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18일(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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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굽이치니 강물도 굽이돌고, 기차도 휘돌아간다
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 곡성 섬진강 둘레길

  • 입력날짜 : 2014. 06.26. 19:11
전북, 전남, 경남 등 3개 도와 8개 시군에 걸쳐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은 그 너른 들판을 품고 정겨움을 더한다.
오랜만에 구 곡성역에 왔다. 역사 안으로 들어가 보니 철로변에 세워진 ‘곡성’역 표지판이 반갑게 맞이한다. 내가 중학교를 다니던 40여 년 전, 기차를 타기 위해 많이 들락거렸던 곳이라 감회가 새롭다. 전라선 복선화로 곡성역에서 압록역까지의 기찻길이 폐선되고, 곡성역도 신역사로 옮겨감에 따라 구 곡성역은 기차마을로 꾸며져 관광열차가 출발하는 역이 되었다.

오곡면소재지를 지나 섬진강으로 들어선다. 강가로 내려가는 길은 소박한 퐁퐁다리를 건너 고달면으로 이어진다. 소박한 퐁퐁다리가 유유히 흘러가는 섬진강과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강변마을과 농경지도 섬진강과 한 식구가 되었다. 퐁퐁다리 위로는 물 흐름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유속이 느린 강물과 느티나무·갈대숲이 강변습지를 이루고 있다.

전라북도 진안군 백운면 데미샘에서 발원한 섬진강은 임실·순창·남원을 적신 뒤 곡성·구례·광양·하동을 지나 광양만으로 흘러든다. 길이 223.86㎞, 유역 면적 4천959.79㎢로 남한에서 네 번째로 크며 전북·전남·경남 등 3개도와 8개 시·군에 걸쳐있다.

굽이굽이 흐르는 섬진강과 그 강을 둘러싼 산줄기를 따라 레일바이크를 타고 떠나는 추억여행.
섬진강은 각 지역을 거쳐 오는 동안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리었다. 순창을 지나올 때는 적성강이 되었다가, 곡성과 남원 땅에서는 순자강으로 불리었다.

섬진강은 곡성 동악산과 남원 고리봉 사이를 지나면 곡성과 남원들판을 적시며 흐른다. 이곳의 섬진강이 순자강이다. 섬진강 주변의 풍부한 곡식과 강에 우글거리는 물고기, 무성한 수풀은 철새들의 낙원이 된다. 가을에 메추리가 떼를 지어 찾아온다고 하여 메추리 순(?)자를 써서 순자강이라 불렀다.

곡성 동악산과 남원 고리봉은 우뚝 서서 유유히 흘러가는 섬진강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 섬진강은 산과 넓은 들판과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이 된다.

우리는 섬진강 제방길을 따라 섬진강과 나란히 걸어간다. 들판에서 일을 하다가 휴식을 취하는 공간인 모정과 주변의 소나무들이 푸른 하늘아래에서 고요함을 즐기고 있다.

제방길이 17번 국도를 만나는 지점에서 둘레길은 도로를 건너 작은침실골로 들어선다. 여기서부터는 숲길이 이어진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유유히 흘러가는 섬진강이 내려다보이고, 멀리 동악산과 고리봉이 우뚝 솟아 있다. 곡성읍내의 건물들이 손짓하고, 곡성들판이 잔잔하다.

옛 철로와 17번 국도가 나란히 이어지는 그 길 아래로 자전거도로가 잘 조성돼 있다.
길을 걷다보면 이러한 섬진강의 아름다운 모습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전망대도 만난다. 전망대에서 섬진강을 바라보며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모습 역시 아름답다. 나무 사이로 바라보면 옛 철로와 17번 국도가 나란히 지나간다. 도로 아래로 자전거도로까지 있어 네 개의 길이 나란히 이어지는 셈이다. 숲길을 걷다가 관광열차만 다니는 철로를 따라서간다. 옛 철로를 걷다보니 증기기관차를 타고 달렸던 어린 시절 생각이 난다.

