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당]잎의 사원 / 시 - 김현경

2025년 06월 23일(월) 20:16

신작로 가로수 밑에 사바의 중생처럼
버려져 있는 낮달맞이꽃 한 송이를 발견했다
배추시래기처럼 시들어 있는 것이 너무 안타까워
집으로 가져와 화분에 심었더니
고마움의 표시인 양,
생기를 머금고 잎사귀가 되살아났다
아침, 저녁으로 들여다보니
색(色)의 향긋한 향기가 콧속으로 들어왔다
부처님께서 펼치시는 향기로운 화엄의 세계
하늘을 향해 고개를 쳐드는 꽃잎 따라
깨어난 듯 만개한 잎, 잎들,
서로 합장을 하는 모습으로

점, 점, 점 번지는 푸른 눈망울 사이로
은은하게 퍼져나가는 꽃의 향기
몸속에 암세포처럼 박혀있는 사리를 주워 들며
대자대비한 미소를 지어본다

매일 합장해서 드릴 공양이 생겼다

<김현경 약력>
▲‘열린시학’, ‘시조시학’ 등단
▲‘문예사조’ 동시 등단
▲동천문학 회원, 열린시학 회원
▲광주문인협회 회원, 전남시조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