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7일(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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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行卽是修行 (산행도 수행이다)


수미산산악회와 떠난 명찰 순례 내변산 월명암, 능가산 내소사

  • 입력날짜 : 2013. 01.25. 00:00
내변산 쌍선봉 정상에서 바라본 월명암 전경. 시산제에서 독축을 하고있는 허 헌 등반대장. 내변산 내소사. 내소사에서 바라 본 관음봉. 내변산 쌍선봉 정상에서 광주전남수미산산악회 지용현 회장과 회원들이 새해 안전산행을 기원하는 시산제를 지내고 있다. 광주전남수미산산악회 회원들이 시산제를 지내고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내소사 지장전에 모셔진 영정. 사진 좌로부터 故 강기석 신동민 박영석 대장.
등산관련 어느 책자에서 일본 히에이 산의 승려들이 출가를 한 후 고행의 한 방편으로 ‘천일등정’을 한다는 구절을 본적이 있다. 1-5년째 까지는 매일 30㎞를 산행하면서 약 300여개소에서 부처님께 예불을 드리며, 6년째에는 60㎞를, 7년째에는 84㎞를 산행하며 수행에 임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은 우리나라 승가의 세계를 잘 알지못한터라 내겐 참으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處處所所(처처소소), 處處在在(처처재재), 處處佛像(처처불상), 心卽佛相(심즉불상)”이란 말처럼 어느 곳이나 언제든지 존재하며 어느 곳이라고 할 것 없이 모두가 부처이고 마음이 곧 부처인 것 처럼, 예불 올리는 장소와 형상에 집착하여 법당의 불상을 접하고 나서야 예를 올리는 우리들의 흔한 모습에서 내려놓지 못하는 미혹함은 없는지 생각하게 한다. 여전히 六根에 집착하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에서 ‘참 나’를 찾는 수행은 계속해야 하기에 행복을 추구하는 우리들에겐 수행의 방편 역시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수행이라고 해서 우리 중생들이 일정기간 일정장소에서 여여히 앉아 이를 행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마저도 금생에서 선택받은 삶을 살아가는 자가 아니면 그리 쉽지 않을테니 일상을 보내면서 실천할 수 있는 수행임은 어떠할지?



頓悟(돈오)가 있으니 漸悟(점오)가 있고, 頓修(돈수)가 있으니 漸修(점수)도 있다!

오르막이 있으니 내리막이 있고, 바위길이 있으니 흙길 또한 있으며, 빗물에 질퍽이는 길도 있고 눈에 덮힌 눈길도 있다. 또 산이 있으니 물도 있다. 이렇듯한 산은 전체가 修行道場(수행도량)이라 할 수 있을테니 업장소멸이 다될 때 까지 수수생생 윤회를 거듭하고 있는 우리의 생에 굳이 장소와 때를 가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냥 닦으면 되지 않겠는가?



인간들의 행위를 업이라 한다. 이 업에는 행과 함께 필히 따르는 과보가 있다는 것이 업이론의 핵심이다. 이른바 원인이 좋으면 결과도 좋고 원인이 나쁘면 결과도 나쁘다는 業因果報(업인과보)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실제 우리 중생들의 삶에서 보면 긴 세월 동안 선행을 하며 살아온 사람이 불행스러운 일을 당한다거나, 악행을 많이 하고도 아무런 벌을 받지 않고 승승장구하는 경우를 접할 수 있는데, 이런 경우 사람들은 인과를 부정하며 선악은 인과적으로 일치하지 않는 것이라 말할 수가 있다.



규봉 종밀스님의 ‘금강경간정기’에는 업의 과보를 先業(선업) 惡業(악업) 無記業(무기업) 등 세 가지로 설명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무기업이란 선업도 아니고 악업도 아닌 것을 ‘무기업’이라고 한다. 또 욕계의 선업을 복업(福業) 악업을 비복업(非福業), 그리고 색계와 무색계의 업(선정)을 부동업(不動業)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업을 행하고 그 과보를 언제 받느냐 하는 것은 주로 선업과 악업에 해당하며, 금생에 선악을 지어 금생에 과보를 받는 것을 順現報(순현보)라 하고, 금생에 지은 선악의 과보를 다음 생에 받는 것을 順生報(순생보)라고 한다. 그러나 금생의 선악업에 대한 그 과보가 제3생부터 無量劫生(무량겁생)에 이르기까지 중간에 정해지지 않는 不特生(불특생)에 가서 받는 과보가 있다 하여 이를 順後報(순후보)라 한다. 이 세 가지 과보를 삼세보(三世報)라고 한다.



