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개식용 금지’ 뒤 수입산에 골병드는 국내 흑염소 농가 김종민 논설위원 |
| 2025년 10월 15일(수) 18:34 |
지난해 2월 ‘개 식용 종식법’이 제정된 이후 흑염소가 금값으로 더 주목받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고 한다. 일시적으로 상종가를 기록하긴 했으나 결국에 밀려드는 수입산에 치이는 형편으로 전락했다. 이 뿐 아니다. 전남은 전국 농가의 25%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 축사가 밀집한 강진·장흥지역은 인접한 퇴비·분뇨 처리시설이 외부 반입을 제한하면서 분뇨가 쌓이고 있다. 불과 1-2년새 벌어진 믿기 힘든 일이다.
재래종 흑염소는 성장 속도가 느려 1년 이상 자라도 50㎏ 전후에 불과하다. 수입 보어종은 12개월 만에 60-100㎏ 이상이 된다. 경쟁력에서 상대가 안 된다. 마리 당 경매 기준으로 2023년 평균 66만원에서 올해 상반기엔 52만원 수준까지 급락했다. 산지 가격은 2019년부터 꾸준히 오르는 추세였다. 개 식용을 금지하고 대체 보양식으로 육성하겠다고 했으나 실질적 지원은 전무한 실정이다.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고 말았다. 키울수록 손해보고 있다.
개 식용 종식법은 3년 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2027년 초 본격 시행된다. 정부가 전략산업으로 인식하고 제도 보완에 착수해야 한다. 국산과 수입산이 뒤섞여 유통되면서 원산지 표시 위반 사례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현행법상 국내산 1%만 포함해도 ‘혼합’ 표기가 가능해 혼란이 심화되는 점을 교묘하게 악용하고 있다. 농가의 요구처럼 소·돼지·닭·오리처럼 이력제를 도입해 생산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추적 관리해야 한다. 위법 행위는 강력하게 단속해 근절해야 하는 것이다.
수입산이 넘쳐나는 기형적인 시장 구조를 바로잡아야 한다. 수입 쿼터를 도입해야 한다. ‘귀하신 몸’이라며 너도나도 입식에 나섰었다. 이젠 소득마저 끊길 위기에 처했다. 국산 소비 촉진과 판로 확보, 유통망 개선을 위한 지원도 병행돼야 한다. 틈새 축종일 수 없다. 근본적인 보호 방안을 서둘러야 한다.
김종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