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속노화를 위한 웃음의 생활화 / 김영식

2025년 08월 18일(월) 19:31

김영식 남부대 교수·웃음 명상전문가

100세 시대라는 말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웰빙(Well-being), 웰에이징(Well-aging), 웰다잉(Well-dying) 등 삶의 질과 관련된 개념이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최근 만난 한 분이 자신을 ‘저속노화 전문가’라고 소개하는 모습을 보며, 노화 속도를 관리하는 일이 점점 하나의 전문 영역이 되어가고 있음을 실감했다. 웃음치료 강의를 하다 보면, 예전보다 외모와 건강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어르신들을 자주 만난다. 누구나 나이를 먹지만, 모두가 같은 속도로 늙지는 않는다. 건강에 대한 관심과 실천이 그 차이를 만든다.

저속노화(Slow Aging)는 노화를 완전히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 속도를 늦춰 건강하게 살아가는 기간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과정에서 의외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 ‘웃음’이다. 미국 로마린다 의과대학 연구팀은 20분간 유머 영상을 시청한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평균 39% 감소했고, 단기 기억력 테스트 점수가 38% 향상됐다고 보고했다. 웃음 활동이 뇌 건강과 스트레스 완화에 동시에 작용한다는 것이다. 일본 오사카 대학의 5년 추적 연구에서도 자주 웃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혈관질환 발병률이 40% 낮았다. 웃음은 단순한 감정 표현이 아니라, 생리적 활력을 불어넣는 강력한 ‘예방의학’이다.

생리적 측면에서 보면 크게 웃을 때 가슴과 횡격막이 움직이며 심폐 기능이 강화되고, 혈액순환이 원활해진다. 이때 분비되는 엔도르핀과 세로토닌은 통증을 완화하고,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질병 저항력을 높인다. 면역학 연구에 따르면 단 5분의 진심 어린 웃음이 NK세포(자연살해세포) 활성도를 최대 50%까지 증가시킨다. 또 웃음은 600여 개의 근육 중 230개 이상을 움직이는 ‘전신 운동’이기도 하다. 이렇게 반복된 웃음은 신체 기능을 강화하고 노화를 늦추는 데 기여한다.

심리적으로 웃음은 강력한 회복 탄력성을 준다. 억지로라도 웃으면 뇌는 이를 ‘진짜 웃음’으로 인식하고 긍정적인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한다. 덕분에 기분이 좋아지고, 걱정과 불안이 줄어든다. 일본의 한 노인요양시설에서는 매일 아침 10분간 웃음 호흡법을 실시한 결과, 3개월 후 참여자의 우울 척도 점수가 평균 25% 감소했다. 아침에 거울을 보며 미소 짓기, 심호흡과 함께 “하하하” 또는 “호호호”를 내쉬는 습관은 하루 정서를 안정시키는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웃음치료 전후 참가자의 표정이 한층 밝아지고 편안해지는 모습을 보면, 그 심리적 효과는 분명하다.

사회적으로도 웃음은 사람을 잇는 다리다. 가족과 웃는 대화를 나누고, 친구와 유쾌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음 요가나 명상 모임에 참여하는 일은 사회적 유대를 강화한다. 하버드대 성인발달연구에 따르면 중·장년 이후 건강과 행복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돈이나 명예가 아니라 ‘좋은 인간관계’였다. 웃음은 관계를 부드럽게 만들고, 타인과의 거리를 좁히는 최고의 촉매제다. 요즘은 혼자 사는 인구가 늘고 있지만, 동호회 활동이나 직업 현장에서 즐겁게 교류하는 사람들은 확실히 더 건강하고 활기차다. 결국, 좋아하는 일을 웃으며 한다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마음은 늘 청춘일 수 있다.

저속노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그것은 작은 습관이 쌓인 결과다. 그중 웃음은 돈이 들지 않고,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없으며, 부작용이 없는 천연자원이다. 하루 5분의 웃음이 5년 후의 나를 더 젊고 건강하게 만든다면, 지금 당장 미소를 지을 이유는 충분하다. 기후 변화로 폭염, 폭우, 폭설이 일상이 된 지금, 외부 환경은 우리가 바꾸기 어렵지만, 마음의 면역력은 스스로 키울 수 있다. 웃음을 생활화하는 순간, 우리는 나이보다 젊은 몸과 마음, 그리고 풍요로운 관계를 함께 누릴 수 있다. 웃음 속에 건강 장수의 비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