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18일(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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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체망원경, 중세의 어둠을 뚫다
박종철 박사의 별이야기<3>갈릴레오와 부르노

  • 입력날짜 : 2014. 05.20. 20:28
우리는 대단한 변혁 또는 발상의 전환을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이라고들 한다. 코페르니쿠스는 논의에만 전념하는 스콜라학파의 학통과는 다르게 궤도계산을 하는 천체관측 천문가로 코페르니쿠스가 나타나기 전에는 고대 그리스에서 르네상스에 이르기까지 우주의 성질에 대한 생각은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코페르니쿠스의 출현으로 암흑기에서 광명의 등불을 켜게 돼 과학혁명으로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다. 그는 지구와 태양의 위치를 바꿈으로써 지구가 더 이상 우주의 중심이 아님을 천명했는데, 이것은 지구가 온 우주의 중심이라고 믿고 있었던 당시 누구도 의심하지 않던 프톨레마이오스의 우주 체계를 정면으로 뒤엎는 것이었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고 인간은 그 위에 사는 존귀한 존재이며 달 위의 천상계는 영원한 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중세의 우주관을 뒤엎는 결과를 가져왔다. 우주를 인간중심의 지구중심설에서 객관적인 입장의 태양중심설로의 발상의 전환을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 부르며, 대담하고 획기적인 생각을 이르는 말로 쓰이기도 하는데, 그만큼 코페르니쿠스의 이론은 당시 사람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중세의 어둠을 뚫은 두 실천가가 있다면, 갈릴레오와 부르노이다. 갈릴레오는 잘 알려져 있지만 부르노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갈릴레오는 처음으로 1609년 천체망원경을 발명한 사람으로 르파르세이라는 안경점 주인이 렌즈를 겹쳐서 밖을 보는데, 풍향계가 커다랗게 보이는 것을 발견해 ‘물체가 크게 보이는 것에 대해’라는 글을 쓰게 됐는데, 항상 머릿속에 하늘에 대한 연구로 가득차 있던 갈릴레오는 이것을 응용해 천체망원경을 만들어서 하늘을 보게 됐다. 하늘을 보니 그동안 알려져왔던 것과는 달리 은하수는 무수한 별의 모여서 있는 것이고 토성에 테가 있으며 목성이 4개의 큰 위성이 돌고 있고, 태양에 흑점이 존재한다는 것들을 발표했다. 이로써 우주가 확장되고 세상이 놀라게 되었다. 당시에 이 사실을 발설한 갈릴레오는 나중에 부정했다.

반면에 부르노는 파문을 당했는데 당시 구교뿐만이 아니라 루터를 비롯한 신교의 각교파의 대표들도 부르노의 주장을 사악하다고 해 모두 파문을 처했었다.

철학과 과학은 진리의 발견을 목표로 삼는다는 점에 있어서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전문용어로는 태양중심설이라고 하지만 일반적으로 지동설이라고 알려진 태양이 중심에 있고 지구가 그 주변을 돌고 있다는 설을 주장하여 재판에 회부되어 사형에 처해지게 된 갈릴레오는 그 말을 번복하면 살려주겠다는 재판관의 제의를` 받아들여 사형을 면하고 법정을 나오면서 “그래도 지구는 도는데.”라고 중얼거렸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야기이다.

조르다노 부르노(Giordano Bruno)는 갈릴레오와 똑같은 제안을 받았지만 그는 거절하고 화형을 당했다. 갈릴레오처럼 신념에 대해 번복하지 않고 자기의 확신, 자기의 주장을 관철하다 화형을 당한 것이다. 갈릴레오는 자연과학자로서 내가 주장을 철회한다고 해서 지구가 돌지 않는 것도 아닌데 굳이 내가 이 사실에 대해 운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자연과학자 갈릴레오의 입장이고, 부르노는 이는 분명하게 내가 인지하고 신뢰하는 사실에 대해 목숨을 건지기 위해 자신의 신념을 버리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대답을 요구하는 철학자의 입장이기 때문에 거짓으로 말하고 생명을 구해 나올지라도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는 일이 됐을 것이다.

우리는 이 두 건의 입장차에서 자연과학과 인문철학의 입장이 어떻게 다른지를 알 수 있다. 갈릴레오는 객관적 사실을 중요시했고, 브루노가 중요시했던 것은 지구가 도는가 돌지 않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가 돈다는 자기의 확신, 확실한 자기의 주장이 있음에도 양심을 속이고 거짓말을 하면 안된다는 것이 중심 문제였던 것이다.

과학은 객관적이며, 가설적이며 전제를 필요로 하며 경험적 사실을 적시하고 그 범위 내에서 인과관계를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자연현상, 인문사회현상의 정확한 모습 및 관계를 밝히지만 철학은 전제가 필연적인 것은 아니며, 주관적 개념까지도 가미된 물질, 생명, 원인과 결과, 규칙성이 있는가 등의 근본 전제까지도 탐구한다. 과학은 가치와 당위의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이런 것 때문에 과학자들이 때로는 가치적 중립을 띠어서 비난을 받기도 한다. 철학은 초월적 세계를 인식하려는 학문이며 과학의 토대를 비판적 시각에서 과학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다. 철학자이자 천주교 수사였던 부르노와 천체관측가이자 자연과학자인 갈릴레오는 중세 암흑기를 밝힌 횃불이었다./담양 국제환경천문대장·조선대학교 지구과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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