장이 발표한 ‘광주형 공공의료 정책 대전환 추진 방안’도 尹정부의 공공의료정책과 닮아있는 부분이 있어서 우려가 된다.
광주시민들의 좋은 평가 속에서 운영돼오던 공공요양병원인 광주시립 제1요양병원의 파행 사태와 광주시립 제2요양병원의 강제 폐원 과정에서 광주시가 보여준 무책임하고 소극적인 태도는 ‘광주형 공공의료 정책 대전환 추진 방안’의 예고편이 아니었나 싶다.
민간병원을 활용한 공공성 강화는 수익성을 따질 수밖에 없는 민간병원의 특성상 그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데도 선의로 지속하는 민간병원은 없을 것이다. 즉 민간병원을 통해서 만으로는 공공의료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담보할 수가 없다. 때문에 안정적인 공공의료의 공급을 위해 설혹 착한 적자가 발생하더라도 광주의료원이나 시립요양병원 같은 공공의료기관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튼튼히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한편 강 시장은 광주의료원에 대해서 필수·중증 중심으로 설립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광주의료원을 필수, 중증 치료 중심으로 특화하겠다는 의도로 보이며 그게 사실이라면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서 자리매김해야하는 지방의료원이 그 본래의 설립 취지와 기능, 역할에 부합하게 될지 의문이다.
지방의료원은 필수, 중증 치료는 물론 의료전달체계의 확립, 의료취약계층의 의료접근성 보장, 의료시장에서 외면 받는 필수의료 제공 및 표준진료 마련과 제시, 공공보건 의료사업 그리고 대규모 감염병 사태 대응 등 지역 공공의료를 책임지고 명실공히 공공의료의 컨트롤 타워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그런 이유로 광주의료원을 필수, 중증 치료 중심 병원으로 특화할게 아니라 필수, 중증 치료와 함께 종합적인 진료를 위한 최소 9개 이상의 여러 진료과를 둔 300병상 이상 규모의 종합병원으로 설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19년 기준 광주시의 전체 의료기관 대비 공공의료기관 비율과 공공병상 비율은 각각 3,0%와 7.1%로 전국 17개 광역시도의 평균인 5.5%와 9.6%에 비해 많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민간병원을 활용하는 것도 좋지만 공공병원이 우선되고 튼튼해야 광주시의 공공의료도 더욱 건실해질 것이다.
‘광주형 공공의료 정책 대전환’의 일부 인식에 대한 대전환이 다시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