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마당]나는 ‘화·토’를 좋아한다 / 수필 - 김정옥 |
| 2025년 08월 04일(월) 19: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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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보면 다가와 주머니에 땅콩을 한주먹 쓱 넣어주고 가는 회원, 주일마다 달걀을 구워오는 착한 후배, 아이스 매실이나 커피를 타오는 사람, 아이스 봉투에 시원하게 오이나 과일을 넣어 가지고 오는 회원 등등 가지고 오는 것도 가지가지이다. 그 사람의 취향도 알 것 같다. 물론 가지고 오지 않는 회원도 있다. 그것도 좋다. 맛이 있다고 같이 먹어주는 사람도 있고 베푸는 것이 즐거운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면 어느새 고갯마루를 넘고 들길을 지나간다. 바람 따라 길을 걸으며 많은 위로를 받는다.
가다 지치면 정자에 앉아 시 낭송을 들으며, 시와 자연이 주는 묘한 일체감에 빠지기도 한다. 즉석에서 시를 단체 카톡에 공유하고 그 시를 같이 읽고, 흥얼거리기도 하며 쉬었다 가는 풍경들이 정겹다. 운이 좋은 날은 누군가 기타나 하모니카를 가져와 즉석에서 산길 버스킹을 하기도 한다. 그윽한 산길, 느낌 있는 길에서 이루어진 산중 음악회. 팀을 짜서 팀 대항 장기 자랑을 할 때도 있다.
구부러진 길을 가며 시누대의 서걱거림도 듣는다. 담장 낮은 어느 집을 들여다보니 거위 떼가 날개를 양옆으로 치켜세우며 우리를 보고 꽥꽥거리며 달려온다. 반가워서 달려오는지, 집을 지키기 위해 우리를 위협하려고 오는 건지 아무튼, 무서워서 일단 도망을 간다. 한참을 가다 보니 다시 조용해진다.
어느 해변에서는 바닷냄새 가득한 해산물을 사고, 섬 특유의 6쪽 토종 마늘도 산다. 단돈 만 원에 들기도 어려울 만큼 많은 냉이를 사는가 하면, 5천 원에 산 시금치가 하도 많아 4명이 나눌 때도 있다. 맛있는 섬 감자도 산다. 어디를 가나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이 먹거리를 사는 것도 즐겁다. 그래서 나의 별명이 ‘사날라’이고 후배는 ‘퍼날라’이다.
가는 곳곳마다 그 고장의 맛집을 찾아다니며 먹는 점심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여주의 쌀밥, 안의의 갈비탕. 강원도에서 먹었던 감자옹심이, 남해의 멸치 쌈밥, 제주도의 통갈치구이 등 맛집 순례도 답사에서 빼놓을 수 없다. 당신이 좋아서 하고 당신이 먹고 싶어서 점심을 고른다는 교수님을 말릴 수 없다.
무엇보다 으뜸은 광주 시내를 한 바퀴 돌며 픽업하는 교수님. 그럴 때면 맨 처음 탄 사람은 시내를 한 바퀴 돌아서 가고, 귀가 때는 유치원 버스처럼 반대로 돌아서 제일 늦게 내린다. 그래도 모두가 행복하다. 누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는가.
크리스천의 사랑을 실천하며, 무슨 사명처럼 남을 위해 봉사하는 교수님, 부디 건강하시어 오래오래 우리의 건강과 마음을 튼튼하게 이끌어 주실 것을 빌어본다.
‘하루에 3시간을 걸으면 7년 후에 지구를 한 바퀴 돌 수 있다’라는 말처럼 우리는 ‘화·토’에 걷는 것을 좋아한다. 굽이굽이 구부러진 길에는 그리움이 흐른다. 파란 하늘의 흰 구름이 처연하게 아름답다. 그리고 오늘도 걷는다.
<김정옥 약력>
▲전국디지털문학상, 광주문인협회 인터넷백일장 당선
▲제1회삼봉정도전시조문학상, 영광21신문시 부문 우수상
▲영광디카시 우수상, 시인보호구역전국디카시 수상
▲현대시문학디카시 문학상, 현대시문학커피문학상 대상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