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없이 시작한 새 정부에 국민의 미래가 달렸다 김종민 논설위원

2025년 06월 03일(화) 21:56

헌법재판소의 현직 대통령 파면 후 불과 60일 만의 급작스런 선거였다.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하지 않는 상황에서 난데없이 선포된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의 여파로 치러진 제21대 대선이 무사히 막을 내렸다. 당선 확정과 함께 임기를 시작한 새 정부는 국정 안정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고 출발선에 섰다. 취임식도 국회에서 선서 위주로 간소하게 진행된다. 대표 권한인 군통수권도 동시에 바로 행사한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가 파괴되면서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책 비전보다는 마지막까지 네거티브 공방으로 치열했다. 보수 성향 단체의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댓글 조작단 운영 의혹도 막판에 불거졌다. 선거 과정 중에 현수막·벽보 등 훼손, 딥페이크, 폭력 행위 등이 난무했다. 사전투표 기간 방해, 소란도 적발됐다. 심지어 후보 살해 협박까지 한참 선을 넘었다. 상대 정당 이미지 훼손을 노린 ‘노쇼’ 사기도 접수됐다. 경찰청은 2022년 20대 대선과 비교해 선거 폭력은 2.2배, 현수막·벽보 훼손 등은 3배로 급증하는 등 대면형 범죄가 크게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갑작스러웠다. 헌정사 두번째의 대통령 탄핵과 함께 조기 대선이 실시됐다. 2027년 예정에서 2년 앞당겨졌다. 평온한 일상을 뒤흔든 45년 만의 계엄, 그리고 6개월이 지났다. 또 2달 간의 선거를 통해 차기 정부가 출범했다. 둘로 쪼개진 국민적 분열을 극복하고 진영을 망라해 포용하며 회복의 시대로 나아가는 대통합의 리더십이 시급하다. 대통령의 가장 중차대한 과제가 되는 셈이다. 최고 지도자 공백 상태에서 정치 상황도 극단적으로 치달았다. 제1야당의 후보는 방탄조끼를 착용했고, 방탄유리 뒤에서 유세를 펼쳐야 했다. 더욱 곪아가는 사회 갈등을 속히 봉합해야 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시도를 평범한 시민들이 온몸으로 막아냈다. 헌재의 파면 선고를 기다리며 차가운 겨울 밤을 거리에서 지새웠다. 숨돌릴 틈이 없다. 국가 재건을 서둘러야 한다. 더욱 단단한 민주주의를 만들어야 한다. 준비된 미래 비전을 차근차근 실천해야 한다. 위대한 대한민국, 진짜 민주주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할 일이 적지 않다. 총칼보다 강한 주권자의 적극적인 투표였다. 패자는 곧바로 승복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불법 비상계엄 이후 국론을 결집할 새 대통령의 역할이 엄중하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