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깊어가는 가을에 선열을 기리며 / 송형택 |
| 2025년 11월 24일(월) 18: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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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민초는 세파에 휩쓸려도 다시 일어서고 뽑힌 자리에 새 생명으로 되살아나곤 했다. 그것은 바로 민초와 함께하는 지도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순신은 7년 왜란에 나라와 백성을 구한 지도자로 우린 그를 불후의 성웅으로 추앙한다. 그러나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고 새도 두 날개가 있어야 날 수 있다. 그 성웅은 이순신의 인품을 믿고 따른 숱한 민초와, 함께한 훌륭한 장수들이 있었기 때문에 얻은 이름이다.
그렇게 이순신과 함께 왜란을 승리로 이끈 장수 고흥 사람인 송대립, 송희립, 송정립 일문 삼 형제와 송대립의 아들 송심이 있다. 모두 성웅 이순신과 함께 국난을 극복하고 백성을 위해 목숨을 초개와 같이 바친 영웅들이다. 맏형인 송대립(1550-1597)의 본관은 여산이며 형조 참판 송간의 6대손으로 아버지는 현감 송관이다.
당시 흥양이던 고흥 동강면 마륜마을에서 태어나 선조 27년 임진왜란이 잠시 소강상태일 때인 1594년 무과에 급제, 지도 만호로 있던 아우 송희립과 함께 통제사 이순신의 휘하에서 싸웠다. 경사에 밝고 무예가 뛰어나 이순신의 천거로 도원수 권율의 창의별장이 되었다. 1597년 정유재란에 송대립은 흥양에서 의병을 모아 적을 무찔렀다. 그러던 중 고니시 유키나가의 왜병이 급습 해왔다.
고흥반도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만나는 산이 삼각뿔 모양의 뾰족한 첨산이다. 주민들은 이웃 고을 순천 별량 동송리의 첨산을 암 첨산, 고흥 동강 마륜리의 첨산을 숫 첨산 이라 일컫는다.
이 숫 첨산 전투에 앞장서 의병을 이끌던 송대립은 왜탄에 순국했다. 송심(1590-1637)은 송대립의 아들이다. 아버지 송대립이 왜군과 싸우다 전사하자 복수의 일념으로 어려서부터 무예를 연마했다. 광해군 6년인 1614년 무과에 급제, 함경도 북변의 수비에 종사했다. 1623년 인조반정후 수군통제사 구굉의 막료인 선전관을 지내고 전라도 병마우후가 되었다.
1635년에는 홍원현감을 지내던 중 1636년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북병사 이항, 남병사 서우신 휘하의 척후장으로 남한산성 구원에 나섰다. 그러나 양근에 이르렀을 때 이미 강화조약이 성립됐고, 온갖 만행을 저지르며 철수하는 청군 소속의 몽골병을 추격하다가 함경도 안변 남산역 전투에서 순국했다.
송희립(1553-1623)은 1583년 별시 무과에 급제하고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녹도만호 정운의군관으로 5월1일 거제에서 왜병을 격파했다. 이어 남해 앞바다에 머물며, 영남지역의 원병파견을 주장했다. 이순신이 원균과 합동 작전에 나서자 옥포해전, 사천해전, 한산대첩, 부산포해전에서 큰 공을 세웠다. 이어 1594년에 지도만호가 돼 형 송대립의 도움을 받으며 왜적과 싸웠다. 1598년 왜란 마지막 해전인 노량해전에 적에게 포위돼 집중포화를 받는 명나라제독 진린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적에게 노출됐다. 이때 송희립이 투구에 총탄을 맞고 쓰러졌다. 깜짝 놀란 이순신이 송희립을 일으키려고 할 때 그만 이순신도 총탄에 맞았다.
잠시 기절했던 송희립은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이순신의 갑옷으로 갈아입고 기와 북채를 들었다. 마치 호랑이가 울부짖듯 우렁차게 함대를 이끌어 왜선 200여 척을 쳐부수고 노량해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1601년 양산군수, 8월에는 다대포 첨사가 됐고, 1611년 전라좌도수군절도사로 수군을 이끌었다.
송정립은 1592 왜란에 형인 송대립, 송희립이 전쟁터로 가자, 고향에서 어머니를 모셨다. 그러다 잠시 왜란 소강기에 모시던 어머니를 같은 집안인 동복 현감 송두남에게 부탁하고 1597년 5월6일 백의종군 중인 이순신을 찾았다. 군무를 정리하는 종사관이 돼 형인 송희립과 함께 왜적과 싸웠다. 그러다 노량해전에서 전사했으니, 일문 삼 형제가 모두 성웅 이순신과 함께한 왜란 7년 전쟁의 영웅이다.
이렇듯 오늘의 우리가 있음은 나라와 백성을 위해 자신을 초개와 같이 바친 선열들이 계셨기 때문이다. 이 깊어가는 가을에 잠시 묵념으로 선열을 기리고, 하루빨리 난국을 극복해 민주주의의 초석 위에 천년만년 나라가 번영하길 염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