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학교 악성민원 노출 교사 보호 또 시늉만 낼텐가 김종민 논설위원

2025년 05월 27일(화) 19:39

각급 학교에서 여전히 수많은 교권 침해가 벌어지고 있다. 교사 입장에서 정당한 교육활동을 했더라도 학부모가 문제 삼아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당국의 온갖 대책이 겉돌고 있다. 교육계가 제주도의 한 중학교에서 발생한 비극에 깊은 애도를 표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은 더 없어야 할 것이다.

광주시교육청은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시스템을 확인하고, 침해받는 교원을 도울 실질 방안 모색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사이버 추모관을 통해 심리 상담, 법률 신청, 교권 자료실 이용도 가능하도록 했다. 전남도교육청은 민원 전화의 교사 직접 연결을 금지하고, 모든 학교에서 대응팀을 필수적으로 운영하며, 교장이 책임지고 처리하는 조치가 잘 적용되는지 재점검한다.

유족 측은 학생 가족의 지속적인 민원을 받아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할 만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인간적으로 모멸감에 빠졌을 수 있다. 감당못할 무거운 짐이었을 게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이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교사 절반 가량이 최근 1년 이내 악성 민원을 경험했다. 개인 휴대전화 및 온라인 소통앱 등을 통해서다. 2023년 7월 서울 서초구 서이초에서 교사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후 교원지위법 등을 포함한 ‘교권 5법’이 제정되긴 했으나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교사들은 오롯이 학생의 학습과 생활지도에 전념하고 싶다. 민원도 이에 한정돼야 하는 것이다. 이외의 과도한 요구, 압박은 마땅히 사전에 걸러져야 한다. 완벽한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는 민원 대응팀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 교원이 마음 놓고 천직으로 만족하며 교육활동에 힘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특히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뒤따라야 하겠다.

교권 침해를 넘어 붕괴로 진행 중이다. 아이들의 미래도 함께 무너지고 있다. 교사의 안전부터 지켜내야 한다. 상호 인권 존중의 문화를 조성하자. 행복한 학교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탁상행정에 머물러선 안 된다. ‘스승의 날’, 단 하루마저 웃지 못하고 있다. 회복 불능 수준으로 사기가 저하돼 있다. 교육 당국은 ‘바뀐 것이 없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더 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