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광주시내 모 중학교에서 수업 태도가 좋지 않다고 꾸짖는 임신 6개월의 여교사를 학생이 폭행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회를 경악케 했다. 수업 중에 문제의 학생이 휴대전화를 사용하자, 교사가 휴대전화 사용을 자제해 달라 요구한 것이 발단이었다. 교권추락의 심각성은 비단 오늘 내일의 일이 아니지만 대한민국의 국운이 걸린 청소년들의 작태가 이러하니 참으로 미래가 막막할 뿐이다.

진보주의 교육을 지향했던 미국의 철학자 시드니 훅(Sidney Hook)은 “한 학생의 생애를 파멸시키는 데는 오직 한 사람의 교사면 족하다” 했다. 그만큼 교사의 도덕성과 교육 방향은 중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교사가 자신의 가치 체계를 학생들에게 명시적으로 전달하거나 묵시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교육의 대표 모델로 유대인을 꼽으며, 유대인 교육과 우리나라 교육을 비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단일민족이면서 학구열이 높은 두 나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면면을 들여다보면 확연한 차이가 있다. 핀란드의 헬싱키 대학이 세계 185개국의 IQ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보다 유대인이 11점 낮았다. 그런데도 교육 성취도는 월등히 높게 나타난다.

미국 아이비리그 학생의 4분의 1, 억만장자의 40%가 유대인이며, 노벨상 수상자는 현재까지 180명에 이른다. 즉 세계인구의 0.2%에 불과한 유대인의 노벨상 수상자 수는 의학과 물리학은 20%, 화학 10%, 문학 10%, 경제학은 무려 60% 이상이며, 모든 분야를 통틀어 평균 노벨상 수상자의 약 25%가 유대인이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이비리그에 0.3%가 재학 중이고, 노벨상을 수상한 사람은 1명밖에 없다. 그렇다면 수적인 면에서 한국보다 열세인 유대인들이 강한 원인이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그에 대한 해답을 ‘교육’에서 찾는다. 유대인 교육은 지식교육과 인성교육의 균형, 즉 흔히 말하는 전인교육(全人敎育)이며, 유대인들은 전인교육을 실제로 일상생활의 규범으로 실천한다. 이 모든 것이 가정과 학교에서 싹튼다.

2차 세계대전 중에 동유럽 어느 거리에서 벌어진 일이다. 나치 장교가 한 유대인 교사를 끌어내서 유대교와 신을 저주하면 풀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 교사는 끝까지 거부했다. 신을 저주하면 가족도 살려주겠다는데도 거절했다.

결국 분노한 나치 장교는 유대인 교사를 쏘아 죽였다. 죽어가면서도 교사는 안 된다는 말만 남겼다고 한다. 바로 유대인의 절대적 가치인 신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즈음에서 최근 국내에서 야기되고 있는 전교조의 행위를 그 연장선에서 고찰해 볼 필요성이 있다. 전교조는 현직 교원만 조합원이 될 수 있다는 교원노조법을 어기고 자기들 규약으로 해직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다 지난 6월 1심에서 ‘합법 노조가 아니다’는 판결을 받았다. 이에 교육부는 전교조에 전임자 70명을 원래 소속된 학교로 돌려보내라고 명령하고, 시·도 교육감들에게는 복귀하지 않는 전교조 전임자를 면직하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전교조는 39명만 돌려보내고 나머지 31명은 그대로 전임자로 두고 있다. 진보 교육감들은 31명에 대한 면직 처분을 미루고 있다.

이에 교육부는 전교조 미복직 전임자에 대해 직권면직을 하지 않은 11개 교육청에 ‘21일까지 직권면직하라’는 취지의 직무이행명령을 내렸다. 전남에서도 소속 전임자 4명이 이번 명령에 전원 따르지 않으며 교단에 복귀를 않고 교육부의 조치만 살피고 있다. 교원의 복무에 관한 사무는 기관위임 국가사무이고 교육감은 교육부장관의 지도·감독 권한에 따른 정당한 요구사항을 이행할 의무가 있는데도 말이다.

교육은 인간형성의 과정이다. 다시 말해 교육은 인간을 대상으로 해 그것을 바람직한 어떤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형성시키기 위한 활동이다. 적어도 교육은 인간과 인간의 구체적 장면에서 이뤄지는 것이므로 교사는 교육이 마무리되는 결정적인 순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존재이다. 다시 말하면 교사가 가지고 있는 교육력, 즉 학생의 신념과 능력과 행동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의 강도는 그만큼 도덕적 문제를 가진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전교조는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제 맘 대로다. 수많은 학생들과 학부모,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는데도 마치 법외노조가 아니라 법을 초월하는 초법(超法)노조마냥 막무가내다.

전교조의 선택은 간단하다. 법의 결정을 수용하던가, 거부하겠다면 불이익도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 양립 불가능한 이익을 모두 챙기겠다면 어불성설이다. 혹여 교단으로 다시 돌아가 자신 있게 학생들을 가르칠 용기가 없는 건지, 아니면 교권이 무너진 교단에 서기가 두려운 건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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