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지손가락 움직이면 아픈 ‘드퀘르뱅 건초염’ / 곽희호 |
| 2025년 12월 17일(수) 18: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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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이 뼈와 연결되는 단단한 결합조직을 힘줄, 건이라 부르는데 건이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윤활액으로 채워져 건을 둘러싸는 막을 ‘건초’라고 부른다. 이러한 건초에 과도한 사용으로 부담이 커지거나 통풍, 류마티스 등으로 인해 건초 또는 활액에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 건초염은 인체의 어떤 곳에서도 생길 수 있는데 특히 손목에서 호발한다.
드퀘르뱅 건초염의 전형적인 증상은 엄지손가락을 사용할 때 손목관절에 통증이 나타난다. 이로 인해 젓가락질이나 글씨를 쓰는 등의 손관절 움직임에 제한이 생긴다. 손목관절을 눌렀을 때 찌릿한 통증을 보이기도 한다. 염증이 심한 경우에는 손목관절에 열감과 부종이 나타나며 휴식시에도 통증을 호소할 수 있다.
진단은 문진, 이학적 검사, 혈액 검사를 활용한다. 일차적으로 환자와의 문진을 통해 통증 부위와 통증 양상을 특정한다. 드퀘르뱅 건초염이 의심될 때 시행하는 대표적인 이학적 검사로는 ‘핀켈스타인 검사(Finkelstein test)’가 있다. 환자는 악수를 하는 것처럼 환측 엄지손가락이 천장 방향을 향하도록 팔을 앞으로 쭉 뻗는다. 엄지손가락을 손바닥에 붙여놓고 주먹을 가볍게 쥔 상태로 손을 새끼손가락 방향으로 최대한 꺾어본다. 이 동작에서 통증이나 움직임에 제한이 발생하면 양성으로 드퀘르뱅 건초염을 강하게 의심할 수 있다.
X-ray 검사로는 건초를 확인할 수 없고 뼈에 이상이 보이는 경우가 많지 않아 추천되지 않는다. 추가적으로 건초염에서 염증이 악화되면 혈액검사상 염증소견을 보일 수 있다.
건초염과 감별해야 할 질환으로 경추디스크가 있다. 경추 5·6번 디스크가 신경을 압박하면 드퀘르뱅 건초염처럼 손목관절에서 엄지손가락 부근에 통증이 나타난다. 경추디스크는 손의 움직임과 관계없이 통증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며, 감각이상을 동반하는 차이점을 보인다.
건, 건초 같은 결합조직은 단단한 구조물로 혈액순환이 잘 안되어 치료회복 속도가 더뎌 치료기간이 3-6개월 정도 장기간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보다 필수적인 것은 휴식과 안정이다. 손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아야하며 사용 시에는 손목보호대를 적용해 건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좋다. 환부의 열감이 심하면 냉팩을, 열감은 없지만 통증이 있다면 찜질을 해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비수술치료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며 양방의학의 스테로이드 요법과 한방의학의 침구치료, 한약치료를 활용한다.
스테로이드 요법은 건과 건초 사이에 스테로이드와 국소마취제를 혼합해 주사하는 방법이다. 즉각적인 통증과 불편감이 해소되지만 조직 손상자체를 치료하는 것이 아닌 면역반응을 억제해 증상을 완화하는 것으로 장기간의 스테로이드 치료는 신중해야 한다.
침구치료는 병변부위에 직접 시술하는 치료법이다. 약침과 도침을 주로 활용한다. 염증이 심할 때는 봉약침을, 만성화돼 퇴행성 통증일 때는 자하거약침을 사용한다. 도침은 기능이 떨어져 유착된 근육과 인대를 미세하게 절개박리해 움직임을 개선하고 혈류순환을 도와 부종을 줄여준다. 손목에 있는 혈자리로는 엄지손가락을 뒤로 젖혔을 때 손목에 움푹 파이는 곳에 위치한 ‘양계(陽溪)혈’, 양손 엄지와 검지를 맞닿게 교차시키면 반대측 검지가 손목에 닿는 부분에 위치한 ‘열결(列缺)혈’에 주로 시술한다.
한약치료는 인대와 건의 염증과 통증으로 움직이기 어려울 때 기혈순환을 개선하고 근육을 튼튼하게 해주는 ‘대강활탕(大羌活湯)’과 경락을 소통하고 항혈전효과를 통해 통증을 제어하는 ‘소경활혈탕(疎經活血湯)’등을 처방한다.
건과 건초의 문제는 늘 고질적인 질환으로 삶의 질을 저하시키곤 한다. 작은 통증이 지속돼 마음의 병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경미한 통증이라 하더라도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