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18일(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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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 ‘반달’에도 천문학은 숨어 있다
박종철 박사의 별이야기 <11> 예술인을 위한 천문학

  • 입력날짜 : 2014. 07.22. 19:40
문화예술인들에게 천문학적 오류는 수없이 많다. 윤극영 선생이 1924년 작사·작곡한 ‘반달’이라는 노래는 일제 강점기의 불행한 시절에 어린이들에게 민족성을 바탕으로 한 꿈과 용기와 희망을 비쳐주는 뜻을 가진 동요로, 어린이뿐만 아니라 남녀노소가 모두 즐겨 불러 오늘에 이르고 있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 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은하수를 건너서 구름나라로/ 구름나라 지나선 어디로 가나/ 멀리서 반짝반짝 비치이는 건/ 샛별이 등대란다 길을 찾아라”

1923년, 젊은이·어린이 구분 없이 창가를 부르던 시대에 소파 방정환(方定煥)이 주도해 어린이날을 제정하고 어린이문화운동을 펼쳐지게 되자 윤극영 선생은 색동회 일원이 돼 나라 없는 설움에 희망의 싹으로 틔워 보고자 어린이의 생활감정과 정서에 맞는 창작동요를 작곡하고 가르치게 됐다. 8분의 6박자의 서정동요로 가사에 천문학적인 요소가 많아 분석해 보고자 한다.

반달은 학술용어로는 상현달 또는 하현달이라고 부르는데, 상현달은 음력 7-8일 달로 초저녁에 떠서 자정에 지고, 하현달은 음력 22-23일 달로 새벽녘에 볼 수 있다. 영화나 연극의 ‘춘향전’에 묘사되는 춘향과 도령이 밤에 만나는 장면에는 어김없이 뒷동산에 달이 걸려 있다. 그것은 늦게 만났다는 의미인데, 밤 12시면 보름달은 남중해 중천에 뜨기 때문에 하늘 높이 떠있게 된다. 그러므로 대나무 숲이나 소나무 언덕배기가 배경인 뒤편에 보름달이 떠오르는 모습은 잘못된 설정이다. 또 초 3-4일의 달을 초승달이라고 부르는데, 눈썹 같은 초승달은 서쪽하늘에만 2-3시간 뜨다가 지기 때문에 동녘하늘아래나 남녘하늘에서의 실눈썹 달그림을 표현하는 것은 그른 것이다. 때로는 북두칠성과 초승달과 함께 표현되기도 하는데 이 또한 불가능한 일이다. 샛별은 금성의 다른 표현인데, 새벽에 동쪽하늘에 뜬다 해 계명성, 서쪽하늘에 뜰 때에는 태백성이라고 불렀고, 이를 우리말로는 저녁에 개가 배가 고파 저녁밥을 바라볼 무렵 서쪽하늘에서 뜬다고 해서 ‘개밥바라기’로 불렀다. 이것은 서쪽하늘 또는 동쪽하늘에 지평에서 고도 48도 이상에서는 보이지 않는 별이다. 우리 조상들은 이별이 각각 다른 별로 생각했으나 똑같은 별이다. 유럽에서는 이를 미의 여신 비너스(Venus)라고 불렀다.

윤극영 선생은 왜 ‘푸른 하늘 은하수’라고 표현했을까? 천문학적 관점에서 보면 ‘푸른하늘 은하수’는 없다. 은하수는 밤에 보이는 1천억개의 별로 이뤄진 우리 은하(Our Galaxy)의 납작한 원반부분이 겹쳐서 보이는 무수한 별의 집합체인데, 그것을 그리스 로마신화에서는 헤라여신이 젖을 뿌려서 만든 우유길(Milky way)이라고 했다. 1609년 갈릴레이가 망원경을 만들어 최초로 관측한 결과 무수한 별의 집단임을 밝혀냈다. 아마도 ‘검은 하늘 은하수’보다는 희망의 표현으로 ‘푸른 하늘’을 택했고, 당시 원본에는 ‘푸른 하늘 은하수’가 아니라 ‘푸른 하늘 은하물’로 표현된 것을 보면, 푸른 하늘의 강물로 인식했던 것 같다. 마지막 연에 “반짝 반짝 비치는 건 샛별이 등대란다 길을 찾아라”라는 노랫말이 지향하는 관점은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메시지라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 ‘샛별이 등대란다’는 표현 또한 ‘계명’의 뜻에 계몽의 사고가 묻어 있는 바, 새벽에 동쪽에 떠있는 샛별을 말함으로써 목표점을 확고히 하는 뜻이 서려있다고 생각한다.

음악, 미술, 영화, 문화, 연극 등에서 예술 하는 분들이 기본적인 천체 운행의 이치를 알고 그걸 가공해서 변형하는 것은 몰라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초승달 그믐달을 맘대로 골라다 쓰는 것은 한번쯤 고려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학박사·담양 국제환경천문대장·조선대학교 지구과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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