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갈등과 주민자치 / 서순복

2025년 04월 13일(일) 18:39

서순복 품자주자시민들 대표회장 / 조선대 법학과 교수

칡나무(葛)는 줄기가 왼편으로 자라고, 등나무(藤)는 오른편으로 자라 서로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없기에, 칡나무와 등나무의 속성에서 갈등이라는 용어가 탄생했다. 다산 정약용도 ‘악서고존(樂書孤存)’에서 일이 복잡하게 얽힌 것을 빗대어 칠등팔갈(七藤八葛), 즉 일곱 개의 등넝쿨과 여덟 개의 칡넝쿨이라 했다. 현재 한국사회의 갈등이 심각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행한 ‘2024 사회통합실태조사’에 의하면, 사회 갈등 인식도는 4점 만점에 2021년 2.89, 2022년 2.85, 2023년 2.93, 2024년 3.04, 이렇게 해가 갈수록 갈등이 늘어가고 있다. 주요 사회갈등 유형별 심각도 인식에서 제일 심각하게 느끼는 갈등은 진부와 보수 갈등(3.52) > 수도권과 지방(3.06) > 정규직과 비정규직(3.01) > 노사갈등(2.97) > 빈부갈등(2.96) 순으로 조사되었다(연합뉴스, 2025.3.3.). 한국사회의 갈등은 여러 유형이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는 ‘압축적인 갈등’이요, 이해관계의 갈등과 가치관의 갈등이 결합된 복합적 갈등이다. 경제적 이익을 둘러싼 이해갈등이 다양한 가치관의 충돌과 동시적으로 분출되고, 외환 위기 이후 심화되고 있는 한국사회의 양극화 현상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전개된 이념대립을 사회 경제적 영역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2024년 12월3일의 말도 안되는 비상계엄 선포와 이후의 탄핵정국에서 이념 갈등으로 인한 국회, 광화문, 헌재 앞에서 탄핵찬성과 반대집회로 우리사회는 너무도 많은 사회적 비용을 지불했고 그 고통을 감당해야 했다. 대한민국에서 국민 노릇하기도 힘들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내란으로 인한 국민의 불안과 불면과 트라우마를 어떻게 배상해야 하는가? 이런 에너지를 문화창의 융성과 미래 발전을 위해 쏟아부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수도권은 일극집중체제로 인해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지방은 인구소멸과 감소로 위태로울 지경이다. 자치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고, 오히려 후퇴한 측면도 있다. 흔히 갈등이란, “둘 또는 그 이상의 당사자들이 목표의 양립불가능 상황에서 상호작용하는 역동적 과정”을 뜻한다고 한다. 갈등에는 ‘당사자 간의 동의 여부’, ‘이해관계의 양립 가능성’, ‘실제와 인식간의 차이’, ‘세계관 및 행위양식의 불일치’ 등이 공통적으로 포함 된다.

국가, 정부 차원에서의 갈등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차원에서도 갈등도 여전하다. 특히 집합주택, 이른바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밀집돼 등장하면서 이웃간 사소한 분쟁, 예컨대 층간소음 문제, 화장실 누수 문제, 베란다 흡연 문제, 산책길 반려견 문제 등도 빈발한다. 우리나라에서 이웃간 분쟁해결센터가 가장 먼저 생긴 곳이 바로 광주시이다. 주민자치회와 연계하여 소통방을 꾸려 운영하는 곳도 있고, 화해지원인을 양성해 이웃간 사소한 분쟁에 대하여 화해를 돕고 있다. 물론 우리 사회에서 갈등이 없을 수는 없다. 비온 뒤에 땅이 굳듯이 갈등의 긍정적 측면도 있기는 하다. 문제는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는냐 이다.

갈등을 부추기는 영향요인은 정치권과 극단적 유튜브 환경 등이 영향을 준다.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에서 이념갈등이 극에 달했다. 상대를 적대시하고 혐오한다. 회복이 어려울 정도다.

이제는 사회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고, 사회통합이 필요하다. 갈등해결은 갈등관리 능력의 요인들과 관련된다. 갈등이 사회적 발전의 에너지로 전환되는데 필요한 제도적 역량과 당사자들의 합의를 유도하는 관리 기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의견이 다른 것은 좋다. 건강한 것이다. 그러나 지나친 것이 문제다. 나와 조금만 의견이 달라도 적이 되고 원수가 된다면 이를 어찌할 것인가? 다른 것과 틀린 것은 결코 같지 않다. 다양성 속에서 조화와 일치를 이루어 가는 이 훈련을 작은 마을 공동체에서부터 출발하자. 충분한 정보공개를 바탕으로, 온라인 오프라인상의 토론과 공론장을 통한 주민들의 의견수렴을 통해 집단지성을 발휘하면 좋겠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