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에서 ‘반려’로 가는 길](4·完)현실과 동떨어진 동물보호법 “끊임없는 개물림 사고…‘맹견’ 단속 답 아냐” 광주 한해 평균 49건 개물림 사고 환자 발생 내년 시행 개물림 사고 예방법 ‘맹견 위주’ 허점 일반 개, 시민 가해 대다수…견주 교육·관리 시급 오복 기자

2022년 10월 26일(수) 20:28

사진출처=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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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물림 사고가 끊이질 않는 가운데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내년 4월부터 시행될 맹견 위주의 개물림 사고 예방 동물보호법은 일반 개들이 시민들을 무는 사고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실효성이 낮기 때문에 전문적인 견주 교육과 관리를 맡을 기관이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6일 광주시소방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광주에서 개물림 환자 이송 건수는 2017년 47건, 2018년 46건, 2019년 51건, 2020년 54건, 2021년 46건, 2022년(1-9월) 44건으로 한해 평균 48건의 개물림 사고로 인한 환자가 발생했다. 이는 병원으로 이송되지 않거나 사람이 아닌 개 사이의 교상사고 등이 집계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더욱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처럼 끊이질 않는 개물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4월 동물보호법이 개정돼 맹견 관리를 대폭 강화했다.

개정된 법에 따르면 맹견은 동물등록, 배상책임보험 가입, 중성화수술과 함께 기질평가를 거쳐 사육허가를 받아야만 기를 수 있고 5대 맹견품종이 아닌 개도 개물림 사고를 일으키면 기질평가를 거쳐 맹견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번 법 개정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긍정적이지 않다.

해당 법은 맹견 위주로 처벌 대상을 지정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우리나라의 맹견은 1% 미만으로 사실상 일반 개들이 시민들을 무는 사고가 훨씬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입마개 착용 의무화, 견주의 교육 등 5종의 맹견에 대한 관리가 사고 예방에 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추측이 여기서 나온다. 또한 기질평가는 개물림 사고가 특정한 상황에서 공격성이 발휘되는 경우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의견이 많다.

전문가들은 기질평가 제도에 앞서 견주가 위험 상황을 미리 예방할 수 있도록 ▲반려견 성향 파악 ▲제어 가능 교육 ▲비반려인 동물특성교육 ▲사고 예방교육 등 대책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지난 4월 광주 서구 치평동 한 공원 앞 사거리에서 발생한 개물림 사고의 경우 맹견이 아닌 하운드가 푸들을 공격한 사건이 발생했다.

하운드 견주는 이전에도 반려견의 관리를 소홀히 해 몇 차례 광주유기동물보호소를 다녀갔던 적이 있고 결국 큰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이와 같이 예견된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견주 교육 등을 통해 전문적인 관리구조가 필요하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조경 생명문화교육원 대표는 “‘안무는 개는 없다’라는 것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면서 “개물림 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후책에 집중하기 보다는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조 대표는 “첫 번째는 견주의 안일한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교육이 절실하다”면서 “아울러 공격하는 개의 특성을 연구하고 자극행위를 분석해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반려동물 전문 교육기관의 활성화도 요구된다.

반려동물 민간 교육기관인 더펫하우스 정욱 대표는 “본인이 키우는 반려동물이 위험 행동을 보일 경우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반려인구는 늘어나는데 관련 기관들이 뒤쳐져 원하는 사람도 교육을 받기 힘든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반려동물이 생명이 아닌 재물로 지정한 현행법의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짧은 시기에 비대해진 반려문화를 올바르게 견인하기 위해서는 반려견을 재물로 취급하는 법을 개정해 동물 학대, 유기 등사회 문제를 근본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 대표는 “반려견 문화가 빠르게 정착하면서 전형적으로 문화를 제도가 따라오지 못하는 지체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반려견을 물건(재물)으로 보는 것에 대한 법이 동물학대, 유기 등에 일조하고 있다. 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생명을 책임지는 것으로 막중한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교상사고의 경우 반려동물을 재물로 판단하기 때문에 민법으로만 처벌 하는 등 가벼운 처벌과 보상만을 하는 안타까운 일들도 많았다”면서 “교육과 인식전환을 바탕으로 사회적 약속을 강화한 후 처벌 수위를 높여 사고 발생을 효과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