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순사건 진상규명은 국가의 책무, 소멸시효란 없다 김종민 논설위원

2025년 12월 15일(월) 18:18

전남도가 여수·순천 10·19사건 피해자 명예회복과 위령사업 등에 총력을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권리구제의 신속성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법무부가 국가배상 소송에서 항소를 전면 취하하고 상소 제기를 포기한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법무부는 2심 재판 중인 12건(195명)은 모두 항소를 취하했다. 1·2심 선고 사건 22건(339명)에 대해서도 상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

매우 뜻깊다. 전남도는 국가의 책임 이행을 위한 중요한 진전이자 특별법이 지향해 온 명예회복·치유의 정신을 구체화한 상징적 조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억울한 죽음과 고통 속에서 오랜 세월 진실을 기다려온 만큼 실질적인 위로가 되는 중대 전환점이라는 평가가 합당해 보인다.

여순사건 희생자와 유족 심의·결정 건수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전남도에 따르면 지금까지 총 7천493건을 처리, 전체 신고 1만879건의 약 69%를 완료, 올해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한편으로 더불어민주당 권향엽(순천·광양·곡성·구례을) 국회의원은 손해배상 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 적용을 배제하는 내용을 담은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제77주기 합동추념식을 통해 지역사회가 역사적 의의를 다시 확인했으며, 평화문학상 공모 등 문화사업을 통해 미래세대와 함께 기억하는 사회적 기반을 넓히고 있다. 추념식을 국민 모두가 공감하고 기억하는 전국적 행사로 발전시켜 국가 차원의 화해의 의지를 모아야 한다.

한국전쟁 전후의 시기에 불법적으로 자행된 대표적인 민간인 집단 학살이다. 부당하게 인간의 존엄, 인권을 침해했다. 늦었지만 마땅히 바로 잡아야 한다. 이것이 곧 정의다. 이재명 대통령은 엄중한 책임 의식을 갖고 다시는 무고한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을 약속했다.

앞으로 진상조사보고서 작성, 희생자·유족 명예회복 절차, 위령 및 치유·기억사업 등이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한다. 당연한 국가의 책무다. 결코 소멸시효란 없다. 완전한 진상규명을 위해 끝까지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와 회복의 길로 들어서야 한다. 결코 소멸시효란 없다. 유족과 지속 소통하면서 아픔을 공유함으로써 궁극의 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