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침묵과 마주한 예술, 잊지 말아야 할 이름들… 재독 작가 정영창 특별전, 오는 31일까지 예술이빽그라운드 ‘몫숨’…살아남은 자의 자발적 헌정, ‘나는 이 숨으로 그린다’ ‘꽃 지고 피다’ ‘도청 복도’ 등 5·18 흔적·기억 담은 울림 전해 최명진 기자

2025년 05월 12일(월) 18:49

정영창 작가

재독 작가 정영창이 오월의 기억을 화폭에 새긴 특별전을 연다. 5·18민중항쟁 45주년을 맞아 오는 31일까지 예술이빽그라운드(동구 구성로 204번길 1-1)에서 열리는 정영창 작가 초대전 ‘몫숨’이다.

정영창 작가는 1980년 5월 광주의 죽음을 기억하며 살아남은 자로서의 윤리적 책임을 예술로 풀어내는 작업을 펼쳐왔다.

목포 출생인 그는 1983년 독일 카셀종합대학 미술대학에 입학한 이후 현재까지 뒤셀도르프에 거주하며 활동 중이다. 전쟁과 폭력, 죽음과 생존의 윤리를 주제로 독일·프랑스·네덜란드 등지에서 활발히 전시를 이어왔으며, 매년 오월을 기억하기 위해 광주를 찾고 있다.

2018년에는 5·18민중항쟁 38주년 행사에서 대형 회화 ‘검은비’를 통해 옛 전남도청 상무관을 추모의 공간으로 채운 바 있다.

이번 전시 주제인 ‘몫숨’은 죽은 자의 몫까지 살아 있는 이가 숨 쉬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정영창 특별전 ‘몫숨’이 열리고 있는 예술이빽그라운드 전시 전경.

‘나는 이 숨으로 그린다’는 작가의 말처럼, 그의 회화는 감상의 차원을 넘어 기억과 책임의 감각을 묻는 예술적 실천이라 할 수 있다.

전시는 신작 중심으로 구성됐다. 가로 1.2m, 세로 1.9m에 이르는 대형 회화 ‘꽃 지고 피다’를 비롯해 ‘검은비 연작’ 6점, ‘쌀 연작’ 4점 등 총 25점의 회화 작품과 영상 1점이 설치된다. 2017년 제작된 ‘도청 복도’, ‘도청 방송실’도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된다.

도청 복원사업과 연계한 설치작업도 함께 선보인다. 옛 전남도청 공간에 대한 작가의 오마주로, 현재 복원 공사가 진행 중인 도청 현장에서 가져온 흙과 오브제를 활용해 공간과 기억, 존엄의 현재성을 설치 형태로 구현했다.

전시작 ‘산이 된 사람’은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 속 한 구절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먹과 아크릴로 표현된 이 작품은 이미 생기를 잃은 육체가 화면 중앙에 누운 형이상학적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죽은 이들이 ‘산’처럼 버티고 서 있는 그림은 오월의 침묵과 슬픔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당금 예술이빽그라운드 대표는 “이번 전시는 예술적 형식으로 5월을 기억하고자 하는 자발적 헌정이자 오월 정신을 오늘에 계승하려는 시도”라며 “그의 작업은 광주를 넘어 오늘날의 민주주의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큰 울림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자세한 내용은 예술이빽그라운드 SNS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관람 시간은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매주 수요일은 휴관이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