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없는 것도 예술” 위안…좋아질 날 생각하며 버텨 ['광주 예술의 거리' 활성화 대책 없나](중)거리 지키는 상인들 10여년 전 미술학원 밀집…입시 준비생 등 발길 북적 주차난에 단속카메라까지…“편의 확보 등 유인책 필요” 안태호 기자

2023년 11월 08일(수) 20:22

<이전 기사 - 시간 갈수록 ‘쇠락의 길’…시민·예술가 모두 ‘외면’>
ㄴhttp://kjdaily.com/1699356515615175005

“거리에 사람이 북적이던 게 언제인지 기억조차 안 나네요. 구경하는 이들이 없으니 가게로 사람이 들어온다는 기대도 하지 않습니다.”

광주 동구 예술의거리를 지키고 있는 예술인들과 자영업자들은 8일 한산한 도로를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 거리 입구에 ‘일상이 예술이고, 예술이 일상이 되어버린 골목’이라는 글귀와 함께 거리 설명, 입주작가 가이드맵이 담긴 안내판이 덩그러니 있을 뿐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초입의 낡은 서예점 간판과 ‘임대’가 붙어 있는 건물이 눈에 띄었고 카페 몇 곳만 문을 연 채 전시실, 화방 등은 대부분 영업을 하고 있지 않은 상태였다.

예술의거리 중간 지점께에서 액자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주말에 행사가 있을 때는 그나마 사람들을 볼 수 있는데, 평일에는 오가는 사람들을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라며 “하지만 그들도 이곳이 목적지가 아니라 그저 지나가는 길에 불과하다”고 말끝을 흐렸다.

이어 “10여년 전만 해도 광주의 거의 모든 미술학원이 예술의거리 근처에 있어 오후에는 미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 등의 발길로 제법 북적였었다”며 “첨단·수완지구가 생겨나면서부터 유동인구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인근에서 작업 중인 한 공예 작가도 “우리끼리 ‘사람이 없는 것도 예술이다’라며 위안 삼기도 한다”며 “거리는 이미 조성돼 있기 때문에 사람이 모일 수 있는 방안과 지원이 있다면 예술의거리 활성화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술의거리와 같은 특색있는 거리를 활용해 이 곳은 물론, 인근 구도심까지도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 될 수 있도록 민관이 함께 머리를 맞댔으면 좋겠다”며 “예술의거리를 지키고 있는 예술인들이나 상인들은 북적였던 예전을 생각하며 다시 좋아질 날을 기대하면서 버티고 있다”고 거리 활성화에 대해 강조했다.

이와 함께 상인들은 거리 중간 지점에 위치한 고정형 주차 단속 카메라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드러냈다.

해당 카메라는 지난 3월 설치됐다. 예술의거리에는 광주중앙초등학교가 맞닿아 있어 어린이보호구역에 대해 학교장이 카메라 설치를 신청할 수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상인들은 “안 그래도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거리인데, 더더욱 사람들을 제한하는 것 같다”며 “관할 지자체조차 거리 활성화는 관심 밖인 것이냐”고 푸념했다.

상인 최모씨는 “카메라가 설치된 이후로 사람들이 더 없는 것 같다”며 “최소한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시간적 자유로움은 허락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발끈했다.

그러면서 “예술의거리 내 4곳의 유료주차장이 있지만, 이 곳은 인근 직장인 등이 월 단위 주차를 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며 “주차 편의 확보도 예술의거리 활성화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동구청 관계자는 “주차 단속 카메라는 상인들의 고충을 감안해 최대한 미루다 설치한 것이 올해 3월이고 단속유예기간을 거쳐 실제 단속은 7월 말부터 시작했다”며 “거리가 좁아 불법 주차 차량 단속을 요청하는 민원도 많다”고 전했다.

이어 “불법 주차 단속은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이고 주말이나 공휴일은 단속하지 않는다”며 “향후 상인회 등과 논의해 주차 단속 카메라 설치 변경이 가능한지 확인해보는 등 거리 활성화 방안 모색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안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