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詩]글썽 / 유 헌

2025년 04월 06일(일) 19:09

유 헌

저 별은 지금 저 별은 별이 아니다
별빛 먼저 보내고 생을 홀로 마감한 별
한 송이 순간의 별꽃 초신성 눈빛이다

아득한 어느 별의 전생을 뒤로하고
겁(劫)의 산맥 물들이며 나에게 달려온 너

천년을 글썽거리다
눈물 뚝, 떨군다.
(시조 시집 ‘온금동의 달’, 고요아침, 2024)

[시의 눈]

삼라만상 일체의 모든 존재는 각기 내재적 가치를 지니고 있을 터. 우주는 그 자체 내에 물질과 정신세계를 함축하고 있어 양자가 한 덩어리의 혼연일체라 하겠다. 그러므로 우주는 단순히 시공간으로 나열된 기계적 체계가 아닐 터. 즉 우주는 닫힘의 체계가 아니라 영원히 자기를 스스로 창조해가는 열림의 세계가 틀림없다. 근본적으로 가치상향적 세계인 것이다. 가치론적 우주의 질서를 ‘하늘의 원초적인 힘인 건원에서 만물이 비롯되며, 땅의 생산하는 모체인 곤원에서 만물이 생육된다’가 이를 잘 설명해준다. 생명을 낳고 거두는 모든 변화의 과정인 역은 하늘의 본질이고, 도의 과정이며 인간 행위의 준거 틀이기도 하다. ‘글썽’, 이 한방울의 맑은 눈물이 직관적인 우주적 교감과 깨달음을 가져왔다. 급격한 대폭발 후 엄청난 빛을 내며 생을 마감, 폭발로 생성된 원소들은 우주로 퍼져나가 다른 천체와 별들로 다시 태어나는 초신성, 새로운 이 별의 눈빛을 화자는 반갑고 놀라운 가슴으로 맞고자 한다. 자신의 소우주 안에서 새로운 세계를 두근거림으로 맞딱뜨리기 때문이다. 가속 팽창하는 대우주 속에서 하찮은 공간을 차지하고 살면서 사람들은 으르렁거리고 대립한다. ‘글썽’은 그런 성찰의 눈물로 비친다. <윤삼현·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