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예술은 지금 어디에 서 있나? 일곱 개의 시선 / 노희용 |
| 2025년 05월 07일(수) 20: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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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인간의 본성이다. 언어보다 먼저, 문명보다 앞서, 인간은 그림을 그렸다. 알타미라의 동굴벽화, 쇼베 동굴의 사슴 그림,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손자국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것도 아니었고, 생존을 위한 것도 아니었다. 예술은 그렇게 시작됐다. ‘남기고 싶다’는 본능에서, ‘살아 있었다’는 증표로.
문화는 삶의 총체이다. 사람이 살면서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을 표현해서 남기고 전승하는 것이 바로 문화다. 그 문화의 한 중심에 있는 것이 예술이며 그 장르도 다양하다. 시각, 공연, 문학, 디자인, 미디어, 연극 등등. 예술은 전승되는 과정에서 그 시대적 상황에 따라 나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첫째, 사회적 변화 촉진의 관점이다. 가수 ‘니나 시몬’의 노래는 흑백분리의 미국을 뒤흔들었고, 한국의 민중미술은 가난한 노동자의 삶을 화폭에 올렸다. 예술은 불의 앞에서 침묵하지 않는다. 사회적 모순을 드러내고, 침묵을 깨뜨리며, 새로운 현실을 촉구한다. 그것은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변화의 기폭제다.
둘째, 정치·권력 비판의 관점이 있다. 피카소의 ‘게르니카’는 전쟁의 진실을, 5·18민중항쟁을 그린 그림은 은폐된 역사를 드러냈다. 예술은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오히려 권력의 억압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역사에 저항의 흔적을 남긴다. 그것은 은유를 통해 진실을 말하는 가장 강한 언어다.
셋째, 인간 이해와 철학적 성찰의 관점도 있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는 돌에 새겨진 고통이고, 반 고흐의 자화상은 고독한 영혼의 비명이다. 예술은 인간 존재의 물음과 마주한다. 나는 누구인가. 왜 살아야 하는가. 철학이 논리로 답할 때, 예술은 감각과 이미지로 답한다.
넷째, 개인의 치유와 삶의 질 향상의 관점이다. 정신병원 속의 반 고흐는 별을 그리고, 음악은 전쟁 트라우마를 치유한다. 예술은 일부러 위로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위로가 된다. 그것은 약이 아니지만 삶을 견디게 한다. 말로 할 수 없는 감정을 조용히 감싸는 손길이다.
다섯째, 경제·산업 생태계의 관점이다. 스페인의 빌바오는 미술관 하나로 도시의 운명을 바꿨다. 예술은 산업이 되고, 콘텐츠가 되고, 도시의 브랜드가 된다. 창작은 감성의 경제를 움직이고, 지속가능한 창작 생태계는 사회 전체의 문화 자립을 이끈다.
여섯째, 생태·기후 위기 대응의 관점이 대두되었다. 베니스 비엔날레에 전시된 기후작품은 데이터가 아닌 체험으로 지구의 위기를 전했다. 플라스틱 바다와 빙하의 소리는 과학보다 강하게 울린다. 예술은 위기를 감각화하고, 행동의 전환을 촉진한다.
일곱번째, 기술과 미래사회의 관점이 있다. NFT, VR, AI… 기술은 예술의 새로운 무대다. 미국 예술가 ‘비플’의 디지털 아트는 예술의 소유와 전시 개념을 바꾸었고, AI는 새로운 창작 파트너가 됐다. 미래 사회의 감성적 방향성을 예술은 먼저 상상하고 구현한다.
결론적으로 예술은 인간의 본성이다. 인간은 불을 피운 후, 동굴에 그림을 남겼다. 예술은 말보다 먼저 존재했다. 지금도 누군가는 누가 보지 않더라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인간인 이유다. 예술은 사회를 움직이고, 시대를 비추며, 미래를 앞당긴다. 언어가 다르고 국경이 달라도, 예술은 연결한다. 그래서 예술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로든 가는 길이다.
바야흐로 정치의 시절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문화예술의 힘으로 살아가는 시대를 맞이했다. 김구 선생님 말씀을 다시 되뇔 필요도 없다. 문화강국은 모두가 원하는 바다. 새 정부는 문화예술을 말로만 육성해서는 안 된다. 일단 예산부터 늘려야 한다. 문화예술 예산은 문화예술진흥기금, 청년예술인 지원, 문화누리카드 등 다양한 사업에 활용된다. 이는 국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예술인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둔다. 그런데 문화강국을 추구하는 대한민국의 2025년 문화예술분야 예산이 7조1천억 원밖에 되질 않는다. 국가 총예산 656조 원 중에서 1.08%다. 이게 문화강국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