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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15 (목) 13:38공연장에는 문이 있다. 표를 끊고 그 문을 통과해야 비로소 음악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거리의 음악에는 문이 없다. 지나가는 사람 그 누구라도 관객이 되고, 박수를 치고 함께 노래할 수 있다. 버스킹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광주 도심에서 그런 열린 무대가 열린다. 7-11일까지 충장축제 기간 동안 5·18민주광장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하늘마당, 충장로 일원에서 펼쳐질 광주버스킹월드컵이 그 무대다. 올해로 벌써 다섯 번째다. 올핸 전 세계 56개국 535팀, 1천549명이 신청해 예선을 거친 뒤 축제기간 중엔 8강으로 치러진다…2026-10-01 18:41
지난 13일, 고려인 강제이주 89주년 기념행사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고려인 강제이주 90주년 국제기념사업회’ 출범식이기도 했다. 1937년 강제이주로 고향을 떠나야 했던 고려인의 역사를 기억하고, 그들의 삶과 문화를 세계와 나누기 위한 90주년 사업의 첫걸음이었다. 17만 명에 이르는 고려인들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빼앗겼다. 기차에 실려 머나먼 길을 떠났다. 그리고 중앙아시아, 낯선 땅에서 그들은 혹독한 환경을 견디며 농토를 일구고 학교를 세웠으며, 우리말과 문화를 지켜냈다. 단순히 ‘이주…2026-09-17 18:50
9월 첫째 주는 양성평등주간이었다. 우리는 여성의 지위가 얼마나 향상됐는지를 이야기하곤 한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을 앞질렀고 전문직과 공직에 진출하는 여성도 늘었으니 이제 성차별은 사라졌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성별 임금격차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난 7일 성평등가족부가 ‘2025년 성별 임금 통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시대상 회사의 성별 임금격차는 29.3%, 공공기관은 19.0%였다. 이전보다 격차가 다소 줄었다고 하지만, 여성의 노동이 남성의 노동보다 낮은 값으로 평가되고 있다. 남녀의 직종 …2026-09-10 19:49
광주에서 나고 자란 광주 토박이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광주에서 살고 있다. 어린 시절, 어디에서든지 무등산이 훤히 보였다. 여름에는 광주천에서 물장구를 치고, 겨울에는 둑방에서 썰매를 타고 놀았다. 집 밖으로 나가면 함께 놀 수 친구들이 있었다. 땅에 그림을 그려서 오징어 놀이와 사방치기를 했고, 몸에 지니고 다닌 핀과 고무줄은 훌륭한 놀이 도구가 됐다. 배고픈 사람들을 위해 우리 집 대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있었고, 가뭄이 들 때는 펌프가 있는 우리 집 샘에서 이웃들이 물을 길어다 썼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면, 동네…2026-09-03 17:43
올여름, 너무 뜨거웠다. 에어컨 없는 시골 생활도 견디기 힘들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에어컨 없이 여름을 보내는 시골 생활이 즐거웠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시원한 카페로 나들이를 해야 한다. 다행히 며칠 전부터 아침 공기가 달라졌다. 수십 번이나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았으면서도 마치 처음 겪는 더위처럼 힘들어한다. 계절은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제 길을 가고 있는데 사람의 마음만 조급했던 모양이다.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이 걱정된다. 기후변화가 재앙으로 변화하고 있는 사실을 몸으로 느낀다. 자연은 말없이 우…2026-08-27 20:30
올여름의 열기는 유난히 길고 뜨거웠다. 바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마음의 휴식을 찾아 산사로 향했다. 송광사와 수덕사, 정혜사의 고요한 마당을 거닐고, 보은사 불자님들과 다선(茶禪)을 나누며 스님들의 담담한 정담을 들었다. 스무 살 중반 무렵이었다. 광주 원각사 청년회에서 아이들과 명상을 하고, 풍물패에서 장구를 치며 마음을 나누던 시절이었다. 세월이 한참 흐른 뒤, 그때 인연을 맺었던 도제 스님을 보은사에서 다시 뵈었다. 미국으로, 또 다른 지역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며 시간이 저 멀리 가버렸다. 아득해진 것이다…2026-08-20 20:49
“할아버지, 돌멩이는 어떻게 생겨났어요?” 추억 속 할아버지는 방안 가득 사람들을 모아놓고 이야기 들려주셨다.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엡.”로 시작되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금방이라도 “어흥!” 호랑이 등을 타고 신나게 달릴 것만 같았고, 빗자루 귀신들과 한바탕 씨름이라도 벌이게 될 것 같았다. 호랑이도 빗자루 귀신도 무서운 존재라기보다는 놀이 속, 재미있는 친구 같았다. 그런데도 어린 손녀의 끝없는 질문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셨다. 할아버지 손을 잡고 한 걸음 걷다 멈춰 서 물어보고, 또 한 걸…2026-08-13 18:06
