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21일(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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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교실·놀이터, 흙·나무는 장난감…사회성 ‘쑥쑥’
‘숲’, 미래 유아 교육장으로… (5)여수 베타니아 특수어린이집
1998년 개원 장애아동 보육 2005년부터 생태교육
신체발달·문제해결 능력 뛰어나…부모교육도 병행

  • 입력날짜 : 2015. 08.27. 20:23
여수 베타니아 어린이집 숲유치부 원생들은 매일 숲으로 등원해 자연에서 시간을 보낸다. 교실 안에서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 보다 자연과 함께하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 베타니아 어린이집의 교육 철학이다./베타니아 어린이집 제공


“어제는 바람소리가 났는데 오늘은 새소리가 났어요.”
여수시 문수7길에 위치한 베타니아 어린이집의 숲유치부 아이들 40명은 매일 오전 숲으로 간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뒷산에 올라 숲을 찾는다. 바람이 부는 쌀쌀한 날씨에는 바람막이 점퍼를 두툼하게 입고, 비가 오면 장화에 우산을 쓰고, 햇볕이 내리쬐면 모자를 단단히 쓰고 오른다. 매일 같은 길을 가지만 베타니아 어린이집 숲유치부 아이들에겐 매일 새로운 길이 된다. 아이들은 숲에 가면서 하루하루 다르게 변하는 자연을 느끼고, 만지고, 오롯이 흡수한다.

실내 어린이집이나 놀이터와는 비교할 수 없는 큰 공간이 바로 숲이다. 장난감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나무와 나뭇가지, 흙과 낙엽, 곤충들은 아이들에게 무한한 놀이와 경험을 만들어주는 진짜 장난감, 그리고 놀이터가 되고 있다.

하루 종일 숲에서 활동하며 지내는 것, 이것이 바로 사회복지법인 베타니아 특수어린이집의 수업방식이다.

1998년 5월4일 개원한 베타니아 특수어린이집은 장애아동 전담 보육기관으로 현재 경·중증 장애아동들도 이곳에 다니고 있다. 숲 유치부는 40명으로 구성돼 있다. 총 150명 가운데 40명이 숲 유치원부다.

베타니아 어린이집은 2005년부터 생태유아교육을 진행했다. 1주일에 3번은 아이들을 데리고 자연으로 나갔다. 교실 속에서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보다 자연과 함께하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자연에서 뛰어놀며 느끼고 배우는 게 가장 좋은 교육이란 취지를 오롯이 담아 2011년부터 숲유치부를 개설, 매일 숲을 찾고 있다.

숲유치부는 다른 반처럼 실내교실 등의 공간이 없다. 비나 눈이 와도, 푹푹 찌는 더위에도 아이들의 교실은 숲이다.

아이들은 오전 어린이집 뒤편에 위치한 산으로 등원한 뒤, 숲에서 모든 시간을 보낸다. 매일 아침 교사들과 아이들은 함께 오늘 할 놀이를 정한다.

숲 속 나무와 나뭇가지, 흙과 낙엽 곤충들은 아이들에게 무한한 놀이와 경험을 만들어 주는 진짜 장난감, 놀이터가 되고 있다.
숲유치부 수업은 숲 속에서 자유롭게 노는 자유놀이가 주를 이룬다. 보육교사들과 보조교사들은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숲유치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숲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마음대로 놀도록 하지만 적응기간이 지난 뒤에는 요일별로 신체활동, 연장, 조형활동, 집짓기활동 등 다양한 자유놀이를 진행한다.

숲 뿐만 아니고 인근 계곡이나 바다 등 다양한 곳을 찾아 놀이를 하게 하고, 교육 요소가 들어간 생태교육 등의 놀이로 진행한다.

여기서 교사들은 특별한 개입을 하지 않는다. 보호자이자 관찰자로서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 다치지 않도록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아이들 스스로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도록 하고 사회성과 협동심을 키울 수 있도록 최소한의 도움만 준다.

베타니아 어린이집은 일반적인 주입식 교육은 전혀 진행하지 않는다. 때문에 깍두기 공책 자체가 없다. 나뭇가지를 꺾어서 숫자를 배우고 열매를 따서 더하기빼기 개념을 익힌다. 쓰고 읽는것 만이 공부가 아니다는 것이 베타니아 어린이집의 교육 철학이다.

처음에는 숲유치원부에 보낸 학부모들도 반신반의 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이제는 숲에서 지낸 아이들의 변화를 직접 느낀 학부모들의 입소문을 타고 어린이집에 보내는 경우가 많아졌다. 공격성이 낮아지고 아토피 증상이 좋아지는 건 물론, 어린이집만 가면 문 앞에서 울던 아이도 숲 속에선 친구들과 적극적으로 뛰어다니게 됐다.

베타니아 어린이집 차원에서도 학부모들의 교육을 중요하게 판단, 부모교육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한국숲유치원 협회 측에서 지원비를 받아 ‘숲데이’를 진행, 학부모들을 초대한다. 아이들이 직접 숲에서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베타니아 어린이집 이현서 원장은 “아이들을 데리고 숲에서 논 것밖엔 없는데 아이들이 계속 좋아졌다. 숲유치부 아이들은 문제해결 능력이 뛰어난데다 신체발달도 좋아지고 매일 같은 길을 가지만 다른 표현 다른 소리를 들으면서 감성적으로도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원장은 “학습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다보니 걱정하는 부모님들도 더러 있지만 나중에 숲유치부 아이들이 리더가 되는 경우가 더 많다”며 “대부분 보면 신체도 건강하고 정신적으로도 건강한 아이들로 자란다”고 말했다.



“행복을 주는 게 숲 교육의 목적”
●김종호 한국숲유치원협회장

“아이들과 자연이, 아이들과 숲이 만나면 아이들은 행복합니다.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진정한 교육의 목적이죠.”

최근 한국숲유치원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김종호 베타니아 어린이집 대표는 “어떻게 해서든 아이들이 교실에서 밖으로 자연과 숲으로 나가는 기회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이 생태유아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처음으로 생태유아교육학회 학술대회를 참석한 것이 계기였다.

“유아교육은 다 똑같고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이 전부 인줄 알았는데 생태유아교육은 근본부터 달랐어요. 자연에서 그냥 뛰어 노는 것이 유아시절 교육인데 그때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죠.”

그는 요즘은 아이들이 자연을 떠나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게 되다보니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를 아이답게, 아이의 건강을 되찾아주고 놀이를 찾아주는 것이 어른들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김 회장은 생태유아교육의 효과에 대해 “숲에서 지낸 아이들은 아토피 등 잔병이 거의 없다”며 “교육적인 효과도 교실에서 한 것보다 자연에서 놀이를 통해 다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성 교육과 창의성 교육의 효과도 일반적인 학습 교육보다 훨씬 더 뛰어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숲이 자연을 대표하지만 자연은 숲만 있는 것이 아니다”며 “어떻게는 우리 아이들이 교실에서 밖으로 자연으로 숲으로 나가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숲교육이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현재 대구 등 대도시에서 진행하고 있는 ‘숲터’ 발굴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구 같은 경우 현재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30분 이내 거리에 있는 숲을 발굴하는 숲터발굴 작업을 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최대한 많이 숲에 나갈 수 있도록 지자체 차원에서 교사 교육을 비롯해 다양한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오경은 기자 white@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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