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다시 마주한 한국 현대미술 거장들의 울림 광주시립미술관 국내외기관협력전, ‘형상의 울림: 기호와 행위의 아름다움’展…내년 3월1일까지 추상·단색, 자연 풍경 아우르는 3개 섹션 김창열·박서보·이우환 등 10명 작품 선봬 최명진 기자

2025년 12월 22일(월) 18:21

사진 위로부터 ‘수행: 붓질과 반복, 사유의 행위’, ‘형식: 기호와 조형으로 드러나는 아름다움’, ‘자연: 자연을 응축한 내면의 감각’ 섹션 전시 전경

우리에게 현대 추상회화는 종종 이해하기 어려운 그림으로 인식되고는 한다. 하지만 의미를 해석하기보다, 화면 위에 남은 형상 그 자체에서 비롯되는 순수한 아름다움에 몰입해보면 어떨까. 선을 긋고, 색을 반복하며, 특정 안료를 쌓아 올리는 행위. 그렇게 축적된 가장 절제된 이미지 속에서 감동과 즐거움이 오롯이 드러난다.

광주시립미술관은 2025 국내외기관협력전 ‘형상의 울림: 기호와 행위의 아름다움’을 통해 한국 현대회화를 대표하는 1·2세대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 샘터화랑의 협조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회화 30점과 입체 작품 1점으로 구성됐다. 추상과 단색, 자연 풍경을 아우르는 총 3개의 섹션이 마련됐다.

전시의 첫 번째 섹션 ‘수행: 붓질과 반복, 사유의 행위’는 추상화와 단색화를 중심으로 그리는 행위 자체에 집중한 작업들을 소개한다.

박서보, 윤형근, 이우환의 작품은 반복적인 붓질과 절제된 색면을 통해 사색적이고 명상적인 순간을 만들어낸다. 여기에 캔버스에 격자형 틀을 만든 뒤 그 안에 물감을 채워 질감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정상화의 작업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박서보의 ‘묘법’ 연작은 초기 비교적 자유로운 형태에서 점차 직선적이고 정돈된 화면으로 변화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두 번째 섹션 ‘형식: 기호와 조형으로 드러나는 아름다움’에서는 작가들이 구축해온 고유한 조형언어와 기호가 화면 위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조명한다. 물방울 그림으로 잘 알려진 김창열의 작품을 비롯해 핑크빛 우주를 연상시키는 이성자의 기하학적 추상화 작품, 한지의 물성을 활용해 재료 자체가 만들어내는 우연성과 질감을 화면에 담아낸 정창섭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마지막 ‘자연: 자연을 응축한 내면의 감각’ 섹션에서는 작가 저마다의 시선으로 재해석된 자연 풍경을 만날 수 있다. 통영의 바다와 섬을 모티브로 전통 문양을 결합한 전혁림의 기하학적 추상화, 그리고 이를 입체적으로 구현한 오브제가 함께 소개된다. 설악산을 소재로 화면 가득 생동감 넘치는 색채를 펼쳐낸 김종학의 작품, 고향 파주의 과수원 풍경을 밝고 율동감 있는 붓질로 담아낸 이대원의 작업도 이 섹션을 채운다.

전시를 기획한 이혁진 학예사는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회화의 거장들의 작품을 나열하는 데서 더 나아가 회화가 지닌 순수한 형식과 그리는 행위가 만들어내는 울림에 집중해 보고자 기획됐다”며 “작품을 해석하려 하기보다 화면 앞에서 느껴지는 감각과 즐거움을 자연스럽게 경험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3월1일까지.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