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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공연’의 자격
박윤모 칼럼 문화 愛 빠지다

  • 입력날짜 : 2014. 06.24. 19:11
지난 5월, 뮤지컬 빛골 아리랑 앙코르 공연을 마치고 한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2013년 10월 초연 이후 넘어야할 산이 많아서였는지 진이 다 빠졌나보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공연 2주를 앞두고 취소냐 강행이냐를 고민해야했다. 무대에 서는 날을 고대하며 하루 열 시간씩 연습하고 있는 배우들과 스태프를 생각하면 취소란 단어를 떠올리는 것 자체만으로도 미안한 일이었다. 선택의 기로에서 참 외로운 고민을 했지만, 답은 Show must go on! 막은 올랐고, 배우들은 혼신을 다해 열연을 펼쳤다. 그 결과 4회 공연에 4천 여 명의 관객을 동원, 호평을 받았다. 커튼콜 기립박수를 보며 만감이 교차했다. 이렇게 관객들이 감동의 찬사를 보내며 좋아하는데 그때 만일 편한 길을 선택했더라면 지금 이 벅찬 순간이 없었을 것이라.

물론 작년 초연의 성공으로 끝낼 수 도 있었다. 하지만 40년 연극인생에 광주를 대표할 수 있는 작품을 남길 수 있다면 예술인으로서 가장 큰 소임이자 영광이 아니겠는가. 태 자리이자 지금껏 품어준 광주에 대한 보답이라 생각했다. 큰 숙제를 끝낸 듯 후련한 마음도 잠시, 나에게 또 하나의 커다란 과제가 주어졌다. 관객들은 광주의 이야기를 가장 잘 담은 공연예술 콘텐츠이기 때문에 광주를 넘어 전국 무대로 진출했으면 하는 호평을 보냈다. 또 하나의 산을 넘고 나니 더 큰 산이 기다리고 있다. 다시 장고(長考)를 시작했다.

시민들의 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있다. 첫째, 지속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우리가 극찬해마지 않는 뮤지컬 캣츠나 오페라의 유령과 같은 세계적인 뮤지컬은 하루아침에 탄생하지 않았다.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인 뮤지컬 레미제라블만 보더라도 1980년 파리에서 초연된 이래 전 세계 43개국, 6천 만 명 관객, 최장수 공연을 기록하는 뮤지컬이 되었다. 얼마나 수많은 노력과 열정이 만들어낸 결실이겠는가. 뮤지컬 빛골 아리랑 또한 탄탄한 스토리와 서정적인 넘버, 짜임새 있는 구성 등 장점을 살려 보다 완성도 높은 작품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야한다.

둘째, 장기적 플랜을 세워서 지속적인 투자와 상설공연이 마련돼야할 것이다. 뮤지컬 제작은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 라이센스 뮤지컬에 비해서 턱없이 적은 예산으로 2년 동안 무대에 올린 것은 다들 기적이라고 한다. 연출스태프와 배우들의 희생과 열정이 없이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중앙 무대에서 최고로 인정받고 있는 전문가들에게 언제까지 재능기부를 부탁할 수도 없다. 안정적인 예산 확보가 절실히 필요하다.

셋째, 상설공연이 필요하다. 1년에 한번 공연으로 만족해서는 브랜드공연으로 키워질 수 없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순회공연을 통해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은 후 광주 상설공연이 될 때 진정한 광주의 문화콘텐츠로 자리매김 할 수 있다.

또한 내년부터 광주는 아시아문화의 전당 개관, 2015년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2019세계수영선수권대회 등 굵직한 국제적 행사를 앞두고 있다. 세계인들에게 광주의 정신, 광주의 이야기를 가장 잘 알릴 수 있는 기회이자 광주의 문화적 수준을 드러내는 중요한 무대이다. 이러한 무대에 광주의 대표 공연으로 뮤지컬 빛골 아리랑이 함께 오른다면 국내는 물론 전 세계인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브랜드공연으로서 위상과 자격을 얻을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세가지 과제를 풀 수 있는 해답은 결국 사람, 의지의 문제일 것이다.

또 얼마나 외로운 길을 걸어야 이 산을 넘을 수 있을까. 잠 못 이루는 밤, 문득 한 노래가 떠오른다.

‘얼마나 많은 바다 위를 날아야 흰 비둘기는 백사장에서 편안히 쉴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이 올려다보아야 진짜 하늘을 볼 수 있을까. 친구여, 바람만이 알고 있어요. 그건 바람만이 대답할 수 있답니다.’ (밥 딜런 ‘blowing in the wind’ 중에서) /광주시립극단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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