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픈 역사도 그대로 마주해야 비극 반복 안 해” 日 전쟁유적·강제동원 유적 답사 서형우 기자 |
| 2026년 10월 18일(일) 20: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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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역사라고 덮기보단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18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서구 화정동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회관 인근 중앙공원. 산책로를 따라 이동하자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동굴 입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대일항쟁기 잔재물 화정동 동굴 3’이라는 팻말 앞에 선 시민과 학자 등 50여명의 답사 참가자들은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관계자들의 해설을 들으며 내부로 진입해 곳곳을 둘러봤다.
이날 답사는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과 ‘일제전쟁유적네트워크’ 등이 공동 주최한 ‘제2회 전국대회’ 활동의 일환이다. 전날 심포지엄에 이어 이날은 전남광주 당시 유류저장고 등으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 내 전쟁 유적들을 3시간가량 둘러보며 전쟁과 강제동원의 아픔을 되새겼다.
약 70-80m 길이의 내부로 들어서자 서늘하고 습한 공기가 피부를 스쳤고 발걸음과 낙엽 밟는 소리가 동굴 전체로 울려 퍼졌다. 반원형 천장이 이어진 좁고 긴 통로 양옆에는 두꺼운 콘크리트 벽면과 거푸집을 사용해 타설한 흔적 등이 남아 있었다.
바닥과 조명 등 일부 시설은 정비됐지만, 누수와 안전 문제 등으로 평소에는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시민모임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장 설명에 나선 관계자는 “과거에는 토사와 물이 쌓이고 주변이 우거져 접근하기조차 어려웠다”며 “기념관 조성 과정에서 동굴 일부가 잘려 나가면서 원래보다 길이가 짧아지고 환기에도 문제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공간이기도 하다. 당시 연료고 등으로 이곳을 조성하기 위해 학생을 비롯한 수많은 조선인이 노동에 동원됐다는 기록과 증언이 남아 있다.
이어 찾은 5·18 역사공원 인근 ‘옛 505보안대’ 일대의 지하 군사시설에서도 또 다른 역사의 흔적이 발견됐다.
내부에는 여러 갈래로 꺾인 통로와 공간, 환풍기 고정 흔적, 시설물을 설치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사각형 구멍 등이 남아 있었다.
그 중 한 벽돌 구조물이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해당 벽돌이 일제강점기 당시 사용하던 벽돌과 모양 등이 달라 이후 추가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참가자들은 하나의 공간에 서로 다른 시대의 흔적이 남아 있을 수 있는 만큼 지속적인 조사와 자료 발굴을 통해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고 후대에 전달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경기도에서 온 권경희(58·여) 산양초등학교 교장은 “‘대일항쟁기 잔재물’이라는 문구에서부터 마음이 좋지 않았다. 아픈 역사라고 해서 치욕스럽고 지워야 하는 것으로만 취급한다면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배움의 과정도 사라질 것”이라며 “아이들에게 어떻게 역사를 있는 그대로 가르쳐 줄 지에 대해 교육자로서 많은 생각을 들게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일본 시민단체 ‘전쟁유적보존전국네트워크’의 부회장을 맡고 있는 데하라 케이조씨 역시 “한국과 일본에 남아 있는 군사시설과 자료를 비교·연구할 수 있었고 일제 군사시설의 실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해방 직전 일본군의 움직임을 정확히 규명하고 일본 사회에서도 전쟁 가해의 역사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전쟁유적의 보존과 진실 규명을 위해 양국의 조사·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이번 답사에서 본 공간은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역사, 일제의 군사시설, 강제동원과 해방 이후 친일 잔재 청산의 역사까지 응축돼 있다”며 “이 같은 공간을 청소년들이 역사를 직접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교육 현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서형우 기자
서형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