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천년의 숲’ 화려하게 장식한 꽃무릇과 수련 ‘함양상림 최치원 산책로’ 장갑수 |
| 2026년 09월 29일(화) 18: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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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상림은 어느 계절에 가도 매력 넘치는 숲이다. 봄철에는 막 피어난 신록이 싱그럽고, 여름철에는 무성한 녹음에다 연꽃이 아름답게 꽃을 피운다. 가을에 접어들면 숲속에서 꽃무릇이 화려하게 피었다가 늦가을에 단풍이 우아하게 물든다. 눈 오는 겨울날 나목을 이룬 나뭇가지에 핀 눈꽃을 가슴에 안고 걷는 고즈넉함도 빼놓을 수 없다.
함양상림은 신라 진성여왕 시절 함양태수 최치원이 조림한 숲이다. 당시에는 위천이 함양읍 중앙을 흐르면서 매년 홍수피해가 심했다고 한다. 이를 본 함양태수 최치원은 농민들을 동원해 둑을 쌓고 강물을 지금의 위치로 돌리고 둑을 따라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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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이 숲을 대관림(大館林)이라고 이름 지어 잘 보호하면서 홍수피해를 막을 수 있었지만 나중에 대홍수로 둑 중간이 파괴돼 상림(上林)과 하림(下林)으로 갈라졌다. 이후 하림은 대부분 유실됐지만 상림은 지금까지도 잘 보존돼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이 됐다.
상림 주변에는 고운 최치원기념관과 최치원역사공원이 조성돼 있다. 상림을 둘러싸고 있는 필봉산을 따라 걷는 산길과 상림산책로를 연결한 ‘함양상림 최치원산책로’도 있다. 꽃무릇이 피는 시기에 맞춰 ‘함양상림 최치원산책로’를 걷기위해 함양을 찾았다.
함양박물관 옆 필봉산 등산로 입구에 ‘최치원산책로’ 안내지도가 세워져 있다. 오솔길로 들어서자 울창한 숲이 기다리고 있다. 오솔길은 완만하고 숲으로 뒤덮여 주민들이 부담없이 걸을 수 있는 산책로 역할을 하고 있다. ‘필봉산 가족숲길’이라 쓰인 표지판도 곳곳에 서 있다. 필봉산은 해발 2백여 m에 불과한 낮은 산이지만 여러 종류의 아름드리 활엽수와 소나무가 울창해 깊은 산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잠시 산길을 벗어나니 한남군묘가 기다리고 있다. 세종대왕의 열두 번째 아들인 한남군은 1455년 세조가 즉위한 후 금성대군 영풍군·혜빈양씨와 함께 단종복위사건에 연루돼 함양에 유배됐다가 유배생활 4년 만에 생을 마감했다. 이곳 묘역은 1557년(명종 12) 조성됐으며, 1713년(영조 39)에야 지금과 같은 규모로 안장됐다.
한남군묘 옆 ‘천년의 정원’을 지나 다시 산길로 들어선다. 산길에서는 소나무가 그윽한 향기를 내뿜어준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봉우리에 올라서니 방금 지나온 필봉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다가오고, 필봉산 뒤쪽으로 함양읍내의 건물들이 바라보인다. 함양읍을 감싸고 있는 오봉산과 삼봉산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아래쪽 하천변에 길게 이어지는 상림도 한눈에 바라보인다. 주변 논에서는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벼들이 풍요로움을 전해준다.
부드러운 흙길을 걷고 있으니 굽은 듯 곧게 솟은 소나무들이 그윽한 분위기를 연출해준다. 솔숲길을 따라 내려가니 도로가 나오고 도로 옆에 대병저수지에 자리하고 있다. 대병저수지 옆 도로에서 임도를 따라 낮은 고개를 넘어서자 상림 북쪽 끝지점이다.
상림 북쪽 끝에서 울창한 숲을 따라 1.6㎞에 이르는 상림산책로가 구불구불 이어진다.
상림은 신라 때 조성됐으니 그 역사가 1천100년을 넘어선다. 그래서 함양상림을 ‘천년의 숲’이라 부른다. 천년의 역사를 지닌 상림은 1962년 천연기념물 제154호로 지정됐다.
