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25일(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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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첩한 산줄기를 휘감는 물줄기는 한편의 그림이 되고
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 괴산 ‘산막이옛길’

  • 입력날짜 : 2014. 08.07. 19:49
총 길이 10리의 옛길의 흔적을 자연 생태계그대로 복원한 산막이옛길. 가슴까지 맑아지는 솔향을 맡으며 그 길을 걷다보면 출렁다리를 건너는 색다른 즐거움도 맛볼수 있다.
소백산을 지난 백두대간은 조령산·백화산·희양산·대야산·조항산·청화산을 솟구치면서 괴산과 문경을 가르고, 또 다시 줄기를 뻗어 괴산 땅에 도명산·낙영산·백악산, 막장봉·칠보산·보배산, 군자산·남군자산·비학산 같은 명산을 빚어놓았다. 이러한 괴산의 명산들은 골골이 화양구곡, 선유구곡, 쌍곡구곡, 갈은구곡으로 불리는 아름다운 계곡을 만들었다. 이들 계곡은 보은 쪽에서 내려오는 물줄기와 만나 달천이 되고, 달천은 괴산 땅을 적시며 흐르다가 충주 탄금대에서 남한강에 합류한다.
달천은 군자산·비학산·아가봉과 삼성봉·천장봉·등잔봉 사이를 굽이굽이 흘러가면서 깊은 골짜기를 이루는데, 이 골짜기에 1957년 괴산댐을 막아 괴산호라는 인공호수가 형성됐다. 괴산호가 담수된 후 호수 안쪽 산막이마을은 고립이 되어 상당기간 배를 타고 드나들 수밖에 없었다. 이런 괴산호변에 2011년 과거 마을사람들이 다녔던 수몰되거나 묵어버린 옛길을 복원하여 걷기 좋은 산막이옛길을 만들었다.

괴산댐 아래 넓은 주차장에서부터 걷기 시작한다. 길은 소나무 향기를 따라 이어진다. 솔숲에는 출렁다리를 만들어 출렁출렁 흔들리며 걷는 재미를 더해준다. 괴산호와 괴산댐을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에 서니 산과 어울린 호수풍경이 가슴에 안겨온다.

나무의 모양도 가지각색이다. 정사목이라 이름붙인 소나무는 사랑하는 남녀가 정사를 하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길 아래로는 괴산호의 푸른 물이 출렁인다. 노루가 물을 먹고 가는 샘이라는 노루샘에서 등잔봉으로 오르는 산길과 호수가로 이어지는 산막이옛길이 갈린다. 우리는 등잔봉으로 오른다.

강변산책로와 등산로의 2가지 테마로 즐길수 있는 산막이옛길.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자연미를 그대로 간직한 아름다움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소나무 숲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고, 은은하게 다가오는 솔향기 그윽하다. 하늘나리가 한여름의 산을 화려하게 장식해준다. 청순하면서도 화려한 하늘나리에 눈을 맞추니 내 마음도 청순해지는 것 같다.

등잔봉에 도착하자 호수와 산이 어울려 풍경미의 극치에 이룬다. 괴산호는 호수가 그리 크지 않을 뿐더러 산자락을 돌고 돌아가는 형국이라서 호수라기보다는 큰 강 같은 느낌이 든다. 우뚝 솟은 군자산과 비학산에 감싸여 굽이돌며 곡선을 이룬 괴산호의 모습은 부드럽고 잔잔하되 생동감이 넘쳐흐른다. 괴산호 안쪽에 작은 분지를 이루고 있는 산막이마을은 세상과 동떨어진 별천지 같다.

등잔봉에서 천장봉으로 가는 능선에도 소나무 숲이 아기자기하다.

괴산호를 내려다보며 걷는 발걸음에 행복한 마음이 새록새록 스며든다. 한반도지형전망대에 서자 반도 모양으로 좁고 길게 뻗은 산자락을 휘감고 돌아가는 물길이 인상적이다. 그 모습이 한반도를 닮았다고 하여 한반도지형이라고 하는데, 한반도 모양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적송의 붉은 수피가 푸른 잎과 어울리고, 우리는 그 사이를 걷는다. 담백하게 피어있는 원추리가 우리에게 세상을 담백하게 살라고 한다. 삼성봉 가는 갈림길에서 우리는 산막이마을로 하산을 한다. 그 동안 소나무 일색의 숲에서 참나무류의 활엽수와 소나무가 공존하는 숲으로 바뀐다. 수직으로 두 번 꺾인 참나무가 신기했는데, ‘신령참나무’라고 이름을 붙여놓았다.

