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란(牡丹)과 화투, 수용의 미학 / 곽복률 |
| 2025년 04월 21일(월) 19: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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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봄이 되자 모란은 더욱 아름답게 피어났고, 이후 낙양은 ‘모란의 도시’로 불리게 됐다. 측천무후는 다시 모란을 궁으로 들이려 했지만, 모란이 자신의 뜻을 거스른 것에 대한 벌로 향기를 없애버렸다고 전해진다. 이 설화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 없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수용의 원리’라는 개념을 떠올려볼 수 있다.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모란이지만, 그 대가로 향기를 잃었다. 꽃의 여왕이라 불리는 장미는 화려하지만 치명적인 가시를 지녔다. 우리가 모란을 선택했다면 그 향기 없음을 탓해서는 안 되고, 장미를 선택했다면 가시의 존재까지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수용의 원리가 지켜지는 사회야말로 조화롭고 향기로운 사회가 아닐까.
명절이나 가족 행사 때면 흔히 고스톱을 즐긴다. 화투(花鬪)는 ‘꽃들의 싸움’이라는 의미를 지닌 놀이로, 총 48장의 패가 1월부터 12월까지 열두 달을 상징한다. 화투 패에는 주로 꽃과 식물이 그려져 있으며, 사슴이나 멧돼지 같은 동물도 등장한다.
많은 이들이 ‘화투’와 ‘고스톱’을 혼동하지만, 화투는 게임 카드 자체를 의미하며, 고스톱은 그 카드를 이용한 게임의 한 종류다. 고스톱에는 엄격한 공식 규칙이 존재하지 않으며, 참가자들 간의 ‘플레이어스 룰’이 우선시된다. 이는 골프에서 ‘로컬 룰’보다 ‘동반자 룰’이 더 중요시되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사전에 규칙을 명확히 정하지 않으면, 게임 도중 해석 차이로 얼굴을 붉히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화투의 기원은 일본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 뿌리는 16세기 포르투갈에서 유래해 일본을 거쳐 한국에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 일제강점기였던 1930년대, 일본의 닌텐도(Nintendo)는 경성에서 화투를 제작·판매했으며, 현재 그 닌텐도는 글로벌 게임 기업으로 성장했다. 설 연휴 동안 가족과 일본을 여행하며, 아들녀석과 오사카(大阪) 우메다(梅田)에 위치한 닌텐도 전시관을 방문하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서 화투는 종종 부정적인 이미지로 묘사된다. 예컨대 영화 ‘타짜’에서는 사기도박의 도구로 등장한다. 그러나 서울 종로의 한국관광공사 5층 ‘하이커(HIKR)’에서는 방문객을 위한 기념품으로 화투를 판매하는 등, 점차 문화적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엔 ‘화토’라는 잘못된 발음도 흔했지만, 정확한 표기는 ‘화투’이며, 이는 십장생과 사군자의 전통 도안에서 유래했다. 심지어 캐나다 초등학교 수학 교과서 ‘Math Focus 6’에서도 ‘Korean Flower Card’라는 이름으로 화투가 소개되었을 정도로, 화투는 한국 대중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이제 화투를 단순한 도박 도구가 아니라, 바둑이나 장기처럼 전략적 요소가 있는 두뇌 스포츠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흥미롭게도 화투 패에서 6월을 상징하는 카드는 모란(牡丹)이다. 모란은 풍성한 꽃잎으로 인해 부귀영화를 뜻하는 꽃으로 알려져 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의 시인 영랑 김윤식 선생의 생가에서도 모란 꽃몽오리가 여물어 올라오고 있다. 화투에서는 6월을 상징하지만, 전남 강진의 영랑 생가 장독대에서 자라는 백 년 넘은 모란은 4월 말이면 만개할 것이다.
사회적 혼란과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강진의 ‘반값여행’을 활용해 ‘남도의 맛과 멋’을 즐기는 것은 훌륭한 힐링이 될 것이다. ‘남도답사1번지’로 불리는 강진을 둘러보고 맛집을 탐방하는 여정은, 모란(牡丹)이 만개하는 시기에 더욱 특별한 감성 충전의 경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