면적 21㏊, 폭 80-200m에 이르는 함양상림에는 수목 2만여 그루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전형적인 온대남부 낙엽활엽수림으로 잘 보존되고 있어 인공 숲으로서의 역사적 학술적 가치가 높다.
상림에는 나무의 종류도 다양하다. 노간주나무·개서어나무·갈참나무·느릅나무 등 지금까지 조사된 식물만 해도 총 91속 116종류나 된다. 산책로를 걷다보면 아름드리나무들이 하늘을 가리고, 구불구불 이어지는 숲길은 그윽하기 그지없다.
상림에는 9월 하순이 되면 꽃무릇이 아름답게 핀다. 아름드리나무 밑에도, 숲속에 있는 작은 냇가에도 꽃무릇이 빨갛게 피어 상림의 가을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활엽수의 초록 잎과 꽃무릇의 빨간 꽃이 이룬 조화가 환상적이다.
꽃무릇 피어있는 숲길을 걸으며 자연에 동화되고, 꽃사진을 찍으며 예술가가 된다. 꽃무릇 핀 산책로를 걷고 있으니 꽃마차를 타고 가는 것 같다.
걷다보면 상림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정자나 비석들을 만나곤 한다. ‘문창후 최선생 신도비’는 최치원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23년 경주최씨 문중에서 세운 비다. 1919년 3월2일 함양장날을 기해 만세를 부르며 왜경의 총칼 앞에 분연히 마주섰던 함양주민들의 민족정신을 기리기 위해 세운 ‘함양읍만세기념비’와 이후 전개된 함양지역 만세운동을 주도한 김한익, 하승현사적비도 세워져있다. 지역 유림들이 1906년 최치원선생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사운정(思雲亭)이라는 정자도 있다. 사운정 가까운 곳에는 이은리 석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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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과 어울린 꽃무릇길을 걷다가 함화루라 불리는 누각을 만난다. 조선시대 함양읍성의 남문으로 이름은 멀리 지리산이 보인다는 뜻으로 망악루(望嶽樓)라 했으나, 1932년 지금의 자리로 옮기면서 함화루(咸化樓)로 개칭됐다. 함화루 앞 숲 가운데에는 넓은 잔디밭이 조성돼 있다. 잔디밭을 지나면 함양척화비가 서 있다. 척화비란 병인양요와 신미양요를 승리로 이끈 흥선대원군이 서양 사람들을 배척하고 그들의 침략을 국민에게 경고하고자 서울과 전국 주요 도로변에 세우도록 한 비로, 이 비도 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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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림산책로를 걷고 나서 상림안쪽에 조성된 꽃밭으로 들어선다. 상림과 나란히 꽃밭이 조성돼 있는데, 북쪽에는 황하코스모스·버들마편초·빅베고니아가 형형색색의 꽃을 피웠고, 잘 다듬어놓은 깃털을 닮은 팜파스그라스도 가을을 맞이해 우아하게 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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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림공원에는 2만 평에 이르는 연지가 있는데, 대부분의 연꽃은 여름을 지나면서 꽃이 졌지만 수련과 빅토리아연은 아직도 아름다운 자태를 그대로 지니고 있다. 빅토리아연은 세계에서 가장 큰 잎을 가진 식물로, 큰 것은 잎의 지름이 3m나 된다. 꽃이 지는 모습이 여왕의 왕관을 닮아 ‘여왕의 꽃’이라 불리는 연꽃이다. 넓게 떠 있는 빅토리아연잎은 주변에서 화려하게 꽃을 피운 붉은색, 분홍색, 흰색 수련과 어울려 아름다운 수채화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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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갑수·여행작가>
※여행쪽지
▲함양상림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된 인공림이다. 유서 깊은 숲 상림은 어느 계절에 가도 좋지만 9월 하순에 가면 꽃무릇과 어울린 숲이 아름답고, 수련과 빅토리아연이 핀 그림 같은 풍경도 볼 수 있다. ‘함양상림 최치원산책로’는 울창한 상림숲길과 상림을 둘러싸고 있는 필봉산 오솔길을 연결해서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코스 : 상림관광안내소→필봉산→한남군묘→산불초소→대병저수지→상림물레방아→상림산책로→함화루→상림관광안내소
※거리, 소요시간 : 5㎞, 2시간 소요
※출발지 내비게이션 주소 : 상림관광안내소(경남 함양군 함양읍 필봉산길 49)
장갑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