침곡역에 도착하니 주차장에 승용차들이 많이 주차되어 있다. 침곡역에서 가정역까지 5.1㎞ 구간은 레일바이크가 운행되기 때문이다.

침곡마을에서 침곡역까지 잠시 옛 철로를 걸었던 우리는 다시 숲길로 들어선다. 숲길 아래 철로를 따라 증기기관차를 개조한 관광열차가 지나간다. 관광열차를 타면 구 곡성역에서 가정역까지 섬진강변을 따라 느린 속도로 달리면서 구불구불 이어지는 섬진강의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보며 추억여행을 즐길 수 있다. 산이 굽이치니 강물도 굽이치고 철로와 도로도 슬며시 굽이돈다. 굽은 철로를 따라 달리는 열차도 곡선을 그리며 달려간다.

레일바이크를 타고 가는 사람들도 만난다. 굽이굽이 흘러가는 섬진강 물줄기와 섬진강을 둘러싸고 있는 부드러운 산줄기를 바라보며 레일바이크를 타고 가는 사람들의 표정이 마냥 흐뭇하다.

하늘을 가린 숲길은 시원하고 상큼하다. 섬진강 둘레길은 숲길로 가다가 적적할 것 같으면 섬진강과 철로를 보여주고, 또 다시 고요한 숲속으로 들어가기를 반복한다. 곡성평야를 지난 섬진강은 산골짜기를 따라 굽이굽이 흘러간다.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 도로도 달려가고, 철로도 따라서 간다. 이런 모습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도록 철로 위에 높은 전망대를 만들어놓았다.

송정마을 앞 철로를 지나 편백나무 숲을 지나니 아름다운 적송숲이 이어진다. 그윽한 솔향기를 맡으며 걷다보니 어느덧 철로와 강이 가까이 와 있다. 레일바이크와 관광열차 정류장인 가정역에 도착한다. 가정역에서 섬진강을 건너는 출렁다리가 놓여 있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청소년야영장과 섬진강천문대가 있다. 레일바이크나 관광열차를 타고 온 사람들은 출렁다리를 건너 강가에서 여유를 즐기거나 자전거를 빌려 강변 하이킹을 한다.

우리는 이정마을까지 폐철로를 따라 걷는다. 철로 주변은 푸른 숲이 싱그럽고, 아래로는 섬진강이 유유히 흘러간다. 우리는 얘기꽃을 피우며 관광열차나 레일바이크도 다니지 않는 철로를 따라 천천히 걷는다. 폐쇄된 철로를 걷다가 뒤돌아보니 섬진강과 출렁다리, 주변 산이 그린 풍경화가 천하일품이다. 산이 가지는 수직적인 느낌과 강의 수평적 분위기가 모아져 음양의 조화를 이룬다. 이런 조화 속에 평화가 넘친다.

이정마을이 가까워지면서 철로변 밭에는 탱글탱글하게 열매 맺은 매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철로를 벗어나 감나무 밭을 지나니 이정마을 앞 17번 국도다. 여기서부터는 도로 아래 강변길을 걷는다. 강변길을 걷다보니 대나무가 다정하게 속삭이고, 강물이 감미롭게 노래를 한다. 강물은 자기를 낮추어 끊임없이 낮은 곳으로 흘러간다.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강물은 끝내 드넓은 바다가 된다. 낮은 곳으로 향했던 강물은 결국 세상의 모든 것을 포용하는 바다가 된 것이다.

오늘의 종착지인 압록오토캠핑장에 도착했다. 압록오토캠핑장은 옛날 압록초등학교가 있었던 자리다. 압록오토캠핑장 앞에서 우리가 함께 걸어 왔던 섬진강 본류는 보성 일림산에서 발원하여 순천 주암댐을 거쳐 곡성 땅으로 흘러든 보성강과 합류한다.

강물은 하염없이 흘러가고, 우리의 마음도 끊임없이 어딘가로 흘러간다. 맑고 소박한 곳으로 흘러갈 것이냐, 탐욕과 위선이 넘치는 곳으로 흘러갈 것이냐는 순전히 나에게 달려있다.


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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