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의 열쇳말 - ‘품자 주자’ / 이계양
2026년 10월 11일(일) 18:56
이계양 품자주자 시민들 공동 회장·前 광주푸른꿈창작학교 교장
바야흐로 AI 시대다. AI가 인문 사회 과학 역사 철학의 근본 문제나 회사와 국가 경영까지도 해결의 항해사 노릇을 하고 있다. 최근 AI가 인간의 통제를 이미 벗어나 인류를 멸망하게 할 수 있다는 불길한 예고들이 대두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특히 소셜미디어 알고리즘과 결합된 AI는 확증 편향의 강화, 사회적 갈등 극대화, 상식과 사실에 기반한 공론장과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위협한다. 나아가 AI를 악용한 고도화한 피싱, 목소리와 신원 복제 등은 개인 간, 개인과 기관 간의 불신으로 이어져 사람들의 유대, 상호 이해, 공감대를 무너뜨리고 있다.

이는 사람들의 고립감을 심화하고 각자도생으로 일상을 황폐하게 만든다. 또 개인과 사회의 불신은 인간성을 상실하게 해 공동체를 와해시킨다. 진정한 공동체란 물리적 공간이나 이해관계의 공유를 넘어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그 아픔이 나와 연결돼 있음을 깨닫고 함께 살아가야 하는 유기적 생명체이다.

공동체의 생명력은 무엇일까? ‘품자 주자’가 열쇠라고 말하고 싶다.

대동(大同) 즉 공동체의 개념은 이미 예기(禮記) 예운(禮運)편에 “큰 도가 행해지면 천하가 공평해져서 어진 사람과 능력 있는 사람이 나아가게 되며 신의가 존중되고 화목이 이루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자기 부모만 부모로 여기지 않게 되고, 자기 자식만 자식으로 여기지 않게 된다. 노인은 여생을 편안히 마치게 되고, 젊은이는 쓰이게 되며, 어린이는 성장하게 된다. 홀아비와 홀어미, 부모가 없는 아이와 자식이 없는 노인, 의지할 데 없는 사람과 병이 든 사람도 봉양을 받게 된다. 남자는 일이 있고 여자는 혼처가 있다. 재물이 땅에 버려지는 것을 미워하지만 자신만을 위해 갈무리하지 않으며 힘이 몸에서 나오지 않는 것을 미워하지만 자기만을 위해서 쓰지 않는다. 이런 까닭으로 음모는 폐하여 일어나지 않고 도둑과 절도범, 난신적자가 생겨나지 않으므로 문을 닫지 않는다. 이를 이르러 대동이라 한다.”고 잘 정리해 놓았다.

공동체의 핵심은 ‘같음’에 있기보다 ‘다름을 지닌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에 있다. 함께 살아가려면 다른 사람들 특히 환과고독(鰥寡孤獨)과 같은 사회적 약자에게 문을 닫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문을 열어둠은 곧 ‘품어줌’과 같은 말이다.

‘품어주다’는 ‘품다’와 ‘주다’의 합성어다. 품’은 ‘안기거나 안기는 것으로서의 가슴’이라는 공간이면서, ‘서로 따뜻하게 감싸 주거나 보호해 주는’ 관계이고, ‘일하는데 드는 힘이나 수고’를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품다’는 다른 사람의 아픔이나 형편, 상황 나아가 다른 사람의 생각까지를 품어 다른 사람인 존재를 내 안에 받아들인다는 말이다. 배척보다 수용, 판단보다 이해를 앞세우는 행위인 것이다. 그리고 ‘주다’는 내가 가진 것들(시간, 마음, 관심, 소유)을 다른 사람에게 건네는 일이다. 하지만 ‘주다’ 역시 행위자의 품 안에서 무엇을, 누구에게, 어떻게 줄 것인지를 생각해야 하고, 그러려면 먼저 상대를 살펴야 한다. 그래서 ‘품다’와 ‘주다’는 서로 분리된 행위가 아니다. 품는 마음이 있어야 제대로 줄 수 있고, 줌(나눔)이 있을 때 품음은 관계의 언어가 된다.

동사 ‘품다’와 ‘주다’는 그 자체로 내향성을 가진 말이다. ‘품다’는 마음속에 품어 안는 행위이며, ‘주다’는 내 안의 것을 건네는 태도이다. 즉 ‘품다’는 타인의 결핍과 상처를 내 가슴속에 안아 들이는 내향적 의미이며, ‘주다’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나의 것을 나눠주는 성찰의 과정이다. 공동체는 이 내향적 성찰을 통해 서로를 감싸 안고 받아줄 때 가능하다.

그런데 ‘품다’와 ‘주다’가 외향적 의미인 ‘품자’와 ‘주자’라는 청유형 동사로 확장되는 순간 강력한 공동체의 본질이 된다. 이는 ‘나를 ‘우리’로 확장하고 승화시키는 마법의 언어다. “내가 너를 품어주고, 네가 나를 품어줄” 때 현대사회의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된다. 인간성을 상실하고 각자도생하느라 소외와 배제의 늪에서 허위대는 AI시대의 불안하고 고단한 현대인들에게 “품자 주자”는 마음과 실천은 배려하고 존중하며 환대하는 진정한 공동체, 대동사회의 생명력을 부활하게 할 것이라 확신한다.

필자가 속해있는 시민단체인 <품질자치 주민자치 시민들>을 줄여서 ‘품자 주자’라 한다. 이 단체가 꿈꾸는 가치도 ‘품자 주자’ 곧 포용과 나눔, 배려와 존중의 공동체다. 품자 주자는 확실히 공동체의 열쇳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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