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과 재일동포 경제인 / 김일태

2025년 11월 17일(월) 19:53

김일태 전남대 석좌교수

을사년 2025년은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이고 을사늑약(1905)이 체결된지 100년이 된다. 고대 한일양국은 친선과 우호의 관계를 지속해 왔다. 삼국과 가야인들은 일본에 건너가 선진 문화와 기술을 전파해 6세기 말부터 7세기 일본 고대 국가 전반기의 아스카 문화와 후반기의 하쿠호 문화의 형성에 큰 기여를 했다. 특히 백제는 왕인(천자문과 논어)과 아직기(한자)가 유학, 천문, 불교를 전해줬고 일본 고류사의 목조 미륵보살 반가사유상(국보 1호), 백제 관음상 등으로 일본 불교문화를 꽃피었다. 고구려는 불교와 미술, 종이 등을 전파했고 쇼토쿠 태자의 호류사 금당 벽화를 남겼다. 신라는 조선술과 축제술을 전해 일본에서 ‘한인의 연못(저수지)’이라는 명칭이 생겼고 가야는 일본 철기 문화에 기여했다. 이런 우호적인 한일양국의 문화교류는 필자가 오사카 나니와궁터(難波宮跡)에서 참관한 고(故)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의 주도로 1990년부터 시작된 올해 35주년 ‘사천왕사(시텐노지) 왔소’ 축제를 통해 도래인(渡來人)과 일본인의 행렬에서 찾아 볼 수 있었다.

조선 초반기는 왜구의 약탈로 토벌과 회유 정책이 있었다. 그러나 중반에 들어 한일관계는 명(明)나라로 가는 길을 빌려 달라는 정명가도(征明假道)의 임진왜란(1592) 이후 1607년부터 1811년까지 11차례 400-500명 규모의 조선통신사가 파견됐지만 우호관계가 금이 가기 시작했다. 조선은 1876년 불평등한 조일수호조규(강화도 조약) 체결로 일제 침략이 노골화돼 식민지가 됐다. 한국은 1942년 1월1일 26개국 연합국 공동선언에 참여하지 못하고 당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대일선전포고를 주장했지만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 48개국의 승전국 지위를 회복하지 못했다. 그 후 한일양국은 냉전시대 미국의 회유와 간섭으로 1965년 무상 경제협력 3억 달러와 정부 및 민간 차관 5억 달러 지원의 한일기본조약을 체결했다.

이런 한일관계의 역사적 흐름에서 한국은 1962년 경제개발 5개년계획 이래로 지난 60여 년 동안 3차례(1980년·1998년·2020년)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급속한 성장을 달성했다. 이제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35천 달러를 넘어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고, 경제성장의 초석을 다지는 과정에서 재일동포 경제인의 역할이 있었다. 재일동포 경제인은 한반도 출신이거나 민족적 뿌리를 지닌 기업가로서 일본 사회의 취업차별과 배타적 분위기를 극복하는 반동 이론(Reactive Theory), 금의환향을 지향하는 문화적 특성, 그리고 동족간의 강한 사회적 연대로 자원을 충당하는 민족네트워크로 틈새시장을 통해 주변 산업으로 진출하여 성공했다.

본격적인 재일동포 1세 경제인의 활동은 1961년 5·16 군사혁명으로 박정희 정권 출현에서 비롯된다. 한국정부는 1961년 12월 민단 재일동포 1세 기업가 50명을 한국에 초청하고 1966년 외자도입법을 공포 및 시행하면서 1967년 모국초청사업 서울연락사무소 설치와 구로공단이 설립됐다. 그 후 재일동포 1세 기업가들의 모국 투자는 1967년 신격호의 롯데제과 설립, 1974년 한국투자협회 설립, 1982년 이희건 회장의 신한은행 창립, 1987년 김희수 회장의 중앙대 인수로 이어졌다. 1992년부터 1996년 3월까지 일본 투자 2천676건(53억5천만 달러)중 재일동포의 모국 투자는 176건에 달했다. 이런 모국 투자는 한국정부의 지원으로 가능했다. 지금 일본 거주 재일동포(귀화자 포함)는 80만 명 수준으로 고령화되고 더블은 30만 여명으로 증가하는 현실에서 재일동포 올드커머의 2-4세와 뉴커머 기업가들은 모국과 글로벌 경제 환경에 적응하면서 한국과 일본의 문화교류 확대로 이어지지만 여전히 재일동포의 법적 지위는 불안정하고 차별적인 상황이 지속된다.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 지금의 한일관계는 30년 전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사죄한 전 내각총리대신 무라야마의 담화(199년 8월15일)와 21세기 새로운 한일파트너십 공동선언인 김대중-오부치 선언(1998년10월18일)보다 한참 뒤처져 있다. 그 후 일본은 역사교과서, 위안부 및 강제 징용피해자 문제, 독도 영유권, 내각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강행 등으로 사죄와 보상보다는 왜곡과 혐오로 일관하고 있다. 이번 60주년을 맞아 한일관계가 한걸음도 미래로 나가지 못한 현실을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