전남광주가 인구 320만 명의 통합특별시로 출범했다. 그러나 행정구역의 통합으로 지역소멸의 위기를 해결할 수는 없다. 고흥군을 비롯한 16개 군이 행정안전부 지정 인구감소지역으로 남아 있고, 동구는 인구감소 관심지역이다. 목포·순천·여수·나주 등은 신도시 개발 이후 구도심 공동화라는 또 다른 과제를 안고 있다. 지역소멸은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이 떠나면 공동체도 함께 사라진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빈집과 폐교가 늘어나는 소멸위기 지역에 예산만큼 중요한 것은 사람을 연결하는 역량이다. 다행히…2026-07-30 18:22
솔직히 말하자면 미국에 대한 나의 호기심은 별로 없었다. 일상 속에 이미 미국의 문화가 스며들어 있는 게 그 이유다. 그리고 날마다 매체에선 미국과 관련된 내용이 쏟아지는데 뭐가 더 궁금할까. 미국은 자연스레 나의 해외여행 순위에서 맨 꼴찌로 밀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은퇴 후, 광주와 라스베가스를 오가며 생활하는 선배님이 안내를 자처하고 나서, 나와 내 친구는 각각 대학생 딸과 아들을 데리고 여름 방학 동안 보름간의 자유여행 길에 올랐다. 콜로라도강의 오랜 침식 작용으로 형성된 거대하고 웅장한 그랜드캐넌, …2026-07-23 18:05
우리는 살아가면서 너무도 많은 것들을 당연하게 여기곤 한다. 남들과 비교하고, 사회가 만들어 놓은 기준에 맞추며 산다. 또 때로는 분위기에 휩쓸린다. 퇴직 후 나이가 들면서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지나온 삶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왜 사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부터 일상의 작은 순간들까지, 모든 것이 새로운 성찰의 대상이 됐다. 몸은 예전보다 약해졌지만 마음은 오히려 여유로워졌고, 그 여유 속에서 삶의 즐거움을 발견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우리네 삶은 경쟁의 연속이었다. 학창 시절에는 시험 성…2026-07-02 18:21
아침이면 집 앞 산책로를 걷는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산책로 풍경이 달라진다. 봄에는 꽃이 예쁘게 피어난다.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도 많아진다. 점차 햇볕이 강해지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얼굴을 가린다. 늘 풍경을 바라본다고 생각했던 어느날 문득 눈에 들어온 것은 꽃도 나무도 아닌 사람들의 얼굴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숨겨진, 보이지 않는 얼굴이었다. 넓은 챙의 모자에 선글라스, 마스크까지 쓴 사람들의 얼굴이었다. 산책로에서 만나는 이들은 대개 눈만 남겨두고 얼굴을 가린채 걷곤한다. 처음에는 조금 낯설었다. 그러나 이제…2026-06-25 18:24
“살금살금” 어릴 적, 모두가 잠든 밤이면 자리에서 일어나 살금살금 집안을 살피며 돌아다니는 재미가 좋았다. 가족들이 북적였던 낮과는 전혀 다른 밤의 모습이 낯설면서도 신기했다. 째깍거리는 시계 소리가 궁금해 드라이버를 찾아 시계 부품을 하나씩 분해하며 살펴보는 재미도 좋았고, 일기를 쓰다 잠든 언니의 어깨너머로 펼쳐진 일기장을 살짝쿵 읽어보는 재미도 좋았다. 모두가 잠든 밤에만 들을 수 있는 가족들의 자장자장 숨소리와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혼자만의 놀이가 행복했다. “해야 하고 또 해야 하고.”…2026-06-18 20:14
엊그제 카자흐스탄을 다녀왔다. 대학동아리 OM회에서 지난 해 대만에 이어 올해 여행지로 이곳을 정한 때문이다. 카자흐스탄에서 총영사를 지낸 선배가 나섬에 따라 카자흐스탄 여행이 본격 추진됐다. 4기부터 20기까지 모두 19명이 이 여행에 참여했다. ‘마음의 벽을 허물고 흩어진 힘을 하나로’라는 구호 아래, 우리는 만나면 좋은 친구가 되고 한마음이 되곤 했으며 이번 여행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첫 날, 알마티 소재 고려일보사를 방문했다. 한국어·러시아 혼용의 고려인 동포 사회의 대표적인 신문으로 꼽힌다. 1923년 창간 이…2026-06-04 18:01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만큼 고용환경이 개선되거나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는가를 살펴보면 여전히 아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4년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보면 광주 여성 고용률은 52.8%, 전남은 59.2%다. 광주는 전국 평균 54.7%보다 다소 낮아 고용시장의 열악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반면 전남은 전국 평균보다 높다고는 하지만 지역 여성들이 만족할 만한 여건에서 일하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 산업별 분포를 보면 지역별 구조 차이가 뚜렷하다. 광주는 서비스업·공공행정 중심 도시형 고용구조를 보이고…2026-05-28 18:17
돌아보면 내 삶에 영향을 준 것 중 하나는 영화였다. 필자는 어린 시절 영화관 옆에 살았다. 어른들의 옷자락을 붙잡고 몰래 따라 들어가기도 했고, 담장 밑 개구멍으로 기어들어 가다가 들켜 얼굴에 페인트 칠한 벌을 받고 쫓겨나기도 했다. 그 때의 부끄러움보다 더 크게 남은 것은 영화에 대한 설렘이었다. 영화 사랑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금도 내가 즐기는 취미 가운데 가장 부담이 적고 만족이 큰 것은 영화 감상이다. 한 편의 영화에는 감독과 작가, 배우와 스태프들의 시간과 정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 두 시간 동안 …2026-05-21 1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