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복 80주년의 상념(想念)들 / 오수열 |
| 2025년 08월 19일(화) 19: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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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처럼 뜻깊은 자리에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전직 대통령들과 야당측 인사들이 대거 불참하거나, 어떤 이는 대통령의 특별사면에 반대하는 현수막을 들고 ‘묵언시위’를 마다하지 않음으로서 거국적 축하 분위기라고 하기에는 다소 어색하게 되었다.
일제의 폭압 정치에서 벗어나 ‘나라’를 되찾은 날이니 그 무엇보다도 기쁜 날이고, 당연히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서 함께 기뻐해야 했을 터인데 왜 그렇게 되지 못하였을까.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1945년 8월15일은 우리에게는 일제로부터 나라를 되찾은 날이니 광복(光復)이 되지만, 중국이나 러시아에게는 전쟁을 벌였던 일제가 항복한 날이니 전승(戰勝)이 되는 날이다. 요즘 중국 전역에서는 ‘난징사진관’이라는 영화가 6천만 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 모으며, 대륙의 이목을 집중 시키고 있다고 한다. 1937년 일제가 30만 명의 난징 시민을 학살했던 난징대학살을 조명하는 영화인데 이 영화를 관람하는 청소년들은 “일제에 복수해야 한다”고 외치며, 심지어 일본제 놀이기구와 서적들을 불태우며 적개심을 표출한다고 한다.
중국에서의 이러한 모습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 왔던 일이며, 어찌보면 중국인민들의 애국심 고취를 위해서 중국공산당이나 정부에서 의도적으로 전개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일제의 만행으로부터 겪은 피해의 정도를 따진다면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훨씬 더했을 터인데 요즘 우리 국민들 가운데 그것을 기억하려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우리가 역사를 너무나 쉽게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위한 미국 방문에 앞서 일본을 먼저 방문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회담한다고 한다. 새롭게 대통령에 취임하면 제일 먼저 미국을 방문하던 것이 관례였던데 비춰 보면 이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광복 80주년 기념식의 경축사에서도 대일관계에서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 전향적 자세를 표명했다는 점은 급변하고 있는 주변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변화 역시 불가피하다는 현실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치학개론에 “외교(外交)는 내정(內政)의 연장”이라고 쓰여져 있다. 외교에서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내정치가 안정되어야 하며, 외교정책이 국민의 굳건한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취임 2개월여 만에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가 50% 초반대로 낮아졌다고 한다. 전직 대통령이 탄핵으로 쫓겨난 상황에서도 ‘국민의힘’이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한 채 내분으로 지리멸렬돼 있는 상태에서 상당기간 높은 지지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던 것에 비춰 보면 다소 의아스럽다. 언론에서는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이춘석 법사위원장의 ‘차명 주식거래’와 ‘광복절 특별사면’을 거론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 국민의 법 감정과 정서에 보다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은 ‘특별사면’이 아닐까 싶다.
첫째, 아무리 특별사면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고유한 권한이라도 할지라도 취임 2개월 밖에 되지 않는 때에 꼭 “사면을 서둘러야 했을까”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원론적으로 민주정치가 3권 분립에 근거하고 있고, 이는 입법·행정·사법 간의 견제와 균형을 위한 것이라고 할 때 대통령의 과도한 사면권 행사는 사법권을 무력화 시킬 우려가 있다.
둘째, 위안부 할머니 단체의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실형이 확정됐던 윤미향 전 의원을 꼭 광복절 특사에 포함시켜야 했을까 하는 점이다. 사면의 뜻이 있었더라도 조금 참았다가 크리스마스 때 했었으면 어떠했을까?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관세문제의 마무리와 함께 안보문제와 관련돼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과 주둔경비 증액과 같은 중대한 문제가 놓여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 마음을 살피는데 보다 깊은 배려가 있었으면 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때에 마침 공중파 TV 채널에서 근로정신대에 끌려갔던 이금주 할머니의 삶을 기록한 다큐멘터리가 방영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