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정칼럼]다시 시작하는 민주주의, 더 단단한 공화국으로 / 채은지 |
| 2025년 04월 16일(수) 18: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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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을 사인에게 유출하고,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주권과 평등권을 침해한 책임으로 파면됐다. 광장을 가득 메운 촛불은 권력의 일탈을 단호하게 거부했고, 국민은 다시 한 번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역사적인 심판을 완성했다.
그리고 2025년,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됐다. 이는 단지 한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 헌정질서를 위협한 권력에 대해 국민이 내린 준엄한 판결이다. 또한 동시에 헌법이 여전히 살아 있고, 민주주의가 국민의 손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입증한 시간이었다.
우리는 이제, 이 반복된 심판의 의미를 냉철하게 되짚어야 한다.
전두환의 비상계엄 이후 한 세대도 채 지나지 않은 시간 동안, 대한민국은 두 명의 대통령을 탄핵했다. 그리고 그들 모두 같은 정당에서 배출돼 반복적으로 헌정질서를 위협한 끝에 국민의 이름으로, 그 정당이 잊고 있던 진짜 ‘국민의 힘’에 의해 퇴장당했다.
이것은 단지 인물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 구조의 근본적 결함이고, 민주주의를 권력의 도구로 전락시킨 구조적 퇴행의 결과다. 책임 없는 권력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아무런 성찰과 변화 없이 다시 후보를 내겠다는 정당으로 인해, 우리 정치는 깊은 불신과 고립에 빠져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어떤 정치와 어떤 국가를 선택할 것인가.
곧 치러질 조기 대선은 단순한 권력 교체의 절차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국민과 국가 사이의 계약을 어떻게 다시 쓸 것인지에 대한 본질적 질문이 주가 돼야 한다. 국가가 해야 할 책무, 우리가 함께 살아갈 사회의 방향,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한 구조가 새롭게 설계되어야 할 때다. 그 방향을 다음의 세 가지 공화국으로 제안해 본다.
첫째, 공공이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공화국으로.
국가는 더 이상 경쟁과 위험을 개인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 기본소득, 기본주거, 기본돌봄은 단순한 복지정책의 확장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 인프라이며, 시민이 두려움 없이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가장 기본적인 국가의 책무다.
둘째, 미래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공화국으로.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다.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AI 인프라 구축은 대한민국이 생존과 성장의 균형을 이루기 위한 핵심 전략이 돼야 하며, 이에 수반되는 정의로운 전환을 통해 산업구조와 노동시장 전반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셋째, 모두가 주인이 되는 균형 잡힌 공화국으로.
수도권 일극 체제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서울공화국의 시대를 끝내고, 각 지역이 스스로 성장 동력을 창출하며 국가 발전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 지방분권 가치 실현과 균형발전을 제도화하여 대한민국 전체가 함께 숨 쉴 수 있는, 다극적이고 지속가능한 국가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위기를 통해 진화한다.”
실패와 균열, 권력의 오만이 민주주의를 무너뜨릴 수는 있지만, 그때마다 우리는 국민의 힘으로 제도를 다시 작동시키고, 공화국의 기초를 더 단단히 다져왔다.
이번 조기 대선은 그 증명 위에 세워질 또 하나의 진화다.
파괴된 신뢰를 복원하고, 헌정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
그 시작은 결국 국민의 선택이고, 그 완성은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더 단단한 공화국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