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일가족 비극…지역사회 안전망 점검의 계기로 김종민 논설위원

2025년 06월 04일(수) 18:10

40대 가장이 대선 전날 밤 광주에서 체포됐다. 전남 진도군 임회면 진도항에서 승용차를 몰고 바다로 돌진해 아내와 고등학생 두 아들 등 3명을 숨지게 한 혐의다. 사전에 가족여행으로 가장했으며, 마지막 순간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먹였다. 참혹한 범죄다.

광주 북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조사에서 수많은 빚 때문에 힘들어 함께 생을 마감하려 했다고 진술했다. 건설 현장에서 일한 피의자는 월세로 원룸에 거주 중이었으며 기초생활수급자 등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웃들은 공사장에서 철근 작업을 한 성실한 남자로 기억한다. 아내도 평범했으며, 아들들도 학교를 잘 다녔던 걸로 알았다. 명백한 살인이다. 가족의 생명을 경시한 잘못된 행위다. 지역사회는 할 말을 잃었다.

앞서 4월에는 아파트 분양사업을 벌여온 50대가 수십억 상당의 채무에 부담을 느껴 경기도 용인 자택에서 부모와 처자식 등 5명을 살해하고 광주로 달아나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검거돼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돈 문제 뿐 아니라 중대 질병 등으로 인한 사례까지 전국에서 잇따르고 있다. 잊을만 하면 유사한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 사회적 고립 해결을 위한 대책이 겉돌고 있다. 가족을 독립적 개체로 보지 않고, 자신과 동일시하는 현상이 여전하다는 반증이다. 지역 공동체가 위기를 조기에 감지하고 대응에 나서겠다고 누누이 강조하고 있지만 복지 사각지대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실질적인 생활 형편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긴급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부모가 성인이 안 된 자녀까지 소유물로 여겨 죽음에 이르게 했다.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우리 사회의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