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순 광주문화재단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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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의 뮤지컬이 진행됐다. 열댓명의 무리를 지은 이들이 일사불란하게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공연장인 줄 착각하게 한 곳은 다름아닌 결혼식장이었다. 광주의 모 복지관에 근무한 복지사 두명이 아름다운 만남 끝에 결혼식을 올리는 현장이었다. 동료들이 한달 여간 연습한 끝에 두 사람의 사연을 노래와 춤으로 엮어 결혼식 말미에 선보였다. 축하객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결혼을 축하하며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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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결혼식장. 결혼식을 진행하다가 신랑과 신부가 하객 쪽으로 걸어나온다. 그리고 주 무대가 비워지고 거기서 연희꾼들이 춤을 춘다. 신부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인데 동료들이 축하의 무대로 춤판을 벌였다. 하객들은 망연자실 춤을 감상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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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신부 대신 먼저 양가 부모님이 손을 맞잡고 버진로드를 걸어 들어온다. 두 분씩 다정하게 잡은 손을 놓지 않고 걸어오다 간간히 하객들을 향해 정중히 인사한다. 여유로운 분위기가 한편의 무대같다. 이날의 주인공은 물론 신랑신부였다. 그러나 꼭 그들만이 아니었다. 이날 결혼식은 다른 결혼식과는 달리 양가 집안 모두가 주인공이었다. 혼인서약도 재밌었다. 신랑신부가 결혼을 준비하며 같이 만들었을 문구들이 하객들에게 미소를 짓게 했다. 신랑이 만든 음식을 신부는 맛있게 먹어줘야 한다, 신랑은 신부를 평생 잘 받들어 모셔야 한다는 등의 재미로 적었으면서도 살아갈 날에 서로의 이해를 미리 구하는 말들에 또 신랑신부가 애교섞인 대답으로 웃음 자아냈다.

양가 첫 상견례, 그리고 두 번째 만남 등이 담긴 사진 파노라마도 흘러나온다. 이어서 신랑과 신부의 아버지들이 꾸민 축가, ‘내가 만일’은 잔잔하면서 울림있게 식장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신부 아버지가 신랑에게 전하는 말, “내 세상을 이제, 자네에게 보내네” 자신의 세상 자체인 딸을 사위에게 보내는 친정아빠의 묵직한 말은 식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울컥하게 했다. 그리고 화면에 띄워진 ‘어머니란 당신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아버지란 당신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그대들의 아들 딸로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근 결혼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예전의 격식을 잔뜩 차린 예식은 오간데 없이 사라졌다. 딱딱한 주례사 대신 재기발랄한 혼인서약으로 결혼의 참의미를 되새기거나 어떤 때는 신랑신부 아빠들이 각각 나와 인생 선배들로서 따뜻한 격려의 말을 전하기도 한다. 또 어떤 경우엔 신부 엄마가 사위와 딸에게 보내는 인사말로 분위기를 띄우기도 한다. 한때 스몰웨딩이 유행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결혼식 규모가 문제가 아니다. 결혼식 포맷 자체가 매우 자유롭다. 신랑신부의 아름다운 기획과 연출로 매우 개성적인 결혼식이 속출하고 있다. 한편의 뮤지컬이 나오기도 하고 드라마가 나오기도 한다. 제일 마지막에 소개했던 결혼식은 최근에 다녀온 곳이다. 참석했던 하객들이 모두 즐겁고 재밌게 참여했던 결혼식이었다. 양가에서 신랑 신부가 어떻게 자라왔고 그들이 누구인가를 한 눈에 보여주는 결혼식이었다. 양가 부모는 신랑신부를 어떻게 길러냈으며 예상하지 못하는 세상의 모진 풍파를 또 어떻게 견녀낼지에 대해 묵묵히 응원하는 모습이기도 했다. 한 하객은 자신도 빨리 딸을 결혼시켜 이런 결혼식을 올리게 하고 싶다고 부러워했다.

삼포, 오포시대로 결혼을 포기하는 요즘의 세태 속에서 결혼식이 어떻게 자리를 잡아야 하고 결혼이 무엇인가를 살풋 보여주는 결혼식이 아니었나 싶다. 양가 집안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려 봄날 우리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돼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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