또 업을 지었을 때 과보를 받는 시기와 과보의 형태는 미리 정해지고 정해지지 않은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를 定業(정업), 不定業(부정업)이라고 한다. 즉 시기는 정해졌으나 과보의 형태는 정해지지 않은 경우가 있고, 과보의 형태는 정해졌으나 시기는 정해지지 않은 경우도 있고, 이모두가 정해진 경우와 모두가 정해지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업과 과보의 관계는 인과관계이면서도 묘한 불가사의가 숨어 있다. 이는 業因果報(인과응보)가 정해지기도 하고 정해지지 않기도 하는가 하는 점이 不可思議(불가사의)이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업이 무겁고 가벼운 경중이 있어 과보도 경중이 있는데, 무거운 업보를 초래할 업이 결과에 가서 가벼워지거나 소멸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미 지은 과거 선세의 죄업으로 악도에 떨어지게 될 과보를 받을 사람도 경을 能受持讀誦(능수지독송)한 덕택에 악도에 떨어질 과보를 모면하고 남으로부터 멸시를 당하는 가벼운 과보로 대신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금강경’에서는 말하고 있다. 바로 무거운 죄업이 가볍게 줄어들고 소멸될 수 있다는 것이니, 이른바 참회수행의 의미를 다시한번 되새겨 볼 일이다.



다시 말해 자신이 지어서 아직껏 버리지 못하고 부등켜 안고 있는 선세의 악업을 선을 짓거나 복을 닦음으로써 가볍게 줄어들거나 소멸시켜 가는 업장참회는 오로지 자신 스스로의 수행에 의해서 그 기틀을 만들어 감으로서 이루어질 수 있다 하니 무릇 수행의 한 방편이 산행이고 산행의 목적과 의미를 수행이라 여긴다면 어떨지?



시작도 없고 끝도 없건만 우리는 또 시작이라 告(고)하는 시산제를 내변산 쌍선봉 눈밭에서 지냈다. “무거운 배낭을 둘러멘 우리의 어깨가 굳건하도록 힘을 주시라 했고, 험한 산과 골짜기를 넘나드는 우리의 두 다리가 지치지 않도록 보살펴 주시라고 했으며, 천지간의 모든 생육들이 저마다의 아름다운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 처럼, 회원들 모두는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도 함부로 대하지 않을 것이고, 그 터전을 파괴하거나 더럽히지도 않을 것이며, 새 한 마리, 다람쥐 한 마리와도 벗하며 지내고, 추한 것은 덮어주고 아름다운 것은 그윽한 마음으로 즐기며 그러한 산행을 하는 “산의 정취를 받아 佛香(불향)이 나는 사람들”이 되고 싶사오니, 계사년에도 서로 화합과 사랑이 넘치게 하여 주시고, 특히 선량하고 아름다운 회원이 충원되어 날로 번창하도록 끊임없는 가피가 있으시길 간절히 소원하나이다.”라고 기원하였으니, 이는 산행은 단지 산행이 아니고 참회와 발원과 수행이라 여기기 때문일성 싶다. 자타일시성불도….



독보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내소사 대웅전 꽃살 문양

내소사 대웅전의 꽃살 문양은 이번 산행중 회원들의 관심을 끌었던 소재 중 하나이다. 그래서 조금 자세하게 적었다.

내소사 대웅전의 꽃문양 창살은 현존하는 사찰의 꽃살문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어서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세월의 흔적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다. 나무에 새겨진 문양 사이로 아름다운 색깔로 채색한 것도 보이나 세월에 의해 떨어져 나간 부분도 눈에 띠며 채색은 세월에 의해 퇴색돼 거의 민나무 처럼 보인다.

