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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연극, 전국에서 빛을 발하다
박윤모 칼럼 문화 愛 빠지다

  • 입력날짜 : 2014. 07.15. 19:29
전국연극제 3관왕 수상작 극단 얼·아리의 ‘발톱을 깎아도’
몇일 전 눈이 번쩍 뜨이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제32회 전국연극제에서 광주대표로 참가한 극단 얼·아리(대표 양태훈)가 대통령상인 최우수상, 연출상(양정인), 최우수연기상(노희설) 등 3관왕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수상작은 ‘발톱을 깎아도’이다. 응원 차 군산에 갔을 때 연극제 분위기를 보고 왔기에 어느 정도 수상을 예상을 했었다.

공연 내내 객석에서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고, 또 어느 순간엔 눈물바다가 되었었다. 내심 기대하긴 했지만, 3관왕이라는 쾌거를 이루다니 광주 연극계에 큰 경사가 아닐 수 없다. 배우, 연출, 작가, 스태프 등 수고한 모두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32회를 맞는 전국연극제에서 광주가 최고의 대통령상을 수상한 것은 1983년 제1회 ‘소작지(노경식 作, 이상용 연출), 1998년 제16회 ‘취선록(김세근 作’, 최영화 연출)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이다. 16년만의 대통령상 수상이다. 가뭄에 단비처럼 광주 연극계에 큰 힘이 되는 반가운 소식이다.

연극 ‘발톱을 깎아도’는 고령화 사회 노인문제를 진중하면서도 유쾌하게 다룬 작품으로 가난과 질병의 위기에 내몰린 노부부의 삶을 통해 우리 사회의 씁쓸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다룬 작품이다. 다소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유머와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아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희곡을 쓴 박숙자 작가는 이번 작품이 첫 데뷔작이다. 전업주부로서 작가의 꿈을 키우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 화려한 데뷔를 한 셈이다. 지역 내 희곡작가가 귀한 만큼 역량 있는 신인의 등장이 반갑다. 여성 연출가로 활발한 활동을 해온 양정인 연출 또한 이번 수상을 계기로 큰 동력을 얻었으리라 생각한다.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또한 이번 전국연극제에서 이슈가 되었던 주인공들이 있다. 노부부역을 맡은 배우 노희설 정경아 부부다. 실제 부부인 두 사람은 극 중에서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연기력을 인정받아 최우수 연기상까지 거머쥐었으니 참 반가운 일이다. 흐뭇한 미소 끝에 문득 나의 젊은 시절이 떠오른다.

1983년 6월, 나는 부산에 가 있었다. 제1회 전국연극제가 시작되자 전국의 연극인들이 축제의 바다에 모여들었다. 당시는 광주가 직할시 승격이전이었기에 전남 대표로 극단 시민이 참가했다. 참가작은 ‘소작지(노경식 作, 이상용 연출)’로 나는 주인공 공차동 역을 맡아 무대에 섰다. 일제강점기 전라도를 배경으로 일본인에게 땅을 빼앗기고 소작농으로 전락하면서도 땅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않는 소박한 농부 역을 맡았다. 어떤 모욕과 부조리함 속에서도 참고 견디는 설움과 한의 인물을 연기했다. 무대에서 열정을 쏟아냈던 순간, 대통령상 수상에 모두 함께 얼싸안고 기뻐했던 순간 등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간다. 40년 연극인생 동안 수많은 상을 받아봤지만, 나의 이력서에 가장 먼저 올리는 것은 바로 ‘제1회 전국연극제 대통령상’이다. 그만큼 공신력 있고, 연극인으로서 자랑스러운 상이다. 당시 광주는 서울 못지않게 연극 수준이 단연 높았다. 그만큼 뿌리 깊은 연극 전통을 가지고 있었다. 1982년 전국 최초로 시립극단이 창단된 것만 보더라도 그 수준과 열기는 대단했다. 하지만 어느새 서울과 지방간의 격차는 벌어지고, 지역 평준화에 묻혀버린 것이 광주연극의 현실이다.

이번 연극제 대통령상 수상을 기회로 광주연극이 한층 도약하는 기회로 삼아야할 것이다. 광주 연극인 모두에게 이 희망의 기운이 전해졌으면 좋겠다. 다만,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바람이 하나 있다. 아름다운 글귀로 전하고픈 이야기를 대신한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에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가까이 있는 것에 대해선 소중함과 가치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지금 이 순간에도 소극장 무대 어딘가에서 연극이 오르고 있을 것이다. 광주 연극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린다. /광주시립극단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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