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지리적 관계 사이 존재하는 예술적 상호작용

[광주비엔날레 눈여겨볼 파빌리온]<9> 호랑가시나무아트폴리곤
몰타 파빌리온 ‘BEJN / IN BETWEEN / 사이’ 11월15일까지
설치 미술·다국어 詩·사운드 인스톨레이션·VR 체험…연대와 교감
다른 문화·다른 요소, 다름의 간극을 넘어 소통하는 새로운 관계 맺음

오복 기자
2026년 10월 13일(화) 19:50
지중해의 섬나라 몰타와 한국의 전통문화가 만났다. 축제의 화려한 색채 옆에는 전쟁과 갈등의 어두운 현실이 놓였다.

서로 다른 문화와 요소 ‘사이’에는 긴장감이 흐른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 몰타 파빌리온 ‘BEJN /IN BETWEEN / 사이’가 오는 11월15일까지 양림동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관람객을 만난다.

‘BEJN /IN BETWEEN / 사이’는 서로 다른 문화 사이에서 간극에 집중한다. 몰타와 한국, 축제와 갈등, 언어와 소리처럼 서로 다른 요소를 한 공간에 놓고 그 사이에서 생겨나는 관계를 관람객이 사유할 수 있도록 이끈다.

문현정과 줄리앙 비네가 공동 기획하고 몰타 예술위원회와 몰타 외교통상부 문화외교기금, 발레타 컨템포러리의 후원하는 이번 전시에는 노버트 프란시스 아타르드, 샘 알렉산드라와 줄리앙 비네로 구성된 퐁크스 PONKS, 마이클 퀸턴이 참여했다.

노버트 프란시스 아타르드作 ‘오방색’(사진 上)과 ‘페리스타일’

마이클 퀸튼作 ‘코이노니아’

이들 작가는 설치와 시, 사운드, 영상 등을 통해 몰타와 한국의 문화와 역사가 만나는 지점을 찾아간다.

전시 제목인 ‘BEJN’은 ‘사이’를 뜻한다. 전시는 정체성을 하나의 고정된 모습으로 규정하기보다 서로 다른 문화와 역사, 갈등이 만나고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새로운 의미가 만들어진다는 내용을 담았다.

호랑가시나무의 여러 공간은 주제에 맞춰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아트폴리곤에서는 노버트 프란시스 아티르드가 몰타의 전통 축제 ‘페스타’와 한국의 오방색에서 가져온 색과 구조를 통해 서로 다른 문화의 접점을 보여준다.

노버트 프란시스 아타르드作 ‘가자 페스타’(사진 위)와 콜렉티브팀인 퐁크스作 ‘킵 미 프롬 마이소츠’

‘페리스타일’은 화려한 금빛 페스타 장식에 ‘GAZA’라는 글자를 새긴 작품이다. 축제를 상징하는 장식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전쟁의 현실을 한 작품 안에 놓았다.

축제와 비극이라는 상반된 상황을 함께 보여주면서 그 사이에 놓인 긴장을 드러낸다.

‘오방색’에서는 한국의 전통 색채가 등장한다. 팽팽하게 이어지고 매달린 구조를 통해 서로 다른 힘 사이의 균형을 보여준다.

몰타의 페스타에서 가져온 화려한 색채와 한국의 오방색이 한 공간에서 만나면서 두 지역의 문화적 기억을 연결한다.

글래스폴리곤으로 이동하면 수백 개의 밧줄이 관람객을 맞는다.

퐁크스의 ‘로프 템플’은 밧줄로 만든 임시적인 사원이다. 한국에서 액운을 막거나 특별한 공간을 표시하기 위해 사용했던 금줄과 몰타의 밧줄 문화를 연결했다. 바다와 가까운 몰타에서 밧줄은 선박에 사용되는 생활도구인 동시에 종교 행렬과 봉헌, 축제 장식 등에 사용돼 왔다.
콜렉티브팀인 퐁크스(샘 알렉산드라 & 줄리앙 비네)作 ‘로프 템플’

공중에 매달린 밧줄 사이에는 몰타와 한국의 시가 자리한다. 글자로 읽는 데 머물던 시가 밧줄과 공간을 만나 전시를 구성하는 하나의 재료가 된다. 관람객은 밧줄 사이를 바라보고 시를 읽으며 두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한 공간에서 경험한다.

마이클 퀸턴은 ‘트랜스미션’을 통해 이번 전시에 또 다른 연결고리를 만든다. 작가는 몰타와 한국에서 직접 수집한 현장음을 이용해 공간 전체를 채우는 사운드 작업을 완성했다.
마이클 퀸튼作 ‘트랜스미션’

광주에서는 남광주시장을 찾아 현장의 소리를 기록하기도 했다.

작품은 특정 장소의 소리를 그대로 들려주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두 지역에서 발견되는 리듬과 침묵, 울림을 함께 들려준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몰타와 한국의 일상적인 소리가 하나의 공간에서 겹치면서 두 장소 사이에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진다.

영상에서도 두 지역의 연결은 이어진다. 360도 카메라로 몰타와 한국에서 촬영한 퍼포먼스 영상을 교차해 보여주며 서로 다른 두 장소를 하나의 화면과 경험으로 연결한다. ‘필사’에서는 전시에 등장하는 시를 모아 하나의 문집으로 엮었다.

전시는 몰타를 고정된 장소가 아닌 조건으로 제시하며, 대립하는 세력이 끊임없이 협상 중임을 보여준다. 서로 다른 힘이 부딪히고 대화하는 하나의 ‘상태’로 서로를 주의 깊게 바라보고 관계를 맺으며, 경험을 나누는 과정에서 의미가 생겨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오복 기자
오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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