조망이 트이는 곳에 서면 달천이 괴산호로 진입하는 모습을 한눈에 볼 수도 있다. 호수 건너편에는 갈론마을이 조용히 자리를 잡고 앉아있다. 괴산호가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이쪽의 산막이마을과 건너편의 갈론마을은 쉽게 오갈 수 있는 이웃이었을 텐데, 지금은 배편이 아니면 쉽게 갈 수 없는 먼 마을이 되었다.

바위 절벽이 아름다운 환벽정.
산막이마을에 도착하니 대부분의 집들이 새로 지어져 깨끗하다. 여섯 가구가 사는 산막이마을 주민들은 산막이옛길이 생기면서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민박과 식당으로 생업을 유지한다. 산막이옛길이 생겨 외부인이 찾아오기 전까지의 산막이마을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있고, 앞으로는 괴산호에 가로막혀 바람도 외로울 만큼 적막한 마을이다.

마을 아래는 산막이나루가 있어 괴산호를 왕래하는 유람선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다. 호수 건너편은 15m 높이의 벼랑이 병풍처럼 펼쳐져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저 벼랑 위를 연천대라 부르는데, 2011년 산막이옛길을 조성하면서 연천대에 운치 있는 정자를 짓고 환벽정이라 했다. 괴산호가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이곳 연천대 일대는 빼어난 풍경을 자랑하는 연하구곡이 있었다. 연천대 자리는 예로부터 선비들이 풍경을 감상하고 바둑도 두며 풍류를 즐겼던 곳이다.

호수에는 유람선이 수시로 오가고, 우리는 잘 닦인 호반 길을 걷는다. 길가에는 물레방아를 설치하여 옛 추억을 되살려주고, 가재가 사는 연못도 있다. 호수위로 10m 정도 돌출되게 데크를 설치하고 바닥은 두꺼운 유리를 깔아 호수 아래가 보이는 고공전망대에 서 보니 물위에 떠 있는 것 같다. 느티나무에 기대어 만들어놓은 데크에는 괴음정이라는 이름을 붙여놓았다.

호수전망대에 기대어 정담을 나누고 있는 부부의 모습이 훈훈하다. 듬직하게 서 있는 군자산·비학산·아가봉은 산자락을 휘돌면서 호수를 이루고 있는 괴산호와 만나 아름다운 산수화가 되었다. 앉은뱅이약수라 쓰인 샘터도 지난다. 앉은뱅이가 지나다가 이 물을 마시고는 걸어서 갔다는 전설이 있어 앉은뱅이약수라 부른다고 한다.

옷을 벗고 두 다리를 꼬고 있는 여자를 닮았다는 미녀엉덩이바위를 쳐다보니 재미가 있다. 산막이옛길에는 그냥 지나치기 쉬운 나무나 바위에 의미를 부여하여 재미있는 이름들을 붙여놓았다. 스토리텔링을 잘해놓아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스핑크스바위, 여우비바위, 매바위, 호랑이굴 등도 마찬가지다.

연화담이라는 조그마한 연못엔 수련 몇 송이가 예쁘게 피어 있다. 연화담 아래에는 망세루라 불리는 전망대가 있다. 망세루는 남매바위 위에 세워진 데크형 전망대로 산과 호수가 행복하게 어울린 모습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 서서 저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세상의 모든 시름도 잊어지는 것 같다. 세상을 잊어버린다는 의미로 망세루(忘世樓)라 했다. 세상을 잊어버리고 다시 세상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여행쪽지

▶산막이옛길은 주차장-노루샘-등잔봉-한반도전망대-천장봉-산막이마을-앉은뱅이약수-노루샘-주차장으로 연결되는 풀코스가 12.4㎞로 4시간 정도 걸린다.
▶등잔봉과 천장봉을 오르지 않고 괴산호변만을 걷는, 주차장-노루샘-앉은뱅이약수-산막이마을을 왕복하는 코스는 8㎞로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가는 길 : 중앙고속도로 증평IC → 괴산읍 → 칠성면소재지에서 산막이옛길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 → 괴산 산막이옛길(칠성면 외사리) 주차장
▶산막이옛길 주차장 근처에 식당이 많다. 괴산댐 바로 아래 둥지식당(043-832-1114)은 민물매운탕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매기·빠가사리·잡어 매운탕을 맛깔스럽게 끓여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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