내소사 대웅전의 꽃살문양은 한 가지 형태로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꽃의 종류가 아주 다양하다. 연꽃을 비롯하여 국화도 있고 모란도 있다. 어디 그 뿐인가? 꽃봉오리가 있는가 하면 활짝 핀 것들도 있어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조상들의 미의식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입체적으로 조각되어 있어서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故 박영석 등반대장이 내소사에 머무르는 사연…


부안 내소사 지장전에는 산악인들의 영정이 눈길을 끈다.

지난 2011년 10월 18일, 안나푸르나 남벽 코리안 루트 개척에 나섰다가 실종된 故 박영석 대장과 신동민, 강기석 대원.

이들 산악인들이 내소사에 머무르게 된 것은 주지 진학스님과의 인연 때문. 전국 제방의 선방을 돌며 참선정진하던 진학스님은 해제때마다 산으로 만행을 떠났다. 산이 좋아 산을 찾던 스님에게 언제부턴가 암벽은 타파해야할 또 하나의 화두로 떠올랐다.

자연스럽게 산사람들과의 만남이 이뤄졌고, 수행자와 산악인들은 의기투합했다.

박 대장 일행의 실종소식을 접한 스님은 또다시 거대한 은산철벽(銀山鐵壁)을 만났다. 은과 철산으로 꽉 막힌 이 자리를 어떻게 뚫을것인가?

스님은 산악인들을 불러 박 대장 일행의 49재를 지냈다. 그리고 영가들의 쉼터인 지장전에 영정을 모셨다. 스님은 지장전을 찾을때마다 철벽이 무너지고 확철대오하는 그날, 산악인들도 왕생할 것을

기원한다. 여전히 스님과 산악인들은 함께 길을 가는 도반이다.
/이준엽·광주전남수미산산악회 등반부대장



월명암 ‘부설전’

부안 내변산 월명암에 한문 필사본 한권이 전해온다. 400년전 쓰여진 작자미상의 불교소설 ‘부설전(浮雪傳’(유형문화재 제140호)이다. 월명암을 창건한 부설거사(浮雪居士)의 삶을 서술한 책이다.

부설거사는 인도 유마힐거사, 중국 방 거사와 함께 세계 3대 거사로 추앙 받고있다.

재가자도 수행하여 성불했음을 증명해 보인것이다.

월명암에는 예로부터 사성팔현(四聖八賢)이 출현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사성(四聖)은 부설, 묘화, 등운, 월명 일가족으로 이미 나타났고, 8현 가운데서는 아직 몇 분이 더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부설전에 전하는 부설거사의 시 한편 음미해 본다.


▲팔죽송(八竹頌)

此竹彼竹化去竹 (차죽피죽화거죽) / 風打之打浪打竹 (풍타지타랑타죽)

飯飯粥粥生此竹 (반반죽죽생차죽) / 是是非非付皮竹 (시시비비부피죽)

賓客接待家勢竹 (빈객접대가세죽) / 市井賣買歲月竹 (시정매매세월죽)

萬事不如吾心竹 (만사불여오심죽) / 然然然歲過然竹 (연연연세과연죽)

이대로 저대로 되어가는 대로 / 바람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밥이면 밥 죽이면 죽 이대로 살아가고 / 옳다면 옳거니 그러다면 그러려니 그렇게 하세

손님 대접은 집안 형편대로 하고 / 장터에서 사고 팔기는 시세대로 하세

세상만사 내 마음대로 안되니 / 그렇고 그런 세상 그런대로 살아가세



진학 스님은…

1987년 내소사에서 혜산스님을 은사로 출가.

20여년간 전국 선방에서 수행하던 스님은 2008년 내소사 주지로 부임. 스님은 안거때는 선방에서 수행하고 해제때마다 전국의 암벽을 찾았다.

20여년이상 암벽을 오르던 스님은 산악인들 사이에도 암벽전문산악인으로 잘 알려져있다.

2010년 겨울, 스님은 광주전남신도회 산악회 창단에 앞장서 산악회 명칭을 수미산산악회로 명명하고 지도법사를 맡고 있다.


광주전남수미산산악회 (062-385-1336)
무각사 내 불교회관 1층 광주전남불교신도

/허 헌·등반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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