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개념 뇌건강 치과학 XIX -고독한 뇌를 치유하는 사랑의 노래(2) ‘K팝 데몬 헌터스’ / 강동완 |
| 2025년 10월 19일(일) 18: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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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는 두 거대한 꿈이 빚어낸 장대한 서사다. 질서와 이성을 추구하는 ‘아폴론’의 꿈과 창조적 파괴와 감성을 갈망하는 ‘디오니소스’의 꿈. 철학자 니체는 그리스 비극에서 발견한 것처럼 진정한 예술적 창조는 두 힘의 창조적 긴장에서 탄생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21세기 문명은 아폴론의 길을 너무 멀리 걸어왔다. AI와 빅데이터로 세계를 분석하고 완벽한 효율을 추구하며 SNS 속에서 개별화된 자아를 연출한다. 그 결과 우리는 전례 없는 물질적 풍요를 얻었지만, 이면에는 고독으로 인한 불안, 분열과 갈등, 그리고 공허함이 깊어져 ‘몸의 지혜’를 일깨우는 디오니소스적 치유가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 전통미학과 K-culture를 결합한 애니메이션 ‘K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의 고독한 영혼을 사로잡고 있다. 이 작품은 아폴론의 과잉에 신음하는 현대 문명에게 디오니소스적 사랑과 지혜를 보여주는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문화적 교훈서다.
작품의 주인공들은 K팝 아이돌이라는 현대 아폴론적 질서의 완벽한 상징이다. 한 치 오차 없는 군무와 ‘우리는 황금빛이 될 거야(Gonna be golden)’라는 외침은 역경 속에서도 진정한 자아를 찾으려는 우리의 이상적 자화상이다.
뇌과학적으로 전전두피질이 감정의 뇌인 변연계를 억누르는 ‘하향식 통제’로 인해, 화려함 뒤에는 트라우마로 얼룩진 고독한 내면이 존재한다. 이는 마치 각자의 악기가 조율되지 않은 채 불협화음을 내는 지휘자 없는 ‘오케스트라’와 같다. 이것이 아폴론의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 또한 짙어지는 현대의 비극이다.
이 억압의 사슬을 끊는 것은 논리가 아닌 디오니소스적 축제, 즉 음악과 춤, 노래의 리듬이다. 상처를 고백하며 교감하는 절규의 노래(‘Free’)는 ‘직면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어, 과거는 과거로 흘려보내 자유로워져’라는 후렴구를 통해 함께 자유를 찾아가는 환희를 보인다. 이 순간 뇌에서는 이성의 강압적 통제가 풀리고 몸의 감각이 뇌를 지배하는 ‘상향식 해방’이 일어난다. 강렬한 비트는 심장을 뛰게 하고, 화려한 안무는 거울 뉴런을 통해 전율을 일으키며, 함께 노래할 때 뇌파와 심박은 동기화된다. 우리는 머리가 아닌 온몸으로 치유받는다.
작품의 마지막 곡 ‘What It Sounds Like’는 이 불협화음의 오케스트라가 마침내 하나의 장엄한 교향곡을 연주하는 순간이다. ‘깨진 유리 조각들 그 안에 담긴 아름다움을 봐’, ‘상처는 나의 일부, 어둠과 조화’라는 가사는 아폴론적 완벽함의 허상을 버리고, 자신의 상처와 불완전함이라는 디오니소스적 혼돈을 끌어안을 때 진정한 ‘나’라는 위대한 예술이 탄생함을 선언한다.
이는 아폴론과 디오니소스의 위대한 화해이며, ‘오케스트라’가 사랑을 연주하는 가장 눈부신 피날레다. 바로 이 순간, 서로를 향한 공감은 신뢰의 호르몬인 옥시토신의 따뜻한 화음으로, 상처 극복의 희열은 엔도르핀의 영혼을 울리는 선율로, ‘함께’라는 새로운 목표는 도파민의 힘찬 팡파르로, 그리고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깊은 안정감은 세로토닌의 묵직한 울림으로 터져 나온다. 이것이 바로 신체와 정서를 통합하는 치유의 리듬이다.
진정한 치유의 모습을 보인 ‘K팝 데몬 헌터스’의 통찰은 ‘뇌건강 치과학’이 추구하는 최종 비전과 일치한다. 우리는 정교한 치료를 통해 무너진 구강의 구조적 안정성, 즉 ‘아폴론적 질서’를 튼튼하게 세운다. 이는 오케스트라를 위한 완벽한 무대를 건축하는 것과 같다. 그 안정된 토대 위에서 환자가 편안하게 씹고 호흡하며, 자연스럽게 말하며, 자유롭게 웃고, 마음껏 노래하며, 사랑하며,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 자신의 ‘디오니소스적 역동성’을 마음껏 발산하도록 해방시킨다.
차가운 이성의 시대에 잃어버린 몸의 지혜와 따뜻한 공동체의 기억을 회복시키는 ‘K팝 데몬 헌터스’가 인류에게 들려주는 새로운 교향곡. 그리고 그 교향곡의 첫 음을 연주할 수 있도록 구강악안면, ‘입’이라는 무대를 복원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우리 시대 치과의사에게 주어진 가장 숭고한 소명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