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 아동문학가

“너, 나 좋아하지?” “당연하지!”

한때 예능 프로그램으로 인기리에 진행되었던 ‘당연하지!’ 게임은 상대방의 물음에 그 말이 맞는다고 생각하면 ‘당연하지!’라고 답하지만 아니라 할지라도 게임에 지지 않으려면 ‘당연하지!’라고 외쳐야만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게임이다. 처음엔 조금 엉뚱하더라도 누구나 웃어넘길 수 있는 질문들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물론 마음의 상처도 고려하지 않은 채, 누가 더 막말을 잘 하나 게임이 되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해졌던 프로그램이다.


“나는 엄마랑 장미꽃 보러 왔다!”

5월이 되면, 특히나 5월의 장미꽃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하다. 부부의 날만 되면, 둘이 하나가 되는 부부의 날을 기념해, 부부끼리 꽃구경이라도 다녀오라시던, 전화기 넘어 친정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겨울이면 하얀 눈이 내리고, 오월이 되면 장미꽃들이 피어나는 것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 함께 할 것 같았던 친정 부모님도, 시부모님도 이제는 곁에 없다. 모습도 목소리도 마음속에 남아 있을 뿐이다.


“우리 오빠한테 이를 거다!”

오빠와 언니, 여동생과 남동생 사이에서 성장하면서 특별히 불편한 게 없었다. 오빠와 언니는 언제나 든든한 내 편이었고, 동생들도 잘 따라주었다. 당연하다는 생각도 해 보지 않았다. 아침이 되고, 저녁이 되는 것처럼, 오빠니까, 언니니까, 동생들이니까, 그냥 그렇게 하는 거라 생각했다. 절대로 옆으로 새는 법 없이, 착하디 착한 형제들이 묵묵히 참고 이해하며 받아준 거라는 것을 한참 뒤에야 알 수 있었다.


“함께 사시게요!”

외아들인 남편과 결혼하면서 시부모님과 함께 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했다. 생각과 현실은 다르다며 만류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특별히 불편할 게 뭐가 있을까 싶었다. 결혼 전까지 친정 부모님과 함께 살아온 것처럼, 시부모님과도 함께 살아가면 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반찬 만들기에서부터 사소한 생활 습관까지, 아무런 생각 없이, 무심코 행하며 살아왔던 것들의 당연함에서 벗어날 때 마다 혼란스러웠다. 프라이팬에 마가린을 녹이거나 식용유를 두른 다음 감자를 채 썰어 익혀 먹었던 감자반찬 대신에 간장에 감자를 넣고 자글자글 조려 만드는 감자조림에, 떠들썩했던 식사시간과는 안녕. 얌전히 앉아 말없이 오물오물 식사를 해야 했다. 당연함에 대한 생각의 차이였다.


“이제, 신혼이네요!”

얼마 전, 시어머님도 하늘나라로 자리를 옮기셨다. 결혼한 지 30년도 넘어 신혼이 되었다는 말에, 가만히 고개만 흔들었다. 결혼과 동시에 시부모님과 함께 살았다고 해서 달콤한 신혼이 없었던 건 아니다. 어쩌면, 시부모님과 함께 살아가는 일이, 당연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힘들었는지도 모르겠다. 함께 살자는 말도 내가 먼저 꺼냈고, 시부모님과 함께 살면 안 되는 것이 당연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가정의 달, 5월.

아버지이니까, 어머니이니까, 아들이니까, 딸이니까, 며느리이니까…. 서로의 애씀과 수고에, 당연함 대신에 감사의 5월이 되었으면 좋겠다. 누구에게나 내일의 시간이 당연히 주어지는 것도 아닌 만큼, 말할 수 있을 때, 들을 수 있을 때, 미안하다고, 고맙고 감사하다고, 사랑한다고, 마음껏 표현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서로를 향한 마음들이, 따사로운 오월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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