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인턴기자단 청년노동 프로젝트]#만화 #K팝 #야구 Z세대 ‘덕질’ 문화를 만나다 개인 취향 넘어 위로·소통의 장 ‘확산’ 비수도권 제약 속…SNS·온라인 ‘교류’ 과소비·위계 우려 속 ‘지속 가능한 성장’ 김가경·성은경 인턴기자

2025년 09월 29일(월) 19:57

#예절샷 이씨가 친구와 인형 굿즈로 찍은 예절샷

오타쿠 발표회

김씨가 기아 챔피언스 필드 앞에서 슬로건을 들고 있는 모습(위)과 굿즈들.

양씨가 친구들과 포토카드로 찍은 예절샷

Z세대 여성 사이에서 ‘덕질’은 이미 보편적인 문화다. 광주에서 KIA 타이거즈를 응원하는 김모(25·여)씨는 “하나의 팀으로 하나가 돼 있다는 느낌이 늘 좋다”면서 “덕질은 결국 소통”이라고 귀띔했다. 특정 대상을 열성적으로 좋아하고 관련 세계를 깊게 파고드는 활동을 일컫는 덕질은 한때 하위문화로 불렸지만, 이제는 보편적 취미로 자리 잡았다.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덕질을 실천하며 무엇을 느낄까? 특히 광주에 사는 Z세대 여성들은 비수도권이라는 제약 속에서 어떻게 자신만의 덕질을 이어가고 있을까? 만화·애니, K-POP, 야구에 이르기까지 세 분야의 ‘덕후’들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커뮤니케이션 중심 애니 덕질

만화 ‘주술회전’의 등장인물 ‘고죠 사토루’를 좋아하는 이모(26·여)씨는 주로 SNS를 통해 지인들과 ‘덕토크’를 나눈다. 굿즈 구매, ‘예절샷’(굿즈와 일상 장면을 함께 찍는 사진) 촬영도 즐긴다. 좋아하는 대상을 깊게 파고드는 과정이 자기계발의 기회가 된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덕질의 중심은 취향을 공유하며 소통하는 일”이라며 “일본 콘텐츠가 많다 보니 필요한 정보를 스스로 번역·정리하는 과정에서 일본어 실력이 늘었다”고 이야기했다.

◇공통분모로 연결되는 K-POP

K-POP 팬 양모(22·여)씨는 최근 그룹 ‘IDID(아이딧)’의 민재를 좋아하게 됐다. 콘서트 관람, 브이로그 촬영, SNS 활동뿐 아니라 같은 취향의 친구들과 소모임을 꾸려 파티를 열기도 한다. 그는 “힘들 때 좋아하는 아이돌의 노래에서 위로를 얻고, 음악이 일의 효율도 올려준다”며 “공통점을 찾고 대화하며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이 덕질의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양씨에게 덕질은 단순한 팬심을 넘어 삶의 활력을 주는 동력이다. 좋아하는 아이돌 무대는 스트레스를 해소해주고, 공통 취향을 공유하는 친구들과의 교류는 관계를 넓히는 계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에게 덕질이란 일상”이라고 강조했다.

◇도시를 하나로 묶는 야구 팬덤

야구 팬 김씨는 2008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경기를 보기 시작했고, 2009년 KIA 타이거즈 우승 현장을 지켜본 뒤 팬이 됐다. 유니폼 등 굿즈를 사고 경기 전 사인을 받기도 하며 무엇보다 경기를 애정 어린 눈으로 지켜보는 일을 ‘덕질의 1순위’로 꼽는다.

그는 “광주는 야구가 잘 되는 시즌이면 거리와 사람들이 하나가 된다”며 “대화할 것 같지 않던 사람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게 야구 덕질의 장점”이라면서 “도시 전체가 한 팀처럼 움직이는 경험은 팬들에게 공동체적 소속감을 느끼게 하고, 일상에도 활력을 더해준다”고 소개했다.

◇비수도권의 제약, 온라인으로 보완

3가지 소개된 사례들 모두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점은 ‘소통’이다. 동시에 비수도권의 환경은 제약을 만든다.

이씨는 “오프라인 행사는 대부분 서울에서 열리고, 광주에는 대규모 굿즈숍도 드물다. 충장로의 서브컬처 굿즈숍 ‘애니플러스 광주점’도 최근 폐점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양씨는 “광주에서는 콘서트·럭키드로우(한정판 랜덤 포토 카드 뽑기)·생일카페 등이 거의 없다. 서울은 활발하지만 교통·숙박비 부담 탓에 참여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김씨 역시 “광주에 홈구장이 있어 좋은 대신, 부산·대구 원정은 교통이 불편해 쉽지 않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오프라인 인프라는 부족하지만, SNS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교류가 이를 보완하며 덕질을 이어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앞서 이씨가 언급했듯 온라인상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양씨가 말한 것처럼 SNS를 통해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꾸준히 소통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전문가가 본 덕질의 확산과 과제

박진선 전남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는 덕질 문화의 확산에 대해 “개인 취향이 존중되고 민주화된 흐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또 “Z세대 여성들은 청소년기부터 아이돌 팬덤 문화에 익숙하고, 디지털 네이티브이기 때문에 덕질과 디지털 감각을 자연스럽게 체득한다”며 “SNS에서 팬덤 실천이 활발히 드러나는 것도 이 세대의 특성”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건강한 덕질 문화를 위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 교수는 “덕질이 즐거운 취향의 실천이 되려면 소비에 치중되지 않도록 비판적 태도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지출 규모가 애정의 척도로 오해되거나 집단 내 위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당부했다.

/김가경·성은경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