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근로·고용허가제 ‘분리’…외국인 노동자 관리 ‘허점’

고흥, 잇단 인권대책에도 소화기 분사 사건
체류자격 따라 담당기관·관리체계 달라
사건 뒤 외국인 고용 사업장 전수점검 추진
인권단체 “통합 관리·공동 대응체계 필요”

윤찬웅 기자
2026년 09월 28일(월) 20:31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입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고흥에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 사건이 잇따르면서 체류자격에 따라 관리기관이 나뉘는 현행 관리체계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특히 고흥군이 계절근로자(E-8)를 중심으로 인권보호 대책을 강화해 온 상황에서 별도 관리체계에 놓인 고용허가제(E-9) 노동자를 상대로 한 소화기 분사 사건이 발생하면서 체류자격을 넘어 지역 외국인 노동자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관리망 구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8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농·어촌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라도 체류자격에 따라 도입 절차와 관리 주체가 다르다.

계절근로자(E-8)는 농·어촌의 계절적 인력난 해소를 위해 일정 기간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제도로, 지자체가 근로자 도입과 배치, 사업장 관리 등에 직접 관여한다.

반면 고용허가제(E-9)를 통해 입국하는 비전문취업 노동자는 사업주가 고용허가를 받아 채용하며, 고용허가와 노동관계법 위반에 대한 근로감독은 고용노동부가 담당한다.

같은 지역의 농·어촌 현장에서 일하더라도 체류자격에 따라 관리·점검 주체가 달라지는 셈이다.

이에 따라 고흥군의 외국인 노동자 관리 또한 지자체가 직접 관여하는 계절근로자를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

군은 외국인 계절근로자 인권침해 문제가 불거진 이후 선발·관리 투명성 강화와 인권보호·모니터링, 주거·임금 환경 개선 등의 대책을 추진했다.

지난 8월부터는 계절근로자가 입국한 뒤 7일·15일·30일 차에 사업장을 확인하는 ‘입국 후 30일 골든타임 밀착 점검’을 실시했고, 이달에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인권침해 예방 4대 분야 15개 대책’도 내놨다.

반면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노동자는 고용노동부의 관리 대상이라는 이유로 군 관리망에서 빠져 있었다. 실제 고흥군은 그동안 지역 내 E-9 노동자 수와 고용 사업장 현황을 별도로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고흥에서 소화기 분사 피해를 입은 베트남 국적 노동자들이 지난 7월 고용허가제를 통해 입국한 E-9 노동자들로 확인되면서 체류자격별로 나뉜 관리체계의 한계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에 고흥군은 소화기 분사 사건을 계기로 기존 E-8 중심의 관리 범위를 E-9을 포함한 외국인 노동자 전반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군은 내달 농·어업 분야 외국인 고용 사업장을 대상으로 통역원을 동반한 전수점검을 통해 계약 외 업무 강요와 숙소 환경, 폭언·폭행 여부 등을 확인한다.

고용노동부와 출입국기관, 경찰, 수협 등과 연계한 ‘인권 핫라인’ 구축도 추진한다.

지역 인권단체는 체류자격별로 나뉜 행정체계를 넘어서는 상시 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관계자는 “계절노동자와 고용허가제 노동자 등으로 분산된 담당 부서의 칸막이를 낮추고, 지자체 내 이주정책 통합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외국인 노동자 사업장 긴급 점검에 이주인권 기관·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현장 중심의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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