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가락이 붓고 펴지지 않는 ‘방아쇠 수지’ / 곽희호 |
| 2025년 10월 15일(수) 18: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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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아쇠 수지는 손가락의 반복된 사용으로 인해 손가락 안쪽의 힘줄에 결절 혹은 방추상의 종창이 생기거나 손가락 뼈 안쪽에 위치한 A1 도르래(pulley)가 두꺼워져 발생한다. 급성기에는 힘줄과 도르래에 염증 변화가 있지만 만성기에는 염증 변화보다는 섬유연골성 증식의 퇴행성 변화가 나타난다. 과사용이 아니더라도 당뇨병이나 류마티스 관절염 등의 이차적 원인으로 발생되기도 한다.
병변은 엄지, 중지, 약지에 호발한다. 이러한 병변은 손가락 마디를 손바닥 면에서 보았을 때 손바닥보다 손가락 끝쪽에 가까운 마디에 잘 나타난다.
방아쇠 수지의 증상은 손가락이 잘 펴지지 않고, 잘 굽혀지지도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동작시에는 손가락이 걸리는 듯한 느낌이 들다가 권총의 방아쇠를 당기는 것처럼 손가락이 튕기듯 움직이는게 특징적인 증상이다. 또한 움직임 시 탄발음의 소리가 나거나 통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증상은 대개 기상 시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진단을 위해서는 병력청취, 촉진, 이학적 검사, 초음파검사가 시행된다. 우선 손가락의 과사용 과거력을 파악한뒤, 손가락 관절 마디를 촉진하여 통증을 확인한다. 이학적 검사로 상기한 방아쇠 수지의 증상 유무를 파악한다.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검사로 30초 동안 주먹을 꽉 쥐도록 한 뒤 천천히 손을 폈을 때 손가락 힘줄이 부드럽지 못하고 삐걱거리는 느낌이 난다면 양성으로 본다. 추가로 초음파검사를 통해 손가락 힘줄이 부어있거나 염증을 확인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방아쇠 수지는 힘줄 질환의 특성 상 예후가 3개월 정도로 장기간 치료를 필요로 한다. 휴식과 안정이 필요하지만 생활 특성 상 손가락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재발이 잦아 생활관리 또한 필수적이다. 양의학적 접근으로는 약물치료, 주사치료, 수술치료가 있으며 한의학적 접근으로는 침구치료가 있다.
약물치료는 주로 진통소염제, 근이완제를 복용하는데 즉각적인 진통효과는 있으나 근본적인 치료에는 적합하지 않다. 주사치료는 스테로이드제를 주로 사용하며 항염증·진통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스테로이드제는 주사부위 피부의 위축·변색이나 힘줄의 퇴화·파열의 위험성이 있어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약물치료나 주사치료에 반응하지 않은 경우에는 수술치료를 고려한다. 수술방법은 손바닥 이환부위를 1cm 정도 절개해 힘줄이 지나가는 통로를 만들어준다. 힘줄의 마찰이 줄어들어 염증과 부종이 가라앉게 된다.
침구치료는 병변부위에 직접 시술하는 치료법이다. 약침과 도침을 주로 활용한다. 약침은 한약재를 정제 및 추출한 약침액을 주입해 염증과 부종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염증이 심할 때는 봉약침을, 만성화돼 퇴행성 통증일 때는 자하거약침을 사용한다. 도침은 기능이 떨어져 유착된 근육과 인대를 미세하게 절개박리해 움직임을 개선하고 혈류순환을 도와 부종을 줄여준다.
생활관리는 휴식와 안정이 최우선이다. 사용할 수록 힘줄의 염증과 통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평상시에는 손가락에 핫팩이나 파라핀치료를 적용해 피로를 풀어주는 것이 좋다. 또한 정제 탄수화물은 체내의 염증반응을 활성화시키므로 탄수화물을 적절량으로 제한하는 방법도 권유된다.
손은 인간이 직립보행을 시작한 뒤로 하루도 쉰 적이 없다. ‘방아쇠 수지’는 이렇게 열심히 활동하는 손이 잠시 휴식이 필요하다고 보내는 신호일 것이다. 손에게도 가끔씩 여유를 주며 건강하게 관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